미 인권단체 ‘링크’ “올해 탈북 난민 36명 구출”
2024.11.01
앵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미국의 북한인권단체 '리버티 인 노스 코리아’, 즉 링크가 올해 36명의 탈북 난민을 구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링크’ 측은 여전히 북중 국경의 경비가 삼엄해 탈북이 거의 불가능해졌으며, 중국 내 탈북민들도 늘 위험에 직면해 있어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지난 2004년 재미 교포 학생들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출범한 국제 비정부 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
‘링크’는 지난 2019년 말 발발한 코로나 대유행 기간 감시와 단속이 강화해 탈북 경로가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도 현장 구출팀을 꿋꿋이 유지하며 탈북 난민 구출을 위해 힘써온 몇 안 되는 단체 중 하나입니다.
올해 10월 창립 20주년을 맞은 ‘링크’는 2024년에만 모두 36명의 탈북민을 구출했으며, 이중 16명은 최근 몇 달 사이에 이뤄진 성공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링크’ 측은 지난 6월 ‘세계 난민의 날’에 올해 30명의 탈북 난민을 구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초과 달성한 겁니다.
‘링크’ 측은 지난달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탈북 난민에 대한 구출 활동이 지속돼야 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링크의 박석길 한국 지부 대표도 지난달 23일 화상으로 열린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이 중 한 탈북 여성은 25년 만에 자매와 재회할 수 있었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박석길] 작년에 우리는 27명의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36명의 북한 주민과 그 자녀들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그 중에는 중국에서 태어난 세 명의 아이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박 대표는 1일 RFA에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면서 구출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릴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북한 난민이 자유와 안전을 찾을 수 있게 됐다”며 2022년에는 6명, 2023년에는 27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1천280명의 북한 난민이 ‘링크’를 통해 구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박 대표는 “북중 접경 지역에서의 활동은 여전히 어렵고, 특히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력이 강화하면서 탈북민 구출 환경은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놨습니다.
특히 북중 국경 감시가 매우 강화돼 탈북이 거의 불가능해졌으며, 설령 국경을 넘더라도 중국 접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져 탈북민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는 자유를 찾고자 하는 탈북민이 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정부가 이들의 안전한 이동을 우선시하고,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탈북 난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 대표는 거듭 호소했습니다.
‘링크’의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다시 한번 국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줄리 터너] 첫째로, 북한에는 2천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믿기 힘들 정도의 억압된 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억압의 수위는 많은 사람이 상상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한국 드라마를 본다는 이유로 처형될 수 있는 곳을 상상해 보세요. 어젯밤 북한의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읽어보니, 놀랍게도 북한에서는 휴대폰으로 남한의 폰트(글꼴)를 사용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조차 불법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터너 특사는 “이런 가운데 ‘링크’는 탈북민들이 자신의 경험과 북한 내 실상을 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제공해왔다”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이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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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링크’는 탈북민 구출 활동 외에 탈북민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탈북민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박 대표에 따르면 올해까지 500명 이상의 탈북민 학생이 교육을 받았고, 지난 2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운 탈북민 학생 2명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발언자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출된 탈북민들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한편, 지난 10월 10일 한국의 북핵 수석대표인 조구래 외교부 외교전략본부장은 방한한 터너 특사를 만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 본부장은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권 협의회를 여는 등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중요한 토대임을 강조했습니다.
터너 특사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달 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일 3국 간 처음으로 열린 북한 인권 3자 회의에서도 북한 난민 구출 활동의 중요성이 논의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발언은 탈북민 구출 활동이 민간 부문을 넘어 국가 간 협력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한국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수는 229명, 2021년에는 63명, 2022년 67명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2023년에는 총 196명으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RFA가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난민 입국 통계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의 수는 2015년은 15명, 2016년에는 14명이었던 것이 2018년에는 5명으로 줄었으며, 최근 10년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