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매체 ‘김정일-김연자’ 보도 삭제 여부 주목"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6.05
"북 매체 ‘김정일-김연자’ 보도 삭제 여부 주목" 2001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제19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한 가수 김연자 씨. 당시 김 씨는 처음으로 북한 공연 무대에 오른 기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가수 김연자, 북 주민에게 통일 상징 가수로 큰 사랑 받아

 

<기자>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북한에서 예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고, 그가 좋아했던 가수로 알려진 한국의 김연자 씨 노래를 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먼저 가수 김연자 씨에 대해서 알려진 내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김연자 씨는 한국 광주 출신의 가수로서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도 활약해왔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매년 12월 31일에 열리는 국영방송 NHK의 ‘홍백가합전’에서 김연자 씨가 노래 '임진강'을 부르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습니다. 김연자 씨는 뛰어난 소프라노 가수로서 '임진강' 노래에 담긴 슬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김연자 씨에 대해 일본에서 활약한 첫 번째 한류스타로 평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또한, 김연자 씨는 일본 조선학교 등을 친선 방문하는 등 남북을 가리지 않고 재일교포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일교포들 사이에서는 남북 관계를 떠나 인기 많은 가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 , '임진강'은 어떤 노래였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아시다시피 임진강은 북한 함경남도에서 시작해 38선을 넘어 한국 한강에 합류하고 강화도까지 이어지는 약 254km의 강입니다. 원래 1957년에 북한 음악가들이 '임진강'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최근 만난 재일교포 음악 연출가인 리철우 씨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과거 평양에서 '임진강'을 작곡한 고종환 씨와 만났다고 합니다. 고종환 씨에 따르면, 자신이 27살 때 당시 조선에서 유명한 시인이었던 박세영 씨의 자택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박세영 씨는 당시 55세였지만, 고종환 씨와 같은 서울 출신이라 사이가 좋았다고 하고요. 두 사람이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됐다고 합니다. 서울에 남아 있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 마음을 38선을 넘어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임진강'이라는 노래에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임진강'이라는 노래가 탄생했습니다.

 

다만, 당시 북한에서는 천리마운동이 진행 중이었고, 함께 합창하는 행진곡 같은 노래가 많이 유행했습니다. 그래서 '임진강'은 눈에 띄게 유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주목을 받았는데요, 1960년대 말부터 여러 가수들이 '임진강'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당시는 냉전 시대였기 때문에 한때 일본의 민간 방송연맹이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한 적도 있지만, 많은 일본인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리철우 씨는 '임진강'에 대해 "원래 북한에서 기원한 노래지만, 일본과 재일교포가 키운 노래다. 그러니까 일본과 북한을 이어준 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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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가수들이 ‘우리의 소원’을 부른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자> 한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도 가수 김연자 씨가 만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RFA도 그 사진을 보도했는데요. 김연자 씨와 함께 방북했던 리철우 씨의 말에 따르면, 2001년에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방에 나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평양에서 함흥까지 특별 열차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함흥에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별장에서 만났다고 하는데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한 시간 정도 만나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일본어와 조선말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김연자 씨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임진강' 등 세 곡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세 곡을 모두 불러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별장 안에 있는 극장에서 500명 정도의 사람들 앞에서 김연자 씨가 여러 가지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임진강'이 북한에서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을 몰랐던 것 같지만, 김연자 씨의 노래에 매우 만족했다고 합니다. 또 많은 관객들이 매우 기뻐했고, 다음 날 노동신문은 1면 톱으로 두 사람의 사진을 크게 보도했다고 합니다. 그 후 김연자 씨는 다음 해인 2002년에도 다시 북한을 방문해 공연했다고 하고요. 밤에는 환영 만찬회가 열렸고, 김 위원장과 김영순 노동당 비서 등이 함께 자리하며 대환영했다고 합니다. 당시 조총련 등 재일교포들이 김연자 씨의 방북 사실을 사전에 몰라 매우 놀랐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습니다.

 

김연자 노래 금지에 과거 노동신문 보도도 삭제할까?

 

<기자> 가수 김연자 씨가 북한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김연자 씨의 공연을 들은 조선노동당 간부들이 김연자 씨에게 "원래 당신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다. 앞으로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연자 씨의 노래는 오래 전부터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았지만, 한국 가수였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 것에 대해 신중했다고 합니다. 또 북한에서 열린 김연자 씨의 공연은 당시 조선중앙TV가 전국에 방송했다고 하는데, 북한 사람도 매우 좋아해 전국적으로 유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연자 씨가 2002년에 다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노동신문이 '우리는 하나'라는 새로운 노래를 1면에서 보도한 바 있습니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제 때 방북했던 한국 대학생 임수경 씨가 '우리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원래 이 노래는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소원은 독립'이라는 노래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에서 그 가사를 일부 바꿔 유행시킨 노래입니다. 그 당시 김일성 주석이 임수경 씨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우리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북한에서도 유행했습니다. 그 노래는 2000년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불려졌고요. 북한은 자신들이 주도해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나온 '우리 소원은 통일' 대신에 새로운 통일의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연자 씨가 다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발표한 것이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였습니다. 김연자 씨는 노동신문이 보도한 다음 날 공연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북한 간부들은 김연자 씨가 천재성이 있다고 하면서 매우 기뻐했다고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김연자 씨를 통일을 상징하는 가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이번에 북한 당국이 가수 김연자 씨의 노래를 금지시킨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드린 대로 김연자 씨는 통일을 상징하는 가수로,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가수입니다. '임진강'도 남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곡인데요, 김연자 씨가 부른 노래는 통일을 원하는 바람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북한에서 발표한 노래 '친근한 어버이'나 조선중앙TV에 나오는 '노래하자 김정은', '자랑하자 김정은', '우리의 령도자' 등 노래의 가사에 감동을 받는 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자 씨의 노래를 금지시키지 않으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은 노래들이 유행하지 못할 겁니다. 제가 갖는 의문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연자 씨가 함께 나온 노동신문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북한이 김연자 씨의 노래를 금지했다면, 김연자 씨가 나온 노동신문도 삭제해야 하는데요, 그것은 김연자 씨와 함께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판단과 평가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으로 보면, 북한은 과거 최고 지도자의 판단까지 부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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