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김정은 혁명사상’ 초조함과 충성경쟁 산물”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5.22
“어설픈 ‘김정은 혁명사상’ 초조함과 충성경쟁 산물” 평양 만경대혁명학원에 설치된 '김정은 모자이크 벽화'.
/연합뉴스

앵커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장면이 북한 매체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는 소식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총비서가 21일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는데, 공개된 사진에서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그의 초상화가 김일성 및 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배치된 모습이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같은 반열로 내걸린 게 파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지적입니다. 어떤 의미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김정은 총비서가 느끼고 있는 권력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자기 권력을 높여야 한다는 초조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충성 경쟁입니다. 김 총비서의 우상화를 추종하며 앞다투어 선전하고자 하는 측근들의 경쟁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74년에 후계 지명을 받아서 70년대 후반에는 각 가정마다 충성심을 강조하며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도 걸렸습니다. 따라서 조선중앙통신이 김 총비서의 초상화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초상화와 함께 나온 모습을 공개한 것은 앞으로 열차, 버스, 공공 교통기관, 그리고 가정마다 널리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이 현상은 2021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최근 4 22일부터 23일까지 열린 당 선전선동부 강습회에서도 김정은 혁명사상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자의 혁명사상을 주장했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은 60대에 이를 내세웠습니다. 반면 김정은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이러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어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체사상에 관한 논문만으로도 100개 이상을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혁명사상 발표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는 2010 9월 당회의에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에 이론적인 배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국가의 사회주의에서 이러한 논리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는 이러한 배경에 대해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초상화와 김정은 혁명사상은 권력 유지에 충분한 자신이 없는 김 총비서와 그에게 아부하고자 하는 측근들이 만든 공동 작품으로 보입니다.

사진2-연합.jpeg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1일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교실 내부에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함께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 / 연합뉴스

 

<기자> 김정은 혁명사상은 실제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홍보되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올해 4월 북한을 방문했던 오가미 겐이치 주체사상국제연구소 사무국장이 이번 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보고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오가미 씨에 따르면, 평양에서 만난 북한 리일환 당 중앙위 비서가 김정은 혁명사상을 새로 체계화했다고 그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리일환 당 비서는 선전선동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부서가 김정은 혁명사상이나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 걸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을 만들었던 황장엽은 원래 대학교수였는데, 주체사상을 만들어 당 비서까지 승진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그런 승진을 바랄 것입니다. 리일환 당 비서도 오가미 겐이치 사무국장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한 것은 자신이 김정은 혁명사상을 체계화했다고 피력하며 최고 지도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습니다. 최고 지도자의 사상이기 때문에 완벽해야 합니다. 사상 내에 모순이 있거나 서방 국가의 문구를 인용하면 안 됩니다. 또한, 최고 지도자가 이러한 사상을 발표하기에 이르다고 반발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의 권력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를 이르다고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사상을 발표했을 때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는 정치적으로 숙청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리일환 당 비서는 매우 신중하게 김정은 혁명사상을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 모든 것에 충성 경쟁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 혁명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2021년부터 북한 매체가 김정은 혁명사상을 조금씩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오가미 겐이치 사무국장 일행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주체사상국제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토론회에서 주체사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주체사상은 북한의 정치적 우월성을 제시하는 근거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를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김정은 혁명사상을 널리 선전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오가미 사무국장도 일본에서 열린 보고회에서 김정은 혁명사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오가미 사무국장 일행이 평양에서 받은 강의에서도 혁명사상의 내용보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위대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또한, 오가미 사무국장은 보고회에서 평양에서 고층 건물이 빠르게 건설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김 총비서의 정치적 성과를 많이 선전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혁명사상은 새로운 사상이라기보다는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 지도자로서 하나의 논리를 이론으로 만들고 이를 정치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한편 북한 당국이 새로 지은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건물 외벽에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사상가인 독일 출신 카를 마르크스(맑스)와 러시아 출신 블라디미르 레닌의 대형 초상화를 걸었다는 소식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정은 혁명사상과도 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사진3-연합.jpg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총비서를 찬양하는 뮤직비디오 형태의 새 선전가요 '친근한 어버이'를 4월 17일 공개했다. 가수 김류경이 노래를 부르며 가사는 김 총비서를 '위대한 령도자'와 '친근한 어버이'로 묘사하면서 인민이 한마음으로 그를 신뢰하고 따름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키노 요시히로] .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당 간부 학교 개교식에서 새로운 시대에 공산주의자를 육성하는 원점으로 중앙간부학교를 발전시키겠다는 이야기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작년 12월 전국어머니대회에서도 공산주의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번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걸게 된 것도 공산주의라는 말을 사용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김일성 광장에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초월한 더 뛰어난 사상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후로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는 사라졌습니다. 2009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삭제되었고, 2016 9월에는 당 규약에서도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삭제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공산주의를 현실적인 목표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공산주의라는 말이 나오고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등장한 것은 김정은 혁명사상의 특징 중 하나로 국제 공산주의를 주장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반대하며, 세계 질서의 변화를 주장하는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다시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김정은 혁명사상.’ 일반 북한 주민들이 정말 지지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사상은 현실적으로 생활이 좋아졌다는 느낌으로 실감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지금 한국 음악이나 영화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나, 연애나 우정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혁명사상을 만들고도 그 근처에서 듣는 사람들에게조차 잘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 북한이 발표한 새로운 노래 '친근한 어버이'도 일부 나라에서는 신기해서 유튜브 등에서 영상 시청 횟수가 많다는 소식이 있지만, 북한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