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활기잃은 북한 시장… 성장세 ‘뚝’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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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활기잃은 북한 시장… 성장세 ‘뚝’ 북한 신의주시 신포시장 인근 전경. 2019년 11월(맨 위) 상인과 장을 보러온 주민들로 붐비던 시장 주변이 코로나 방역을 위한 북중 국경 봉쇄 이후인 2021년 3월에는 눈에 띄게 한산해 보인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진 2022년 5월 30일(아래)에 촬영한 사진에는 시장 주변에 차량과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 Google Earth, Planet Labs PBC
/Planet Labs PBC

앵커: 김정은 정권에서 성장세를 보이던 북한의 시장이 지난 수년 간 급속히 위축돼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시장 건설은 물론 기존 시장의 확장도 급감했는데요.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비루스의 전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북중 국경 봉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력갱생과 국가 주도 성장을 내세운 김정은 정권의 정책 기조 탓에 당분간 이같은 북한 내 시장 위축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최근 북한의 시장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코로나 이후 썰렁해진 북한 시장들  

 

미국의 위성사진 업체인 ‘플래닛 랩’(Planet Lab)이 지난 5 30일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신포시장. 시장 주변에서 유동 인구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달 12일 코로나 발병을 인정하고 각 지방 도시와 시장을 봉쇄한 사실을 증명하듯 신포시장 주변은 텅 빈 채 적막한 분위기만 감지됩니다.

 

일 년 전인 2021 3 17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도 시장 입구와 인근 도로에서 드문드문 사람과 차량이 오가는 모습이 확인되지만, 활기찬 시장 주변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북한이 전세계적 코로나 확산에 따라 북중 국경을 전면 봉쇄하는 강력한 방역대책을 펼친 탓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경봉쇄 이전인 2019 11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시장 주변에서 매대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띕니다.

 

김정은 정권 초기 확장세를 이어오던 북한의 시장. 하지만 코로나 방역을 위해 당국이 엄격한 국경봉쇄에 나서면서 이미 활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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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채하시장. 2016년 10월 7일에 촬영한 사진(위)에는 주차장에 차량도 주차돼 있지만, 2021년 3월 17일에 촬영된 사진(아래)에는 주차장이 텅 비어 있고 아무런 활동도 보이지 않는다. / Google Earth

 

김정은 총비서 집권 뒤 성장을 거듭하던 신의주시의 채하시장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자리를 이전해 약 3300평이 넘는 규모로 확장하고, 상인들과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까지 새로 만들었던 이 시장은 2016 10월 위성사진에선 차량들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2021 3월에 찍은 위성사진에서는 주차장이 텅 빈 채 어떤 활동도 보이지 않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을 분석하고 블로그(AccessDPRK)를 운영해온 미국의 제이콥 보글 씨는 (6 6) RFA에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고 지적합니다.

 

북중 국경이 봉쇄돼 시장에 물자 공급이 어려워지고, 상품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난 변화입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6 8) RFA에 국내 생산품을 바탕으로 일부 시장은 계속 운영됐지만, 북중 국경 지방의 시장들은 국경 봉쇄와 함께 위축을 피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은이] 코로나 상황에서 물량이 많이 줄어드니까 시장이 위축된 측면이 더 큰 것 같고요.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6 8) RFA에 전 세계적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환경이 북한 시장을 위축시킨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일단 북한 시장은 코로나 상황이 결정적인 타격을 줬어요. 시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이동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동이 보장되지 않으니까 당연히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두 번째는 중국에서 원료와 연료, 각종 원부자재 등이 원활하게 공급돼야 하는데, 이게 또 안 되니까 시장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코로나라는 북한도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 자체가 시장을 우선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측면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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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규모가 확대된 시장을 나타낸 그래프. 코로나 대유행 시점인 2019년 이후 시장의 확장 규모는 뚝 떨어졌다. / Jacob Bogle, AccessDPRK.com

 

개수뿐 아니라 규모 성장도 멈춘 북한 시장  

 

보글 씨에 따르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에는 최소한 477개의 시장이 있으며, 이 중 457개는 북한 당국이 인정한 공식 시장입니다

 

특히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 북한에서 시장은 계속 늘어났는데, 2011년 이후 최소 39개의 시장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규모 면에서도 북한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2011년 이후 114개의 시장이 확장됐는데, 총면적은 약 150만 스퀘어 미터(1617만 스퀘어 피트), 45 4천 평이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북중 국경의 봉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세운 자력갱생에 따라 시장의 성장은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고 보글 씨는 밝혔습니다. 북한의 경기침체와 시장의 위축으로 더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치 않았다는 겁니다.

 

[제이콥 보글] 한 예로 2019년에는 전국적으로 2만 3천 스퀘어 미터 (약 7천 평)이상 면적의 새 시장이 지어졌는데, 이후 2021년까지 고작 630스퀘어 미터 (약 190평) 정도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거의 성장이 멈췄다고 봐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와 북중 국경 봉쇄에 따른 무역 중단 등이 시장 활동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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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역에 걸쳐 형성된 시장 / Jacob Bogle, AccessDPRK.com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6 9) RFA에 북한에서 시장을 통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의 시기는 끝나가는 분위기가 이미 감지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2020년에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통제가 급속히 심해졌습니다. 우선 식량 판매에 있어서 계속 압박을 주고, 국영 식량판매소를 통해서 판매하는 제도를 조금씩 도입시키고, 그래서 사람들은 시장을 통한 자유 거래, 경제 활동의 폭이 넓어졌던 시기는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고, 주민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을출 교수도 국가가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국가적 자력갱생이 강조되면서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지난 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시장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국가적인 자력갱생을 하겠다는 했잖아요. 국가적인 자력갱생은 좀 더 질서 잡힌 자력갱생, 즉 시장도 국가가 주도하겠다는 겁니다. 국가가 관리하고 이끌어가는 시장화를 지향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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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통일거리시장의 모습 / AP

 

북한 주민의 생활 기반인 시장포화상태에서 구조조정 가능성도  

 

북한에서 무역일꾼으로 일했던 탈북민 김혜영 씨는 (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RFA에 코로나와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활동 위축에도 북한 주민들의 장사 욕구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시장이 북한 사회의 중산층을 발전시켰고, 기본적인 경제활동과 생활 수준 향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김혜영 (가명)] 하지만 이제 북한의 인구 구성도 장마당 세대로 바뀌었고, 젊은 세대들은 한때 돈주가 됐거나, 돈을 벌어 잘 먹고 잘살아 봤고, 외국물도 경험해 본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경험했던 물질적 풍요는 잊을 수가 없고요. 그래서 장사를 아무리 통제해도 멈추지 못하고, 좋았던 시절을 갈망하면서 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2018년에 발표한 북한 시장에 관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이 소득의 75%를 시장 활동을 통해 벌어들였고, 김정은 정권도 매년 시장 임대료로 수천만 달러( 5900만 달러)를 거둬들이는 등 북한 경제의 주축이 된 시장의 역할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500개에 육박한 북한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시장을 대신할 상업망이 발달하고, 북한 주민의 생활이 다양화하면서 시장에 대한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은이] 김정은 정권의 10년을 전기와 후기로 나눠본다면 전기에는 시장이 많이 늘어났지만, 후기에는 그렇게 수적으로 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장마당이 더 팽창할 만큼 수요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미 코로나 전에 많이 만들어졌고, 포화 상태라는 거죠. 또 북한 주민들의 삶이 다양화하면서 백화점, 마트 등 여러 가지 상업망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 이후에 좀 더 많은 구조적인 개혁과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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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 있는 한 백화점의 생활용품이 진열된 창가. 김정은 정권에서 새로운 소비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 AP

 

이런 가운데 당분간 시장 활동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임을출] 당분간 적어도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하는 상황에서는 국가가 북한 내에 있는 모든 자원을 총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국정과제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국영기업 중심으로 이끌어갈 수밖에 없고, 시장 활동은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북한 주민들의 경제력과 생활 수준도 향상됐지만, 현재 북한 시장의 미래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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