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거 출마 탈북민 2명 “낙선했지만 도전 계속”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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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선거 출마 탈북민 2명 “낙선했지만 도전 계속” 영국 보수당 후보로 올해 지방 선거에 출마했던 박지현 씨(가운데)와 티머시 조 씨(왼쪽) / Julian Ellacott 트위터
/ Julian Ellacott 트위터

앵커: 최근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두 탈북민의 재도전은 아쉽게 낙선으로 끝났지만, 두 후보는 각각 인간승리의 날이다’, ‘졌지만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기쁨과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특히 소속 정당인 보수당의 참패로 끝난 선거였음에도 두 후보는 첫 도전 때보다 좋은 결과를 얻어 다음 선거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선거에 도전했던 두 후보의 소회를 노정민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티머시 조 씨 결과는 졌지만, 이긴 것 같은 마음입니다.”  

 

[티머시 조] 선거에서는 낙선했지만, 제 마음은 이긴 것 같은 느낌이고, 제가 저희 지역구 분들에게 좀 더 다가갔고, 그분들도 저를 안아주고 포옹해준 느낌입니다.

 

지난 5일 영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맨체스터 덴턴사우스구에 출마한 탈북민 티머시 조 씨. 낙선이 확정된 다음 날(5 7) RFA와 한 전화 통화에서 조 씨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습니다.

 

북한을 떠나 영국에 정착하고, 다른 영국 정치인들과 동등한 입장으로 선거에 출마하기까지 모든 도전의 과정들이 감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티머시 조] 특히 북한을 탈출해 여기까지 오는 과정들이 도전의 연속이었는데, 이 도전은 아름다운 경주인 것 같고요. 민주주의의 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저는 출마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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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 기간 유세 활동을 하는 티머시 조 씨 / 티머시 조 씨 제공

 

보수당 후보로서 올해가 두 번째 도전인 조 씨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조 씨가 받은 표는 794표로 작년보다 10% 더 많은 지지를 얻은 반면, 상대 후보는 지난해보다 300표 이상 떨어졌습니다. 올해 영국 전역에서 보수당에 대한 심판론이 확산한 중에도

조 후보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도가 크게 상승한 겁니다.

 

비록 선거 결과는 낙선이지만, 조 씨가 올해 선거를 긍정적으로 보고 마음은 이긴 것과 같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티머시 조] 제가 똑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니까 많은 지역구분들이 저를 알아보셨고, 제 상대 후보가 저를 완전히 자신의 라이벌로 인정한 부분이 보였어요. 왜냐하면 작년에 비해 제 표가 올라갈 확률이 높으니까 시작부터 초긴장을 하더라고요.

 

조 씨는 상대 후보가 자신을 ‘탈북자 출신 난민이 아닌 보수당의 후보로 인정하고 경쟁한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올해는 유권자들이 조 씨에 대해 탈북민이라는 배경을 보기보다 그가 걸어온 길과 지역 주민을 위한 공약에 더 주목한 것도 작년과 다른 점입니다. 특히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에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조 씨는 북한에서 겪었던 가난과 어려움을 떠올리며 선거 공약을 만들었습니다.

 

2008년에 정착한 이후 13년 넘게 영국 생활을 하고 있는 조 씨는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영어를 못해 말이 통하지 않았고, 직업은커녕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어 우울증을 겪기도 했으며 

대학에서 공부할 때는 집보다 학교 도서관의 책상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 노력한 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영국의 환경에 감사했다며,

그럴수록 북한에 남아 있는 주민들이 더 생각난다고 조 씨는 말했습니다.

 

[티머시 조] 그럴 때마다 상기하는 부분은 북한이라는 어둠 속에 아직 남아 있는 저희 형제자매들도 저처럼 자유의 환경을 만났다면, 저 같은 존재가 생겨날 수 있었을 거고, 더 많은 정치인이나 기업인들도 나왔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낙선이지만 조 씨의 도전은 멈추지 않습니다.

재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냐는 RFA 기자의 질문에 조 씨는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티머시 조] . 하겠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겠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먼 미래를 향해서 갈 겁니다.

 

조 씨는 영국에서 정치 경력이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내년 재출마를 목표로 지역 주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것은 물론 북한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제 인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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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와 함께 소회를 밝힌 티머시 조 씨와 박지현 씨 / 티머시 조, 박지현 씨 트위터

 

박지현 씨 낙선했지만, 인간승리의 날입니다.”   

 

맨체스터 램스보텀 지역구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박지현 씨도 (5 7) RFA비록 낙선했지만, 인간승리의 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자신이 더는 탈북 난민이나 이방인이 아닌 영국인으로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박지현] 저는 이방인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 같은 영국인이라는 마음으로 도전했거든요. 그 도전에 많은 분들이 저한테 표를 주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그 도전이 실패가 아니라 정말 승리의 날로 끝났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줬기 때문에 제가 인간 승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올해 박 씨의 출마는 작년과 달랐습니다. 지역구가 변경되면서 자신이 사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출마하게 된 겁니다.

 

또 올해는 당의 추천이 아닌 유권자들에게 직접 자신을 소개해 당당히 후보로 선출된 데다 보수당에 대한 심판과 참패 분위기였음에도 작년보다 300여 표가 더 많은 1284표의 지지를 얻은 점이

이번 선거에서 박 씨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박지현] 작년 선거하고 다르게 직접 주민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지역 주민들이 뽑은 후보자가 됐기 때문에 더욱 인상 깊고 뿌듯했고요. 제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후보자 한 명씩 인터뷰해서 후보자로 선정된 것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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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 기간 유세 활동을 하는 박지현 씨 / 박지현 씨 제공

 

탈북민이라는 배경보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약에 집중한 것도 주요 전략이었습니다. 오히려 인물을 꼼꼼히 살펴보는 유권자들이 먼저 박 씨에 대해 탈북민 출신이자 인권 운동가임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출마 의미에 대해 ‘이방인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정의합니다. 자신과 같은 탈북 난민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결과가 가려지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북한 주민들에게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큽니다.

 

또 선거 운동 기간 유권자들과 북한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유세 활동과 인권 운동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박 씨는 덧붙였습니다.

 

[박지현] (선거 관리 위원회 관계자분과) 북한에서는 단 한 번도 우리가 투표한 표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모르고, 투표의 권리도 없는데, 영국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투표의 권리가 있고, 사람들이 직접 와서 유권자들의 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까지 볼 수 있어서 너무 감격했다고 하니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북한이라고 하니까 많이 놀라시고, 북한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 물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국제인권단체 ‘징검다리의 대표로 있는 박 씨는 다시 북한 인권 활동가라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박지현] 비록 제가 낙선했지만, 우리가 얼마나 이제 좋은 곳에서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이제 알게 됐다는 점에서 제가 이번 선거에서 인간 승리라고 말한 겁니다. 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줬기 때문에 저는 이번 선거 기간에 할 도리를 다한 것 같습니다.

 

보수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영국의 지방선거에서 두 탈북민 출신 후보들의 약진은 당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음 선거에서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낙선도 유권자의 선택이기에 그 결과까지 소중하다는 티머시 조 씨와 박지현 씨는 앞으로 당당한 영국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게 될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다른 탈북민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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