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몸으로 때우는 평양시 건설 사업”
2023.03.23
앵커: 북한 평양시 5만 세대 건설 사업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목표인 5만 세대 중 1만 세대만 완공됐을 뿐 아니라 공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9·9절 거리지구의 건설 진행 상황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건설, 농업, 경제 전문가들은 내부 자재와 건설 장비에 필요한 연료 등이 한계에 다다랐을 것으로 진단했는데요.
박수영 기자가 전문가 3명으로부터 평양 5만 세대 건설 사업의 중간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했습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평양시 5만 세대 건설 사업.
북한은 오는 2025년까지 5만 세대 건설을 목표로 했지만, 완공을 마친 세대는 1만 세대에 불과합니다. 착공 후 일 년이 넘은 9∙9절 거리지구 건설 사업도 준공이 늦어지면서 5만 세대 건설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1월 31일, “1월 한 달 동안 9만 수천 명의 청년들이 평양시 건설에 동원됐다”고 보도했고, 지난해 9월에도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에 10만 9천여 명의 청년들이 ‘야간 청년돌격대’ 활동에 참여했다고 밝히는 등 최근 북한이 지방 청년들의 인력 동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설 장비에 필요한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평양 5만 세대 건설 사업 3년 차를 맞아 최대식 한국 토지주택연구원(LHRI) 북한연구센터장,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박사로부터 5만 세대 건설 사업의 중간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건설 동력 부족으로 청년들 대규모 동원”
- 우선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의 문제점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최대식] 올해 초에 보면 각 지방의 젊은이들이 평양 건설에 필요한 인력으로 대거 투입되는 상황을 볼 수 있는데요. 안 그래도 어려운 지방 사정이 동원 때문에 더 어려워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정은이] 건설은 전문 건설 단위에서 지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청년 돌격대처럼 전문가가 아닌 동원에 의해서 건물을 짓고 있고, 국가가 인력을 여기에 다 집중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면 다른 분야를 더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는 겁니다. 전문적인 건설 단위가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비전문가가 와서 짓는 건데, 이는 북한 체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 지적하신 대로 앞서 자유아시아방송도 지난달 27일 양강도, 함경북도 청년들이 평양시 서포지구 살림집 건설에 동원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건설에 동원된 돌격대는 시∙군마다 대대가 편성됐는데 대대 인원은 약 150~200명 규모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지방 청년들이 건설에 동원되는 사례가 부쩍 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김혁] 북한이 장비를 동원하기 어려울 때는 인력을 동원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기계에 필요한 연료 부족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서 결국에는 노동 인력 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올해 자원 인력을 모았다고 봅니다. 올해 한 달 사이에 10만 명이 자원 진출했잖아요. 그러니까 평양 새거리를 조성하기 위해서 기존에 있던 건설 동원 인력 외에 10만 명을 추가로 지원했는데 그만큼 건설 장비라든가, 건설 자재라든가 즉, 건설 동력이 부족하니까 인력으로 대응하려는 부분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평양 시 건설 사업으로 경제적 효과 기대
- 대북 제재와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국경봉쇄로 연료 수매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이 평양 5만 세대 건설 사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정은이] ‘왜 이렇게 코로나19 시기에 건설에 집중하느냐’를 봤을 때, 국내 자재를 건설 사업에 조달할 수 있는 거고, 이를 통해 돈이 돈다면 또 다른 산업의 연관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이라는 건 종합산업이니까 경제 순환의 의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혁] 평양이 북한 내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과 위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양 개발법이 따로 있고요. 중요한 것은 평양이 이렇게 발전하고 개발되면 다른 지역 북한 주민들이 ‘우리도 저렇게 바뀔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준다는 거죠.
수도와 지방 간 개발 불균형 뻔해… 지방 주민들 불만 우려도
- 한편 평양 5만 세대가 완공되면 평양의 범위가 동∙서∙북 방향으로 대폭 확장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른 영향을 예측해본다면요?
[정은이] 대규모 건설 사업은 평양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평양에 발전을 다 집중시키고 있잖아요. 이게 하나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균형 발전을 생각한다면 지방에도 (건설과 자재 공급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죠). 따라서 평양 5만 세대를 볼 때, 지방 주민들의 불만도 분명히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최대식] 북한의 도시계획법을 보면 도시 규모를 크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습니다. 한 곳으로 집중된 개발을 방지하면서도 사회주의 국가에서 도시 내 활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하나의 방편이거든요. 사실은 경제가 성장하면 필연적으로 대도시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특히 평양은 아마 지속적으로 인구 규모도 늘고, 도시도 확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 최 센터장님께서 도시 확장은 필연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도시 확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과제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최대식] 도시 확산의 과정을 얼마나 잘 컨트롤 해서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도 대도시로 빚어지는 혼잡이나 환경 등 도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 북한 당국에 대도시가 효과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체제 유지를 위한 통제도 필요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맞출 것인가가 고민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 “도시 확산 과정을 잘 컨트롤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대식] 기반 시설과 평양 주변에 부도심을 번듯하게 만든다든가, 예를 들어 한국 서울에 종로구·중구 중심으로 도심이 있었잖아요. 강남이 개발되면서 강남에 중요한 중심지가 생겼고 그 다음에, 여의도에서도 중요한 중심지가 생겼듯이 평양에서도 ‘도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라는 데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로부터 평양 5만 세대 건설 사업에 대한 중간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