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내년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
2024.10.30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 '군사 동맹’ 기대에 러시아는 신중... 북러 조약 '동상이몽'
[기자]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5일 북러 조약의 군사 지원 조항에 대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4조의 내용은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푸틴 대통령이 “필요에 따라 훈련 또는 경험 공유로 제한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현재의 북러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 조항이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여러 언론에서 보도하는 북한의 파병 이유에 대한 분석이 외부적인 시각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주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약을 전면적인 군사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이 러시아에 병사를 파병한 주된 이유입니다. 아시다시피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에 방북했을 때 김정은 총비서와 이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 조약이 북러 사이의 군사 동맹을 의미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 조약이 동맹을 의미한다고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김 총비서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반드시 참전한다고 강조하고 싶겠지만,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유사시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조약의 제3조에서도 실제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을 두 나라 사이에서 조정한다고 돼 있으며, 무조건적인 지원을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북한군 파병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이미 5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 당국은 시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즐기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하지만, 북한은 이를 한미일 등 나라들이 시도하는 문화 침략과 민주주의 확대 시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 28일, 한국 무인기가 평양에 삐라를 살포했다는 담화를 통해 비난을 반복한 겁니다. 북한은 2019년부터 한국 문화를 줄이기 위해 세 가지 법률을 제정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조함을 느낀 북한은 작년 말에 남북 평화 통일을 포기하고 한국에 대한 적대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또 올해부터 북한에서 공개처형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적대시 정책에 근거한 현상입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10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 적대시 정책을 헌법에 반영하려 했지만, 아직 그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 여전히 남북통일을 원하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역으로 보면 북한은 이러한 내부 혼란 속에서도 한국에 대한 적대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시도하는 문화 침략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 병사들을 러시아에 파병함으로써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여전히 한반도 유사시 개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김 총비서가 주장하고 싶은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위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 의미 없는 희생자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기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 한국식 휴전 또는 현 상태로의 동결 제안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러 간 군사 협력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을까요. 또 북한은 이로 인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까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를 공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을 전멸시켜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러시아군의 공격은 충분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군 특수작전 병사들이 쿠르스크주의 우크라이나군 보급소나 지휘소에 대해 파괴 공작을 수행해 주길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군은 쿠르스크주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SNS 영상들을 보면, 러시아군 병사들이 전차나 장갑차를 선두로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접근하려고 할 때, 우크라이나군이 드론(무인기)을 사용해 수류탄을 투하하면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드론은 카메라뿐만 아니라 적외선 감지 기능도 탑재돼 있어, 러시아군이나 북한군 병사들이 숨어 있어도 비교적 쉽게 찾아내 공격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 병사들에게 드론의 통신 전파를 방해할 수 있는 ‘드론 재머’(jammer, 전파 교란 장치)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드론은 통신 전파가 방해되면 가장 가까운 목표를 자동으로 탐지해 공격하는 학습형 인공지능 기능을 장착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보급선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대신 많은 희생자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파병된 북한 병사 중 다수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젊은 병사들이라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특수부대 병사를 제대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보통 5년 정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젊은 층이 많고, 특수 작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이들도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얻으려는 이익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군사 동맹’으로 격상하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군사 동맹으로서 격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병사들의 사상자가 많아지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무기 제공과 같은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 미국이 베트남(윁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에 대한 대가로 M16 자동소총 등 신무기를 제공하며 현대화를 추진했던 사례와 유사한 대응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며, 과거에도 중국에 최신 전투기 제공을 거부한 바 있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자국의 위협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러시아는 과거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이라는 목적 아래 북한에 IRT-2000 실험용 원자로를 제공했지만, 북한이 이를 통해 핵무기를 개발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스텔스 전투기나 원자력 잠수함 등 핵무기 관련 최신 장비를 제공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노동당 창건 80주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 방러 가능성 커
[기자]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내년에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북러 조약 비준서 교환이 완료된 후, 이를 직접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교환하는 행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그 시기와 개최 장소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에 방북했을 때, 다음에는 모스크바에서 만나자고 말했기 때문에 저도 김 총비서가 다음에는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은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과 같은 시기에 방문해 축하 분위기를 높이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내년은 북한의 새로운 5개년 계획이 끝나는 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5개년 계획의 성과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내년 후반기에 방문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북한 내부의 정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여유가 없다는 말인데요. 북한이 최근 여러 새로운 형태의 회의를 열거나,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하는 등 지금까지 없었던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내부의 심각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가 푸틴 대통령에게 위기 상황 시 러시아군의 개입을 요청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더 이른 시기에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한 사실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한편, 북한은 지난 25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다는 사실을 사실상 시인하는 입장 발표를 했습니다. 여기서 북한 외무성의 러시아 담당 부상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말로 북한군 파병이 국제법적 관점에서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것은 국제법상 위반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이번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싶어 합니다. 파병이 기정사실로 되면 군사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 완전히 숨기려 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파병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군 파병이 실제로 국제법 위반인지 여부를 살펴보면, 유엔 헌장은 회원국에 대한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무력행사가 인정되는 경우는 자위권 행사와 유엔 안보리가 인정했을 때, 이 두 가지뿐입니다. 이번 사안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상임이사국들은 당연히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자위권 행사를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인공기 표식을 드러내지 않고, 북한군 장교가 공식적으로 지휘하지 않으며, 북한군 장비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파병했다고 주장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의 김영현 국방부 장관도 북한 병사들이 실질적으로 용병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저 역시 북한 병사들이 용병이나 의용병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월경 공격을 시도했기 때문에 쿠르스크주 방어를 자위권 행사로 주장하려 하는데, 북한 역시 이러한 논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공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먼저 침략한 것이 원인입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주 공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사이의 관계가 인정된다면, 러시아와 북한의 주장은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점을 대비하면서, 한 나라로서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군대를 파병하지 않았으며, 용병이나 의용병 같은 존재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계속 남겨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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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끝으로 러시아 외무부의 랴브코프 차관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브릭스’(BRICS)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신청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평양의 친구들이 브릭스 활동을 지켜보고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답해 아직 공식 신청은 없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어떤 상황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한미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느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는 군사적 억지력 강화를 위한 접근이며, 본격적인 국제 교류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 홍수 피해 당시에도 북한은 국제기구나 중국, 러시아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외부 사회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브릭스’ 회원국으로서의 국제 교류 추진에 대한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북한이 ‘브릭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억지력을 높이는 데 있어 ‘브릭스’ 가입이 도움이 될지 여부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릭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집단적인 안전 보장 체제가 아닙니다. 또한, ‘브릭스’ 내부에서 브라질이나 인도는 유럽 국가들과 관계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가입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북한의 ‘브릭스’ 가입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