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 “여군들, 5년 내내 건설 공사만”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4.05.17
[북한 통신] “여군들, 5년 내내 건설 공사만” 건설 공사 현장에 투입된 북한 여군들
/ 은하별 TV 캡처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 강화로 정보의 공유가 차단된 북한에서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내부 취재협조자를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 등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북한 통신’,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합니다.]  

 

올해 북한 북부 지방에서 이뤄진 초모에서는 여성 입대자가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직 북한에서 여성의 입대는 지원제임에도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는 졸업생 10명 중 6명이 입대한다고 하는데요.

 

점점 남성 입대자의 수가 줄어들면서 부족한 병력을 여군으로 대체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도 있지만, 생활이 어려워 입대를 선택하는 여성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특히 북한 군인이 건설∙토목 공사에 많이 투입되는 만큼, 여군들의 노동력도 매우 중요한데요. 군복무 기간 사격 훈련보다 건설 공사만 하고 제대한 여성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부족한 병력 보충’, ‘생활고등으로 여군 입대자 늘어

 

[기자]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아시아프레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북한 남성의 군복무 기간은 8, 여성은 5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여성 입대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에서는 10년 가까이 매년 3~4월경 초모에 대해 조사해 왔습니다. 북한에서 초모는 한국에서 말하는 신병 모집입니다. 모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북한에서 남자는 의무제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군복무를 해야 하고, 여성도 일부에서는 의무제가 됐다는 말도 있지만, 여전히 지원제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전 세계에서 군 복무 기간이 가장 긴 나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약 8~10년까지 군복무를 한다는 말이 계속 있었는데, 이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공통적인 증언이었으니까 틀림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약 15년 전부터 북한에서 군 복무자가 많이 줄어든 아주 심각한 상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대기근 고난의 행군시기에 어린아이들이 많이 죽었고, 영양실조로 잘 성장하지 못해 입대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죠. 그래서 약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전후 입대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당시 김정일 정권은 두 가지 방법을 취했어요. 하나는 남성 입대자의 군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거죠. ‘아시아프레스조사에 따르면 군복무가 2010년 말부터 길어지면서 2019년도에는 (군복무가) 남성은 13년까지 연장됐고요. 여성의 군복무는 8년까지 길어졌죠.

 

[기자] 당연히 이에 대한 부작용이 생길 것 같은데요?

 

[이시마루 지로] 젊은 세대가 이렇게 오랫동안 군복무를 하면 사회에서 일해야 하는 귀중한 젊은 노동력이 여러 분야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북한 당국도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웠겠죠. 그래서 2022년도부터 군 복무 기간을 많이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3년이었던 남성의 군복무 기간이 2022년부터는 8년이 됐고 여자는 5년으로 단축됐습니다. 그것이 최근의 상황인 것으로 아시아프레스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기자] 그러면 대표님 북한에서 초모는 일 년에 한 번 합니까? 아니면 수시로 하나요?

 

[이시마루 지로] 제가 알기로는 기본적으로는 봄철인 3~4월에 대규모 초모가 있고요. 가을에도 소규모 초모가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프레스에서 조사하기는 약 90% 이상은 봄철에 입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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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북한 여군. / Reuters

 

[기자] 군복무가 의무가 아닌 여성들의 입대 지원자가 늘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말씀하신 대로 요즘 북한에서 군 병력이 너무 부족하니까 북한 당국이 여성 입대자를 권유할 수 있겠고, 둘째는 정말 살기가 너무 어려워서 군대라도 가야겠다는 여성들이 있는 건 아닌지,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네, 지금 말씀하신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프레스조사에 따르면 지금부터 약 10년 전인 2010~2015년 사이에는 여자 고급중학교 졸업생 중에서 군대에 가는 사람이 대략 3분의 1 정도로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평양이나 지역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지방 도시에서는 여자 졸업생 중 3분의 1 정도가 군대에 간다는 것이 대부분 우리 조사 결과였습니다. 북한에서 여성의 군복무는 의무제가 아니고 지원제입니다. 그런데 군에 입대하는 남성의 수가 많이 줄어들고, 2000년대 후반부터는 부대 편성도 제대로 못 하는 심각한 상태가 생기면서, 이걸 대신하기 위해 첫째는 남자의 복무 기간을 연장했고, 둘째는 여성의 입대를 많이 추진했습니다. 부족한 남성 때문에 여성 입대를 추진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거고요.

 

그리고 코로나 대유행 이후 상황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개인 경제활동에 대한 통제를 많이 하고 돈벌이가 어려워진 만큼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지금 일반인들은 굉장히 고달픈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면 일반 기업이나 사회에 진출해 직장을 다니는 것이 힘드니까 차라리 군대에 가면 굶어 죽지는 않겠지라고 해서 군대에 보내려고 하는 부모들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3~4월 중 입대 조사를 하면서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한 고급중학교에서는 여자 졸업생 중에서 60% 정도가 군대에 간다는 학교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지역별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자발적으로 군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특히 코로나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격 훈련 한 번 못 해보고, 건설 현장에만 종사 

 

[기자] 하나 더 질문드리면, 지금 북한 군대의 상황도 열악하지 않습니까. 군인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래서 부모들이 오히려 뇌물을 주고 군복무를 면제하려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과연 이렇게 여성들이 군대에 가서 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요. 두 번째는 과연 여군 병력이 부족한 남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지금 2024년에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아주 불안할 거고, 부모들도 걱정이 많을 겁니다. 군대에 보내려고 해도 군대에서 잘 먹여줄까’, ‘식량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까’, ‘특히 젊은 초병들에게 제대로 식사 공급이 될까란 걱정은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군대에 입대한 뒤 영양실조에 걸려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 않았습니까. 부모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그런 걱정을 많이 할 겁니다. 그래도 군대에 보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판단하는 부모가 많아진 것 같다는 게 최근 아시아프레스의 느낌이고요.


둘째는, 여성들이 남성 대신 어려운 군복무를 할 수 있느냐란 점인데, 북한 군대는 일반적인 건설이나 토목 공사에 투입되는 병력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런 일반 건설 부대나 토목 공사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부대에서는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게 일하고 있고, 부대에서도 그렇게 시킵니다. 어떤 여성은 5년 군복무 기간 사격 훈련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5년 내내 토목 공사, 건설 공사에 종사했다는 여성 군대 출신자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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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7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 여군들이 행진하고 있다. / Reuters

 

[기자]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서 군대는 국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력인데요. 여성들을 군에 입대시켜서 노동력을 계속 보충하려는 또 하나의 큰 그림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이시마루 지로] 또 하나의 부작용은요. 5년 군복무일 경우 대부분 여성이 제대하면 약 22~24살 정도가 됩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결혼해야 할 나이인데요. 그런데 군대에 많이 가면 결혼할 기회가 놓칠 수 있고요. 지금 북한에서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입대하는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결혼에 지장이 생기고, 저출산도 많아지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것도 앞으로 조사해야 할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기자] ,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최근 북한 여성 입대자가 늘고 있는 상황과 배경, 의미 등을 짚어봤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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