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들 경제활동 늘었지만 남녀차별 여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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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여성들 경제활동 늘었지만 남녀차별 여전”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AP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3월8일은 세계여성의날로 북한에서는 국제부녀절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북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성희 박사님, 북한은 그 동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의 경제분야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죠?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문성희 원래 북한에서는 ‘남자는 정치를 하고 경제 문제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큰 공장, 기업소 등을 책임지는 사람은 주로 남성들이었습니다. 다만 백화점이나 음식가게 등은 여자 지배인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북한을 다닐 때도 평양에서 잘 알려진 식당 같은 곳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경흥관이라는 유명한 식당 건물이 있습니다. 대동강맥주를 마실 수 있는 술집이나 결혼식장, 상점 등이 함께 들어간 그런 장소인데요. 거기 지배인은 여성이었습니다. 중국에 자주 가서 경영기법 같은 것을 많이 배워온다고 제게 말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자주 손전화로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습니다. 그 만큼 바빴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능력있고 경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도 대부분 여성입니다.

그리고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도 대부분 여성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요. 저도 장마당에 가면 활기 있는 여성들을 많이 보았어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여성이 많아요. 하여튼 북한에서도 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은 정말 커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여성들의 경제 참여는 역설적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사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화 하지 않았나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세대주는 국가가 지정한 직장에 나가야 합니다. 거기서 노임이 제대로 안 나온다고 한들 무조건 가야하는 것이지요. 세대주는 기본적으로는 남성입니다. 그래서 고난의 행군 시기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었을 때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거나 장마당에 가서 물건을 팔거나 해서 돈을 번 것이 여성들이었습니다. 원래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거나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지요. 그래서 남성들은 물건을 팔려고 하지 않았지만 여성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일은 해보자고 해서 장사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여성들도 적지 않게 있고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확대된 사경제 분야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처럼 고난의 행군을 이겨낸 게 북한 여성들이었는데 2003년에 북한 당국이 종합시장을 각지에 세우면서 거기에 가게를 꾸리는 것도 기본적으로 여성이 많았던 것이지요. 물론 불법으로 길거리에 서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만 이렇게 해서 사경제 분야도 발전한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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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교외에서 여성들이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연합

 

<기자> 이런 경제활동 참여를 통해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랄까, 가정과 사회 내에서 위치나 발언권이 더 커졌을 듯한데요.

문성희 원래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세워지기 전 임시정부 시기에 북한에는 남녀평등법이 제정됐습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는 빠른 시기에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가정주부라는 개념이 없어서 여성이라도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원래부터 높았다고 북한 당국은 주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뿌리 깊은 남녀 차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이 열려서 보도되는 것을 보면 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들입니다. 그리고 군대 지휘관은 모두 남성들이고, 요리나 청소 등 가정의 일은 여성이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중요한 직위에 진출한 여성들이 많은 것도 아니지요.

그러나 가정에서의 여성들이 발언권은 커졌다고 봅니다. 탁아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하루를 취재했을 때의 일입니다. 세대주도 함께 취재에 응했어요. 이 자리에서 그 여성이 남편을 보고 이 사람은 집세가 얼마인지도 모를 것입니다. 그 만큼 가정의 일에 둔하다는 것이지요.”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지금 여성들이 얼마만큼 씩씩한가에 따라서 그 집 생활이 결정된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정에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지만 여전히 북한 여성들이 경제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데 제약이랄까, 걸림돌이 있을 듯합니다.

 

문성희 그렇지도 않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물론 여성들이 경제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봉건적인 남성들이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여성들이 돈을 벌어야 생활을 해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제약을 할 수도 없습니다.

과거에는 예를 들어 행사를 돕는 접대원 같은 경우 결혼을 하면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접대원은 독신의 젊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그런 발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여성이 바깥에서 장사를 하는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여기는 남성들도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지금은 아까도 말했듯이 여성들이 돈을 벌어야 생활을 해갈 수 있기 때문에 걸림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북한 남성들은 장사나 가게를 꾸리거나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주는 여성을 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걸림돌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남성들의 머릿 속에 자기가 가족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발상이 있으면 그것이 걸림돌이 될 것이고 여성들도 남편뿐 아니라 시댁 어른들의 눈치를 본다거나 하면 경제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좀 꺼릴 수도 있지요.

 

<기자>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무역에서 국가통제를 더 강화하려고 시도하는 등 이전과 다른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요,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와 역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나요?

 

문성희 네, 무역의 국가 통제가 강화되면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장마당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그런 장사꾼들은 중국에서 물건을 구할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개인적인 통로를 통해서 물건을 구하고 있는데 무역에서 국가통제가 강화되면 개인 장사를 하는 여성들이 물건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물건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면 장사 자체가 성립이 안 되거나 장마당에서 가게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지겠지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도 낮아질 것이고 무엇보다 여성들이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봅니다.

다만 그렇게 통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잘 될 것이냐는 의문도 있어요. 국가통제를 강화한다고 말해도 나중에 다시 각 부서들이 각자 무역 관계를 맺는 경우는 이제까지도 있었습니다. 무역을 하고 있었던 기관과 외국 기업 사이에 일정하게 유지돼온 이익관계가 있는데 국가가 통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그런 관계가 갑자기 사라지겠는가 하는 문제도 있지요. 국가가 통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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