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 특집] ② “국경 다수 지역, 유튜버들의 활동 무대”
2024.09.11
앵커: 북한 양강도에서는 과거에 비해 시장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밀수에 대해서는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중 간 교역이 활발했던 중국 훈춘은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실정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월 하순, 중국 단둥부터 훈춘까지 북중 국경 지역을 여행한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로부터 최근 상황을 전해 들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양강도 혜산과 함경북도 나선에 관한 내용입니다. 보도에 서혜준 기자입니다.
침수 피해 심한 곳은 건물 철거 중… 혜산 시내는 괜찮아
[기자] 박종철 교수님, 양강도 혜산 쪽도 이번에 큰 홍수 피해를 입은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둘러보신 혜산시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박종철] 혜산 시내 중심은 압록강의 상류 지역이기 때문에 혜산이나 그 주변에는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또 혜산에는 강 주변에 북한 주민의 사생활(privacy)을 보호하기 위한 목재 가림막들이 많이 설치돼 있는데, 목재 가림막도 피해가 없더라고요. 목재 가림막 같은 경우에는 임시 구조물이기 때문에 바람이 세게 분다거나 물이 들어오면 쓰러져야 되는데 이 사생활 방지용 가림막들이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또 중국 유튜버들이 지금도 혜산 쪽을 촬영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방지하는 시설들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반면, 자강도 중강군의 서쪽 외곽에 있는 중상리 같은 저지대 지역은 피해가 심각했는데요. 중상리 같은 경우, 제가 작년에 봤을 때는 거의 완공을 앞둔 대규모 파란색 창고나 공장으로 추정되는 시설, 농촌주택 등을 건설 중이었는데, 올해는 심각한 수해를 입었습니다. 중상리는 제방이 없는 저지대이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양한 중장비가 동원돼 피해를 복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의주군이나 중강군의 일부 피해 지역에도 대규모 돌격대들이 와 있었고, 중장비들이 많이 동원돼 있더라고요. 양강도와 자강도에 동원된 중장비 번호판의 다수가 평양이었습니다. 현재 침수 피해가 워낙 심해서 건물을 아예 철거하는 단계예요. 제 추측이지만, 2016년도에 두만강에 홍수 피해가 있었을 때도 건물을 철거한 후 다시 신축했는데, 이번에도 철거 이후에 신축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양강도는 그동안 많은 북한 주민이 탈북한 지역인 만큼, 국경 경비가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압니다. 실제 모습은 어땠나요?
[박종철] 주로 탈북은 2010년대 중반 이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길림성 장백현이 관광지로 부상했고, 일시 방문하는 입장에서 탈북과 관련한 특별한 분위기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2010년대까지는 매년 초소와 철조망이 상당히 증가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남북 관계나 북중 관계가 경색되었을 때는 북측의 초소가 삼엄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2018년도 이후에는 철조망보다는 사생활 보호용 목재 가림막이 많이 설치된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19 이후 장백현에서 혜산을 망원렌즈로 촬영한 소셜커머스(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전자 상거래)가 많이 제작되었고, 또한 중국 왕홍(유튜버)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혜산 내부의 일상을 촬영해 중국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기자] 그동안 북한 당국이 시장을 많이 통제하고, 실제로 시장 활동도 많이 위축된 것으로 아는데요. 혜산시의 시장 모습도 보셨는지요?
[박종철] 중국 인터넷에서 지난 1년간 200여 개의 소셜커머스 방송에서 망원렌즈로 혜산시 곳곳을 보여줬습니다. 장마당도 여러 차례 촬영됐는데, 코로나 이전 제가 기억하는 혜산과 비교해 보면,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장마당의 활동이 조금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의주나 혜산 등 주요 지역의 장마당이 건물 내 마트 형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 장백현과 북한 혜산시 세관 내부에는 물류 트럭이 상당했는데요. 제가 오후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이것이 양국 교역을 준비하는 차량인지, 혹은 그냥 정차해 있는 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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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시, 밀수는 엄격히 단속
이런 가운데 박종철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지난 7월 27일부터 홍수 때문인지 비공식 무역, 즉 밀수 단속이 엄격해졌다’고 전했다”라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지난 2017년에 탈북한 장예은(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올해 7월부터 밀수에 대한 단속이 강화한 것에 대해 “국가의 수입을 확보함과 동시에 밀수를 통해 외부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장예은] 저는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물건을 사고파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 아무래도 국가 모르게 다른 나라와 연락을 하면서 탈북도 하게 되고, 이런 일들이 자꾸 발생하니까 단속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역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국가에 돈이 들어와야 되는데, 비공식적으로 하면 일단 국가에 돈이 적게 들어오고, 단속 물품 같은 것, 예를 들어 USB라든가 이런 것도 따라 들어올 수 있고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지난 9일 “최근 홍수 이후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북중 간의 공식 무역은 8월 중순 경부터 재개됐지만, 밀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측에서 준비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란 게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밀무역이라고 하면 차량과 담당자 등이 준비가 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압록강 주변, 즉 밀수 지점까지의 도로가 끊기거나 차량들이 (수해) 복구 작업에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내부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밀수업자들이 계속 (북한 업자들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또 그는 중국 세관이 무역에서 대북 제재 대상 물품을 제외하기 때문에, 북중 무역상들이 비싼 수수료나 적발 위험에도 밀수를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박 교수는 한국과 중국 유튜버들의 주요 활동 지역인 혜산시 상류 지역인 위연동, 강안동의 야간 불빛이 이전보다 감소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혜산시 중심부에서 약 5km 떨어진 위연동에는 신발 공장과 맥주 공장 등이 있고, 북중 국경과 가까워서 과거 밀수가 활발히 이뤄진 곳이기 때문에 낙후된 지역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탈북민 장 씨는 위연동이 국경 옆에 있다 보니 북한에서는 오히려 중국에 ‘보여주기’ 식으로 아파트를 짓고, 전기도 잘 공급해 왔다”고 말해, 최근 야간 조명이 줄어든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2010년 중반까지 위연동이 탈북과 밀수가 이루진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소셜커머스 방송을 비롯해 유튜버들이 상시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훈춘∙대련, 북한보다 러시아에 더 관심”
[기자] 교수님, 그동안 나선-훈춘을 통해 북중 간 경제 교류가 활발히 이뤄져 왔습니다. 이번에 살펴보신 이 지역의 경제 교류 현황은 어떻습니까?
[박종철] 중국 훈춘 권하세관 앞을 보면, 이곳이 관광지화돼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고, 물류 차량이 일부가 보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곳의 무역량이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훈춘이라든가 대련(다롄) 지역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 호황을 맞고 있어서 북한에 대한 관심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더 많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이 증가하면서 러시아에 수출하려는 많은 물자가 지금 이쪽으로 들어오고 있고, 러시아 관광객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자] 훈춘 지역에도 적지 않은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요. 최근 북한 노동자와 관련해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지요?
[박종철] 이 지역에는 주요 소규모 공단으로 훈춘, 도문, 남평이라는 지역에 있는데, 이 공단 지역에서는 노동자 이동에 있어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단둥 지역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대부분 소규모 공장이나 농장에 분산 배치돼 있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러나 두만강 지역은 중소 규모 공단이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 여건이 개선된 것 같고, 스포츠 시설이나 단체 활동이 가능한 설비도 계속 확충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식사는 제공되지만, 공터에서 채소를 기르는 노동자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귀국하는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현지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박 교수는 압록강을 따라서는 신의주와 혜산 등 큰 도시가 있고, 두만강에서는 함경북도 무산과 회령 등을 관찰할 수 있지만, 2015년부터 이 근처가 외국인 출입 금지 구역이 되면서 관찰이 쉽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두만강 일대는 올해 북러 간 정상회담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활발한 교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