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 특집] ① “북한 보자” 중국인 관광객 붐벼
2024.09.09
앵커: 북한 평안북도와 양강도, 자강도 등에서 수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이를 마주하는 중국 측에서는 휴가철에 북한의 모습을 보기 위한 중국인 관광객이 붐비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른바 ‘홍색관광’이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건데요. 현지에서도 오는 12월 전후로 삼지연 스키 관광이 재개될 거란 소문이 있다고 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월 하순, 중국 단둥부터 훈춘까지 북중 국경 지역을 여행한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로부터 최근 상황을 전해 들었는데요.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에 관한 내용입니다.
보도에 서혜준 기자입니다.
“신의주 등 큰 도시는 수해 심각하지 않아… 도시 주변 저지대 피해는 커”
지난 8월 하순 중국 단둥부터 훈춘까지 북중 국경 지역을 둘러본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박 교수가 방문했을 당시 중국도 지린성과 랴오닝성을 덮친 홍수로 인해 북중 국경의 331 국도에는 수십 톤의 바위가 떨어져 곳곳의 도로와 다리, 가드레일 등이 파손됐고, 강변의 농작물과 주택, 공장, 시설물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홍수 방지 대책이 열악한 북한 쪽의 피해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 교수는 지난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8월 말, 그가 북중 국경 지역의 수해 현장을 둘러보니, 의외로 평안북도 신의주, 자강도 만포, 양강도 혜산과 같은 큰 도시는 피해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제방이 낮은 저지대는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박종철] 신의주나 만포 등 비교적 큰 도시들은 거의 피해가 없었습니다. 단둥과 신의주가 제방을 비교적 높이 쌓은 지역인데, 그렇기 때문에 신의주 시내는 보호가 되는데, 신의주 주변에 있는 위화도나 의주 지역 같은 저지대의 경우, 의주의 여러 섬 지역의 침수가 상당히 심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 교수는 수풍댐을 비롯해 압록강 800km를 따라 건설된 6개의 주요 댐을 둘러봤는데, 수풍댐과 태평만댐 등은 한 달 내내 거의 만수위에 근접했고, 8월까지도 물을 방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는 중국 단둥, 림강 등 지역에서는 이번 홍수가 처음으로 수위 측정 장비를 넘어선 탓에 장비가 휘어져 있었고, 단둥의 내부 제방을 넘어 시내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북한 의주나 위화도에서는 3~4층 높이의 건물 지붕이 물에 휩쓸려 내려갈 정도로 수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습니다.
[박종철] 2023년 북중 국경을 갔을 때는 의주군 주변과 의주비행장 주변에 공장 혹은 창고로 보이는 신축 건물이 많이 보였는데요. 파란색 지붕이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홍수에 휩쓸려 갔거나 혹은 여전히 진흙탕으로 가려진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여집니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월 29일, 압록강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해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28일) 주민 구조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연구기관 스팀슨센터 산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지난 8월 초 촬영한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평안북도 의주군에 최소 4개, 신의주에 최소 2개의 텐트촌이 들어선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위성사진을 분석한 마틴 윌리엄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매년 홍수 피해를 겪고 있지만, 수해 지역에 대규모 텐트촌이 들어선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올해 홍수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박 교수가 제공한 사진에도 평안북도 의주군 어적리에 돌격대를 위한 수십 동의 파란색 천막 단지가 조성됐는데, 많은 인원이 복구 작업에 동원될 만큼 수해가 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홍색관광’ 인기에 중국인 관광객 몰려… 새로운 관광 상품 기대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북한을 볼 수 있는 ‘홍색관광’이 인기를 얻으면서 북중 국경 지역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렸습니다.
[박종철] 최근 중국 내에서는 ‘홍색관광’이라는, ‘좀 못 살았던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과 같은 북한을 보자’는 취지의 관광이 인기가 있기 때문에 관광객도 많았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북한이 굉장히 못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신의주에 고층 건물이 굉장히 많고, 예상보다는 불이 많이 들어온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2018년과 2019년에는 ‘북중 국경 1일 관광’을 통해 북한의 남양이나 신의주의 장마당을 구경하는 중국인들이 많았다며, 요즘도 싼값에 과거처럼 북한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홍색관광’이 되살아나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종철] 단둥에서 신의주라든가 장백에서 혜산 관광 같은 경우에 버스비가 왕복 (미화로) 10달러가 채 되지 않고, 하루 일정이 20~30달러 정도면 상당히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 여행사로서는 (여행객들이 몰리는) 흥미로운 시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박 교수는 현지 소식통으로부터 올해 12월 전후로 북한 삼지연에서 스키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며, “북한의 양강도나 자강도 일대 개마고원 삼수갑산의 풍경이 스위스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중국인들 사이에 있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개방한다면 상당히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단기 방문 형태로 찾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스웨덴(스웨리예)의 ‘코리아 콘설트(Korea Konsult)’와 중국의 ‘고려투어(Koryo Tours)’, 독일의 ‘락키로드트레블(Rocky Road Travel) 등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들도 오는 12월 삼지연 등을 방문하는 북한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박 교수는 “‘홍색관광’의 주요 지역인 중국 331번 국도를 따라 북중 국경 도로가 많이 개선돼 여행객이 증가했지만, 한편으로 외국인 출입 금지 지역이 확대하면서 북한을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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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압록강대교 개통은 여전히 ‘오리무중’
한편,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에 대해 중국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번 문 기간에 신압록강대교 위로 차량이 이동하고, 단둥 쪽에 새로 지은 국문만 세관을 다수의 인원이 정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이를 개통 준비로는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종철] (중국) 현지 주민 사이에서는 무역 회복이라든가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고, 단둥 지역은 북한 개방을 앞두고 오랫동안 많은 남방 사람이 와서 투자를 했는데 좀 지쳤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북중 간에 공식적인 무역이 세 곳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중국 훈춘 권하와 북한 라진 원정리, 그리고 중국 화룡시 남평과 북한 함경북도 무산 칠성리가 공식 무역 구간입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번에 중국 림강시와 북한 자강도 중강진 국경 다리, 중국 장백현과 북한 혜산시의 국경 다리 위에서 이동하는 화물 차량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중 국경에서 바라본 신의주와 남신의주 사이 1번 국도가 더욱 정비돼 있었고, 야간에도 가로등이 켜져 있었으며 자동차가 이동 중이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반면, 북한 노동자나 무역 일군들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는데 장기 체류한 노동자와 체류 기간이 만료된 무역 주재원들이 북한으로 귀국하고 있지만, 반대로 북한 사람이 다시 중국으로 파견되는 정황은 없었습니다.
[박종철] 단둥 내 상당수 무역상의 체류 기간이 만료돼 현재 대부분 귀국한 상태라고 합니다. 저희가 아는 분들에게 물어봤더니 식당에 있던 장기 체류 종업원들은 귀국을 했고, 아직 교대 인원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 상황은 ‘상당히 더디게 일부 인원만 귀국하고 있다’ 이 정도로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단둥 시내의 대형 쇼핑몰에서 귀국을 준비하는 일부 북한 무역 일군과 노동자들이 가족이나 친척, 친구의 선물을 구매하고 있다는 목격담도 전해 들었다고 박 교수는 말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