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 특집] ③ “중, 연내 북중 정상회담 목표”
2024.09.12
앵커: 북한과 중국 사이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저명한 북중 관계 전문가인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러 간 군사 협력을 통제하고, 북한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르면 10월 초, 늦어도 연말 안에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방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건데요.
서혜준 기자가 북중 국경 지역 현황과 북중 관계 등에 관해 박종철 교수와 대담했습니다.
“두만강, 압록강 일대에 대규모 목장 감소… 뙈기밭도 없어져”
[기자] 박종철 교수님, 지난 8월 하순 중국 단둥부터 훈춘까지 북중 국경 지역을 여행하셨는데요. 이번에 목격하신 북중 국경의 전반적인 홍수 피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종철] 홍수 피해에 대해서는 한국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현장 상황과 달리 좀 과도하게 선정적 장면만 선택해 보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대 최대 기록적인 폭우였고, 수량계를 넘어서는 홍수였음에도 김정은 시대에 지속적인 제방 공사와 산림화가 진행되었는데, 어느 정도 홍수 피해를 방어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의 변화와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 평가해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소규모 산사태로 철길과 도로 곳곳이 유실된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산림 녹화의 영향으로 대규모 산사태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반대로 북한이 어느 정도 개발되면서 도시 또는 마을 간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제방을 아직 쌓지 않은 마을이라든가, 제방 밖에 있는 마을의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피해가 더 극대화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신의주 시내를 방어하기 위해 외곽 지역의 제방을 인공적으로 폭파한 흔적도 보였습니다. 상공에서 본 신의주 시내와 주변 지역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의 도시와 농촌에서는 매년 확연히 다르게 천지개벽 수준으로 주택 개량 공사와 산림화가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앞에서 이야기한 제방의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어느 정도 개발되면서 도시 또는 마을 간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했습니다. 제방을 아직 쌓지 않은 마을이라든가, 제방 밖에 있는 마을의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피해가 더 극대화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신의주 시내를 방어하기 위해 외곽 지역의 제방을 인공적으로 폭파한 흔적도 보였습니다. 상공에서 본 신의주 시내와 주변 지역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의 도시와 농촌에서는 매년 확연히 다르게 천지개벽 수준으로 주택 개량 공사와 산림화가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앞에서 이야기한 제방의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자] 수해를 입은 지역은 상황이 매우 심각한 것 같은데, 앞으로 복구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박종철] 평양 등 외부로부터 대규모 인력과 다양한 중장비가 동원돼서 지금 (수해) 복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상당히 적은 장비가 동원되는 것이겠지만, 제가 국경을 관찰한 20년 사이에 전례 없이 많은 수의 중장비가 동원됐습니다. 또 중장비가 동원되려면 그만큼 석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맞습니다. 중국 인사들과 면담에서 중국 측도 화물과 차량 증가에 주목하고 있는데,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산 석유가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피해가 적은 신의주, 만포, 혜산 시내 중심 지역에서는 내부 차량 이동이 상당히 증가했더라고요. 다양한 차량들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최근에 외부에서도 차량이 반입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추정할 수가 있습니다.
2016년도 두만강 홍수 피해 복구 상황이 좀 연상됐습니다. 평양 등 대도시에서 대규모 돌격대와 군대가 동원됐었는데, 이때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 아닌가라고 보여집니다. 곳곳에 파란색 텐트를 치고, 거기에서 숙식을 하면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압록강에 무너진 많은 주택 잔해물이 떠다니고 있고 강변에도 쌓여 있었는데, 피해가 상당했음을 방증하고 있고, 또 곳곳에 주민들이 불을 피우고 무언가를 소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전염병 같은 게 퍼질까 봐 잔해물들을 소각하거나 강물에 투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대규모 인원이 텐트에서 숙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 수인성 전염병이 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2016년도 홍수 피해 복구 이후에 상당히 많은 수의 제방을 건설했는데, 이번 홍수에 어느 정도는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는 외형적으로 어느 정도 기초적인 복구가 이루어지면서 상당히 많은 주택과 제방을 재건하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하단리 일대에서 기존의 살림집과 건물을 철거하고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Planet Labs
[기자] 실제로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신의주에서 대규모 건설 공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지방발전 20x10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힘에 부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종철] 실제로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평양의 대규모 인력과 중장비가 압록강변에 동원됐기 때문에 평양 살림집 건설과 지방발전 20x10정책에 어느 정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또 대규모 인력과 자원을 동시에 동원하면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피로도가 상당할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또한 2016년 두만강 홍수 당시 빠른 복구의 이면에는, 8년이 지난 현재 다수의 주택은 유리창이 아닌 비닐을 끼워 넣었고요. 많은 주택의 외벽이 파손돼 떨어지면서 누수 흔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피해 주민들이 골조와 내장이 완성된 주택을 제공 받았지만, 대부분은 골조만 제공받고, 아직까지도 개인 부담인 인테리어 내장 작업을 끝내지 못한 주택이 상당수 남아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골조와 내장이 건축 비용의 반반인데, 북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에서는 주민의 경제력에 따라 내장을 한 주택과 골조만 사용하는 주택으로 나눠지는데, 같은 주택 단지에서도 격차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또 이번 홍수로 파손된 제방에서도 일부 부실 공사 흔적이 관찰됐습니다.
[기자] 교수님께서는 매년 북중 국경을 여행하시는데, 올해 8월 말 북중 국경 지역을 둘러보시면서 과거에 비해 중요한 변화를 느끼셨나요?
[박종철] 첫째로는, 2010년대 초반 국경 지대는 벌거숭이 산들이었고, 주택들도 모두 회색이었는데, 지난 10여 년간 혁명적 수준으로 색채가 화려해졌습니다. 또 신의주나 혜산 같은 도시, 또는 북중 국경에 있는 중강군 ‘3월 5일 청년동광’(호하로동자구)과 같은 광산 도시의 경우는 비교적 부유하기 때문에 불빛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둘째, 논밭은 반듯반듯한 경지가 증가하고 있는데 아마도 농기계를 사용하는 지역이 증가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반면, 산림녹화에 따라서 뙈기밭은 상당히 축소됐는데, 과거에는 힘들게 올라가는 지역에도 뙈기밭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올라가기 어려운 지역에는 뙈기밭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 보니, 특이점으로는 양강도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뙈기밭이 많은데, 이는 아무래도 양강도 지역이 여전히 경제적으로 낙후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산림화와 뙈기밭도 상당한 지역 격차가 있어 보입니다. 셋째, 열차와 화물, 자동차 등의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영양 섭취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체형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북한의 두만강, 압록강 일대에 양이나 말, 염소, 소 등의 목장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목장들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몇 마리씩 염소나 소 등을 기르는 개인 축산 형태만 보이고 있는데, 방목 형태의 목장들이 사라진 점에 대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2005년 처음 북중 국경을 방문했을 때는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 1차선의 산길이었는데, 지금 중국측 국경에서는 포장도로와 고속철로 대폭 개선되었고, 331 국도의 북중 국경이 홍색관광 지역으로 부상했고, 왕홍(유튜버)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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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0월 초, 늦어도 연말까지 김 총비서 방중 목표”
[기자] 요즘 북중 관계가 예전같이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양국 사이에 이상 기류가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지금의 북중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종철]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 김정은 총비서가 해외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중국일 거라고 모두 다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북러 사이에 두 차례 정상회담이 있었고 북중 사이에 상호 나쁜 일은 없지만, 뭔가 좀 삐걱거리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북한이 다양한 국가들, 특히 미국과 관계가 소홀한 국가나 기구와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반미 전방위 외교를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김 총비서의 방중이 지연되면서 일부에서 북중 관계의 이상설이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 학자들은 ‘미묘한 관계’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중 관계 이상설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미시적인 경제무역 활동을 증거로 대고 있는데요. 북중 무역이 제재 틀 안에서도 교류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예상보다 양국 경제활동의 회복이 느린 점을 두고 ‘북중 관계가 이상하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압록강대교 또는 북한 만포와 중국 집안을 연결하는 만포대교 등이 개통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의 동해 출해와 관련해 눈에 보이는 활동이나 노동자 재파견 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볼 때 ‘북중 관계의 표면적인 지표에 이상설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한국 내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분석과 달리 북중 관계의 역사적 사례를 비교해 보면, 현재 북중 관계는 한중 수교 이래 최상의 전략적 협력 관계로 관리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세계 질서를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중∙러의 전략적 경쟁 상황과 대결 구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고, 또한 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도 어느 정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북중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면 북중 사이에 주요 쟁점 현안은 어떻게 토론이 되고 있습니까?
[박종철] 북한은 현재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틀을 넘어서 북러 협력을 하고 있는데, 중국도 북한에 전향적 협력을 해준다면 ‘제재가 무력화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중국은 책임 대국으로서, 또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과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중시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생존에 필요한 인도주의적 조치를 지원하는, 미국과 북한을 어느 정도는 동시에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는 중국식 실용 외교, 혹은 절충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이런 점에 대해서 북한 전략가들은 상당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인 것 같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 즉 미국과의 글로벌 협력과 주변국 안정이라는 상호 모순 속에서 결론적으로 현상 유지만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2018년도부터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동결하고 있는데, 중국으로서는 핵의 수평적 확산을 막는 매우 중요한 장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했고, 핵을 보유했기 때문에 핵보유 저지는 어쩔 수는 없겠지만, 북한의 핵 보유 환경하에서 중국이 북한을 관리하는 수준의 목표가 핵의 실전 배치를 막는 것을 레드라인(한계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의 ICBM 탑재를 막기 위해서는 비군사적 분야에서 제재의 틀 내에서 북한 주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고 협조하는 것인데, 실제로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의 사례와 같이 제재의 틀을 넘어설 수도 있고, 또는 제재 틀 내에서도 좀 더 화끈하게 북한을 지원하길 바라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자] 북중 관계를 미묘한 상황으로 평가하고 계시는데요. 그렇다면 김정은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언제쯤 만날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박종철] 중국 지도부가 봤을 때는 북러 군사 협력이 중국이나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수준이 되어서도 안 되고, 또 이러한 북러 군사 협력을 통제하고 중국의 주변국 안정을 위해서 북한을 관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관리하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김 총비서가 방중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중국 건국, 그리고 북중 수교 75주년인데, 가장 빠른 시기로는 오는 10월 1일부터 10월 6일 사이에 김 총비서를 방중시키는 것을 단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올해 안에는 꼭 방중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중국 인사들은 김 총비서의 방중을 위한 마지막 쟁점 현안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넘게 중국과 북한 사이에 쟁점에 대한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의 회색지대에서 러시아와 같은 화끈한 협력, 동해 출해를 위한 두만강 하구의 인프라 재정비, 신압록강대교 등 다양한 국경의 개통, 노동자의 대규모 재파견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시적인 양국 사이의 쟁점도 중요하지만, 올해 중국과 북한 내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국제 정세는 역시 미국 대선입니다. 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과도 연관돼 있고, 북한의 러시아 인력 파견이나 경제무역협상 등 다양한 핵심 국가이익과도 결부돼 있습니다. 북한 전략가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늦어진 김 총비서의 방중 일정과 관련해, 미국의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직접 청취하려 할 겁니다. 따라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어느 정도 결정된 이후, 김 총비서의 방중이 실현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자] 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종철 한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와 함께 북중 국경 지역의 현황과 북중 관계를 짚어 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