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리정호의 눈] “김정은, 트럼프 당선에 복잡한 심경일 듯”
2024.11.06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김정은은 지금 복잡한 심경일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북한도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큰 관심을 보였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러시아와 밀착한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어찌 보면 4년이라는 시간은 짧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기 내에 어떻게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에 합류하도록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또 김정은을 ‘친구’로 부르거나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장기 집권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 대통령은 임기 4년짜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과거의 대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트럼프보다 푸틴을 더 중시할 것”
[기자] 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5일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4년 만에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가게 됐는데요. 이전에도 말씀하셨지만, 북한도 이번 대통령 선거를 관심 있게 지켜봤겠지요?
[리정호] 네. 북한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큰 관심을 기울였을 겁니다. 미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북한의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 대내외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비핵화와 연계된 대북 제재 해제라든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정당화 문제, 한국과의 첨예한 군사적∙정치적 대치, 그리고 인권 문제 등이 있는데, 하지만 북한은 역사적 고찰을 통해 누가 대통령이 돼도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어떻게 미국 대통령을 유리하게 이용할지에 대해 고민하겠죠. 제 생각에는 김정은이 트럼프 당선인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을 더 중시할 겁니다. 또 북한은 앞으로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사실 미국 내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습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도 없고요.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내내 “김 총비서와 좋은 관계를 맺었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그와 잘 지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김 총비서가 자신을 기다릴 것이라며 구애의 메시지도 보냈는데요. 지금 러시아와 손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까지 한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어떤 관계를 가질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리정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으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김정은은 지금 복잡한 심경일 겁니다. 김정은이 과연 미국과 러시아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게 될까란 질문에 저는 김정은이 러시아를 더 선호하고, 피로 맺은 장기적인 동맹관계를 가지려 노력할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을 '친구'라 칭하며 친서 교환도 했기 때문에 다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국제 무대에서 자신을 인정받으려 할 수 있고, 대북 제재의 해제도 시도할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과 협상을 하며 비핵화 또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에 대해 압박할 수 있겠죠. 이 때문에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반드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제가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핵을 가진 독재자와 세 차례의 만남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을 자신의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어떤 외교적 성과나 북한의 비핵화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단적인 성과만을 강조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4년 동안 미북 관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4년이라는 시간은 짧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기 내에 어떻게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에 합류하도록 변화시키는 실질적인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트럼프, 임기 4년 안에 실현 가능한 대북 전략 세워야”
[기자]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김 총비서와 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지난 2019년 베트남(윁남) 하노이 정상회담 협상이 결렬된 이후 과연 김 총비서가 또 미북 정상회담에 응할지도 궁금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비핵화 문제는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요?
[리정호] 저는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자신이 재집권하면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을 평양에 초청해 자신의 대외적 입지를 강화하고 핵보유국을 인정받으려고 시도할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북 제재와 인권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당면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중국과 대만의 전쟁 위기 등 시급한 국제정세를 관리해야 하고, 미중 경쟁과 국경 문제 등 복합한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해결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는 전략을 반복할지, 아니면 실질적인 비핵화를 실현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2018년과 2019년에 머물러있지 않습니다. 그는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해 당당한 핵보유국임을 국내에 선포했고, 하늘이 무너져도 비핵화는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 군사 강국인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까지 참가했습니다. 따라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했지만,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인 대화보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김정은의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는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 백악관 관리 “트럼프 재선돼도 미북회담 예측 어려워”
[39호실 리정호의 눈] “북 잇단 도발은 강력한 지도자 노림수”
[기자]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톱다운 즉,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의사결정 방식으로 김 총비서와 직거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스타일인 데다 뭔가 큰 업적을 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물론 이 때문에 비핵화 의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리정호]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김정은 정권은 미국 대통령을 임기 4년짜리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트럼프 당선인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울 겁니다. 미국은 지난 32년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실패했죠. 냉정하게 말하면, 오늘날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큰소리치며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게 된 것은, 과거 미국 정부가 제대로 된 대북정책이 없이 북한에 속아 끌려다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보좌관들이 올바른 비전을 갖고 비핵화 정책과 협상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당선인은 협상에서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거래적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또는 일부 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일부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핵무기를 몇 개 회수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장기 집권하는 김정은은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면 또다시 지하 핵시설에서 계속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가동할 겁니다. 폐쇄된 북한 체제의 깊숙한 곳은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거래는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 협상을 재개한다면, 미국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버틸 경우 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 두 손을 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을 ‘친구’로 불러주는 것은 미 대북정책에 역효과”
[기자] 지난 시간에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김 총비서의 집권 초기부터 선택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트럼프 당선에 따라 북러, 북중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리정호]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넘어 강력한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2014년부터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필요에 의해 성사됐습니다. 김정은은 중국 시진핑과 관계가 매우 좋지 않고, 중국 일변도 무역과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습니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고립된 북한의 외교적 선택지를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면서 미북 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최근 북한과 중국 관계가 거의 적대국 수준으로 악화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 정부가 이를 잘 이용한다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와 개방 문제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대표님께서는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직전 직접 백악관에 조언하신 것으로 압니다.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상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리정호] 제가 하고 싶은 조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앞으로 4년 임기 내에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하고 실행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 북한은 미국 행정부의 임기를 이용해 협상과 도발을 반복함으로써 시간을 벌어왔습니다. 이제는 북한의 이러한 전술에 속지 말고, 임기 4년 안에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북한의 시간 벌기 전술을 차단하고,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의 생존이 위험하다는 최후통첩을 제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김정은을 ‘친구’로 부르거나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격을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김정은은 인민에 의해 선출된 정상적인 국가 지도자가 아닙니다. 또 그는 인민을 무자비하게 처형하고,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는 반인륜적 범죄자로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독재자에 대한 친근한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북한인권문제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서 북한 주민이 자유와 생명권을 찾아주고, 북한을 개방하도록 한국,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주길 바랍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미북 관계 전망’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