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심리학자 “외교적 고립 벗어난 김정은, 자신감 두드러져”
2023.11.16

앵커: 전직 미국 외교관 출신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독재자들의 심리상태를 연구해 온 케네스 데클레바(Kenneth Dekleva) 박사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지도자’임을 과시하고 싶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는 김 총비서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가 이른바 ‘3R(ruthless, rational, resilient)’, 즉 무자비하고(ruthless), 합리적이며(rational), 매우 회복력이 강한(resilient) 성향이라고 평가하면서, 특히 최근 대외적 행보를 재개한 김 총비서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심리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클레바 박사와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데클레바 박사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심리 상태에 관해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3년 넘게 국경을 차단하고 다른 나라와 교류를 중단했던 김 총비서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다시 대외적 행보를 과시한 김 총비서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켄 데클레바]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코로나 대유행 기간 외교적 고립에서 분명하게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그가2011년 12월 권력을 잡은 이후 6년 이상의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2018년에 갑자기 국제 무대에 등장한 것과 유사합니다. 당시 김 총비서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윁남)하노이,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여러 번 만났으며, 2019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또 2018년에는 한국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회담했는데요. 그 당시 그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 자신감을 표현하고, 이를 국영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다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러 정상회담은 그에게 큰 성공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보다 김 총비서에게 더 유리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김 총비서가 내년이나 그 이후에 중국과 더 많은 외교적 접촉을 시도하고, 시진핑 주석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말아야 합니다.
<기자>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 북한이 더 가까워지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사이에 심리적, 감정적 상태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켄 데클레바] 북러 정상회담이 두 지도자 모두에게 긍정적이었지만, 특히 김 총비서에게 더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러시아로부터 미사일과 위성 프로그램에 관한 장기적인 과학적, 기술적 지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분명히 위성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에 김 총비서가 방문한 군사∙항공우주 시설의 상징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종종 북한의 과학적, 기술적 능력을 과소평가했지만, 북한이 올여름 시험발사한 ‘화성-18형’의 능력과 핵무기, 잠수함 발사 무기 프로그램, 그리고 사이버 능력은 분명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위성 능력을 개선한다 해도 놀랍진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김 총비서가 강하고 자신감 있게 보이려는 야심찬 부분을 잘 보여줍니다.
<기자>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데요. 푸틴 대통령의 심리 상태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켄 데클레바] 과거에도 제가 언급한 적이 있는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북한의 김 총비서는 모두 제가 말하는 ‘3R(ruthless, rational, resilient)’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무자비하지만(ruthless), 합리적이며(rational), 매우 회복력이 강합니다(resilient).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마주한 어려운 시기에서 회복력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나이에 비해 건강합니다. 또 북한과 밀착에서 그의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그는 국제적으로 기소된 전범으로서 더 이상 할 수 없는 유럽과의 외교적 접근을 포기하고, 이란, 중국, 북한, 시리아와 같은 파트너들, 그리고 중동, 아프리카를 비롯해 베네수엘라처럼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다른 국가들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봅니다.

<기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도 질문 드리겠습니다. 국제적인 지도력(리더십)을 보이고 싶은 중국이 북러 간 밀착관계를 무조건 환영하기엔 어려운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요즘 시진핑 주석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켄 데클레바] 저는 시진핑 주석이 최고의 자신감과 회복력, 능력을 가진 지도자의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시 주석은 현재 중국 경제의 둔화, 인구 문제, 증가하는 청년 실업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지도자로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여러 가지 외교적 성과를 거뒀습니다. 예를 들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신흥경제국 그룹) 공동체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 및 기반시설 사업)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포함한 여러 새로운 회원국을 환영했으며, ‘상하이 협력기구’에서도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60개국 이상의 지도자들이 참석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elt and road initiative)’ 회의는 시 주석에게 큰 성공이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곧 김 총비서와의 만남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켄 데클레바] 시 주석이 결국, 김 총비서와 만날 것으로 보지만, 그에게 적합한 시기에 그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그것이 현재 북한에 대한 시 주석의 이해관계와 부합한다고 봅니다. 시 주석은 안정된 북한 정권과 한반도를 원합니다. ‘혼란’을 경계하는 그에게 ‘안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당의 통치와 국내 통제, 국제 관계의 안정입니다. 저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처럼 어떤 혼란을 일으키는 인물이라기 보다 오히려 국제기구에서 더 많은 자리를 원하며,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시 주석이 이른 시기에 김 총비서와 만남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놀랍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에게도 중요한 일입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 2.0’ 정책은 실패의 그림자가 짙고 효과가 없습니다. 미북 간에는 2019년 이후 외교 활동이 없었고,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은 계속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이 압력을 가해 북한을 다시 외교의 장으로 끌어들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6자 회담 2.0’과 같은 것을 위해서 말이죠.

“북한∙러시아, 하마스처럼 과감해질 수도”
<기자> 북한, 러시아, 중국의 지도자들 사이에 공통적인 심리적 성향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며, 이것이 앞으로 국제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십니까?
[켄 데클레바] 제가 앞서 그들의 무자비함을 지적했듯이, 그들은 모두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국제적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겁니다. 시 주석이 지난 2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했던 중요한 발언 중에 “우리가 지난 100년 이상 보지 못했던 세계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가 있었습니다. 저는 시 주석이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위험은 김 총비서나 푸틴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최근 이스라엘에 했던 끔찍하고 잔인한 공격처럼 과감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대만과 관련해서도 장기적인 위기를 뜻하며, 남한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기자> 미북 관계와 관련해 김 총비서의 관점에서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지켜볼까요? 이미 만난 적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선호할거라 보십니까?
[켄 데클레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주고받았던 '사랑의 편지'들을 고려할 때, 김 총비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더 미묘한 관점에서 보면 이미 김 총 비서는 미국과 외교에서 멀어졌다는 겁니다. 현재 그의 시선과 열망은 대미외교가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항상 중국과 소련을 이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지금의 노선을 유지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미 외교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 김 총비서는 젊고, 시간도 그의 편입니다.
<기자> 박사님께서 쓰신 책 “마지막 바이올린 연주자(The Last Violinist)”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그 책에서 깊이 탐구된 ‘배신’과 ‘운명’,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주제들이 실제 오늘날 여러 국가 지도자들의 심리 상태에도 적용될 수 있나요?
[켄 데클레바] 저는 정신과 의사이자 전직 외교관입니다. 또 두 편의 소설도 썼는데요. 하나는 "협상가의 십자가(The Negotiator's Cross)"란 제목으로, 멕시코와 러시아에서 인질 협상에 끌려간 미국인 신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은 "마지막 바이올린 연주자”(The Last Violinist)란 제목으로, 탈북민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책에 대한 배경을 말씀드리면, 저는1976년에 유고슬라비아에 살고 있었고, 당시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 해에 국제 대회가 열렸는데, 젊은 북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우승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성호였던 것 같습니다. 대략 저와 비슷한 19살이나 20살쯤 됐을 겁니다. 그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는 환상적이었고, 관객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콘서트가 끝난 뒤 그는 두 명의 보호자와 함께 서 있었고, 김일성 주석 배지를 파란 정장에 달고 있었습니다. 그와 악수를 했는데, 수십 년 후 그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그의 삶에 대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이 소설은 그의 연애는 물론 트라우마, 특히 ‘고난의 행군’ 기간 100만~3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했을 때의 심적 고통, 그리고 그가 유럽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어떻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 많은 부분이 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인데요. 왜냐하면 소설 속 그의 어머니는 러시아인이었고, 그의 아버지는 고위 북한 군사 정보관이었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것이죠. 또 그의 탈북과 그 후에 일어나는 일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기자> 북한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전체를 ‘악마화’하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박사님의 책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김정은’이라는 것도 역설적이면서 인상적이었는데요.
[켄 데클레바] 네. 그건 소설가로서 ‘놀 권리’라고 할까요. 흥미롭게도 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예술을 사랑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권력 서열에 오르는 과정에서 연극, 드라마, 음악, 무용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심지어 남한에서 두 명의 유명 영화 감독을 8년 동안 납치해 북한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북한의) ‘인간화’(to humanize)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사람을 어떤 괴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 책을 통해 다른 문화를 가진 심리적 문제와 인간성 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탈북민의 사랑과 배신, 로맨스, 열정, 포부 등을 보여주고 싶었죠.
저는 직접 북한에 가본 적은 없지만, 여러 번 갔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북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들을 모두 흑백으로 보거나 인간성이 결여된 사람으로 보는 것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이므로 마음과 문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70개국 이상을 여행했고, 여러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간성과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김정은, 젊은 세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고민해야”
<기자>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지도자에 대한 심리 분석이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외교 정책을 이해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십니까?
[켄 데클레바] 제가 25년 이상 이런 일을 해왔기 때문에 약간 편향된 답변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할 겁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북한의 김 총비서,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등의 심리적 동기와 이것이 정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위기와 협상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그들의 열망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에 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그것은 어느 정도의 공감 능력을 필요로 하죠. 물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 신장과 홍콩에서 인권을 침해한 시진핑 주석, 또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십만 명을 가둔 김 총비서 등에 공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권력을 유지하는 것 외에 그들이 자국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희망과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그들의 어린 시절과 젊은 성인기의 형성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그들이 권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누구에게 의존하는지를 이해하는 접근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들 나라에서 새로운 청년 엘리트 계층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세대인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모두 70세이기 때문에 이들의 경력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 총비서는 젊은 엘리트 계층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들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 사회에서 다양한 수준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자녀들입니다. 그들의 열망은 무엇일까요. 북한의 보안, 정보 분야에서 일하는 군사 지도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는 북한의 미래와 비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자> 네, 데클레바 박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 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