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파병군, 파괴∙납치∙암살 등 특수임무 가능성”
2024.10.23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 특수부대 파견은 ‘양날의 검’… 우크라이나에도 큰 부담”
[기자] 마키노 기자님,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교전 중인 러시아에 특수 부대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번에 북한이 보냈다는 특수 부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대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군 특수부대 약 1천500명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국정원이 23일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추가로 1천500명이 더 파병돼 이날 기준 약 3천 명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특수부대 병력은 약 20만 명이며, 이 중 약 8만 명은 남북 군사분계선을 따라 배치된 경보병입니다. 북한은 원래 특수부대로서 '폭풍군단'이라고 부르는 제11군단을 보유해 왔는데, 이 부대는 지난 2017년 열병식에서 육해공의 조력부대를 통합한 특수작전군으로 공개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특수작전군의 병력이 최대 1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남북 군사분계선 주변에 배치된 경보병은 한국 전방 지역에 진입을 시도하는 반면, 특수작전군은 후방에 진입해 교란 작전을 펼치고 최고지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에 러시아에서 군복을 지급받은 북한군 병사에 관한 영상을 보면, 이들이 경보병보다는 경험이 적은 특수작전군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보통 8~12명 단위로 나뉘어 비밀리에 (작전 구역에)진입해 여러 기간 시설을 파괴하는 임무를 맡습니다. 또 고위 인사 암살 임무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7년 열병식에서 야시경과 저격총으로 개조된 소총을 든 모습도 공개된 바 있습니다.
[기자] 북한 특수부대가 처음 만난 러시아군과 협력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북한 병사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합동 군사훈련을 한 경험도 없기 때문에 국정원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와 조선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을 선발해 군사활동을 조율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전술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같은 최전방 지역으로 보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국정원의 국회 보고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의 사기와 체력은 뛰어나지만, 드론과 같은 무인기를 활용한 현대전에는 익숙하지 않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의 특수부대 파견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북한군 특수부대는 러시아 쿠르스크주 등지에서 우크라이나의 보급선을 파괴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경이 길기 때문에, 8~12명 단위의 소수 병력이 발전소나 철도 같은 시설을 파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에 대한 암살이나 납치 시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불시에 들이닥칠 북한 특수부대를 경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습니다.
북한군의 특수작전부대는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식량이나 물이 부족해질 경우 우크라이나의 민간 거주지에서 강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병사들이 자신들보다 더 풍요로운 생활을 목격할 기회가 생기면서 일부가 탈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이나 정부 관계자를 파견한다는 미확인 정보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정보 수집과 연계 강화가 목적일 수 있으며, 북한 병사의 탈북 시도에 대비해 이들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북한군 파병 인정 쉽지 않을 것
[기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 21일 크렘린궁 회견에서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병사를 파병했다는 한국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말을 흐리고 원론적인 반응만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편, 지난 23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라며, 처음으로 북한군 파병을 인정했는데요. 그럼에도 러시아가 사실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이런 식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간단히 말씀드리면,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한, 자신들의 국익에 반하는 결의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러시아는 과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찬성해 북한과의 군사적 거래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군 파병을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는 지금까지도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나 포탄을 제공받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국정원이 23일 국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9월 13일 김정은 총비서와 한 회담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북한군의 파병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쇼이구 서기가 방북해 김 총비서와 독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중대한 요청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은 이러한 러시아의 요청을 받고 급하게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도 최근까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인데요. 북한이 이러한 침묵을 유지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북 확성기를 통해 북한 주민과 군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소식이 북한 내부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러시아의 입장을 배려해 파병 사실을 숨기는 것 같습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보상을 기대하며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 사회에서 우려나 반발이 생길 가능성을 걱정하는 부분도 큽니다. 과거에는 입대가 식량 확보의 수단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변해 군에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많아졌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병사들이 식량 걱정은 덜하겠지만, 전쟁에서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상황을 계속 마주해야 할 겁니다.
자식을 전쟁터로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는 분명히 없을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에 전해지면 북한 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정원의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병사들의 가족들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며, 북한 당국은 이들을 격리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내에서 혼란이 확산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군 파병에 불쾌한 중국, 대북 경제 지원 축소
[기자] 중국 외교부는 지난 21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한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에 대해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BRICS(브릭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제 협의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는데요. 현재 중국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중국 정부와 언론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2일 카잔에서 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깊은 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이는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항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북한군의 파병 문제로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크게 악화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다만, 중국도 북한군의 파병이 동북아시아의 안보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북한의 행동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불쾌하게 여겨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일시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총비서가 자강도 재해 복구 현장을 시찰하면서 11월 초에 끝내겠다고 했던 주택 건설 공사가 12월 초로 연장됐는데, 이는 중국의 시멘트와 건설 자재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북한 농업에서도 사료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중국이 식량 지원을 줄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북한의 행보에 대해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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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20일, 북한 최선희 외무상은 한미일이 주도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출범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며, 이에 가담한 국가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에 발족한 다국적 제재 감시반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공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과거에 유엔 전문가단 소속으로 활동하던 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결론은 새로운 제재 감시반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유엔의 대북 제재 전문가패널은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했기 때문에, 모든 대북제재 위반 의심 사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두 나라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입장 때문에 일부 사례는 보고서에서 제외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검증된 위반 사례가 공식 발표된 뒤에는 국제 사회에서 강제력을 갖고 제재가 이행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발족된 다국적 제재 감시반은 유엔이라는 틀 바깥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신뢰성과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사우스(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국가들 사이에서도 제재 위반 문제에 대한 이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국가들에게 인권 문제나 정치 체제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러한 나라들은 새로운 체제의 감시단 측과 협력하지 않고, 자료 제공이나 이들의 현지 방문도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새로운 대북제재 감시단은 정치적인 선전을 위한 기관으로 남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