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적대시’ 헌법 개정 지연, 북 내부 갈등 시사”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0.10
“‘한국 적대시’ 헌법 개정 지연, 북 내부 갈등 시사”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방영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 의제표.
/ 유튜브 ‘메아리’ 채널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한 매체도 모순된 보도북 내부에 혼란과 갈등 가능성

 

[기자] 마키노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정부가 국군의 날에 공개한 '현무-5' 미사일을 조롱하면서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럽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 보도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를 시찰하면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비난하고, “북한은 핵 강국으로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 주권을 침해하려 시도하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동원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는데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 김정은 총비서가 한국 국군의 날 행사 이후 핵 선제 사용까지 언급한 것은 매우 과격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뿐 아니라 김 총비서가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중대한 시사점을 갖는다고 봅니다. 여러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한국이 최근 공개한 '현무-5' 미사일이 북한을 크게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무-5'는 탄두 중량이 약 8톤으로,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벙커버스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스라엘이 지난 9 27 (전 헤즈볼라 사무총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약 100발의 폭탄으로 지하 18미터에 위치한 벙커를 폭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방공 시스템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은 북한에 상당한 충격이 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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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도자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Sayyed Hassan Nasrallah)가 사망한 현장 모습. / REUTERS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조선중앙통신이 8일 발표한 보도에서 김 총비서가 국방대학을 방문했을 때 원래 우리는 한국과 전쟁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김 총비서가 최근 과격한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긴장이 고조하는 것에 대한 속도 조절을 노린 발언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만약 이런 상황에서 김 총비서의 발언이 속도 조절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북한 지도부 내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난 7일에는 최고인민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이 '통일'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과 남북기본합의서 파기를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요. 이번 최고인민회의와 관련해 공개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7~8일에 열렸다고 보도했지만, 한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반영한 헌법 개정에 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다음 회의 때 한국을 적대시하는 내용을 헌법에 반영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시가 있었음에도 헌법 개정 결과가 보도되지 않은 것은 김정은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남북 관계의 긴장이 너무 고조한 상황에서 헌법 개정을 했어도 이를 공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지도부 내에서 대립이나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 연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편, 북한군 총참모부는 같은 날 남측과 연결된 도로와 철도를 9일부터 완전히 차단하고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이번 최고인민회의 보도와 북한군 총참모부의 발표가 크게 대비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군이 남북 간 적대 정책이 미뤄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스스로 한국을 향한 적대 정책을 발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북한 내부가 결속해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군과 당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사례를 고려하면, 현재 북한 내부에서 유사한 권력 다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적인 예로 김정일 시대에 개성공단 설치를 둘러싸고 군과 정부 간에 대립이 있었고, 당시 박봉주 총리가 2007년 무연탄을 외화벌이가 아닌 국내 에너지 용도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가 교체된 적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헌법 개정이 지연된 것은 북한 군과 당 사이에 권력 갈등이 있음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쿠데타나 군사적 혼란의 징후는 안 보이지만,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관영 매체에서도 모순된 보도가 나오고 있어 이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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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한국 합참의장이 지난 10일 서울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남북 단절 조치를 하는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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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신임 일 총리, 북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의사 전달

 

[기자] 지난 10 1,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부임했습니다.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비교했을 때 대북 정책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시바 총리는 취임 후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에 전달됐는데, 가족 모임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합니다.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자세는 기본적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르게 접근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 모습입니다. 그 배경에는 이시바 총리가 오랫동안 자민당 내에서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와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당내 야당으로서 오랜 기간 겪어 온 정치적 고립의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 모임은 이전부터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는 북한에 속는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해 왔습니다. 아베 전 총리도 가족 모임 측과 특별한 친분을 맺은 바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시바 총리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과거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한 바 있지만, 그중에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가 많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만든다면, 여러 정보 채널을 통해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고, 북한과 신뢰를 구축할 계기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통해 일본에 거짓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그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기초가 되는 다양한 정보를 연락사무소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현재 일본 내에서 '강한 리더'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했는데, 오는 10 27일에는 중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부정 사용 문제에 대한 강한 반발이 있어, 자민당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자민당 내에서는 정치자금 부정 사용 문제로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들이 이시바 총리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시바 정부가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때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시바 정권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북한은 북일 협상에 큰 관심을 두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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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10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제27차 아세안-일본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AP

 

[기자] 이시바 총리는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을 제안하면서 일본의 자주적인 국방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상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는 다자간 안보 체제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 미국 허드슨연구소에 낸 기고문에서 '아시아판 나토' 창설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가입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협력을 얻어내지 못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동아시아에서는 이러한 동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제안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반론도 제기됐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 최근 방위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수방위라는 기본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맹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가 침략을 당했을 때 동맹국이 군사 개입을 약속하는 것인데, 일본은 헌법상 이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가치관이 유사한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아시아에는 이미 여러 다자간 협의체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아세안에는 베트남(윁남), 라오스, 캄보디아와 같은 국가들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 바로 실현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일본 내에도 있습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총리를 지원할 외교∙안보 분야의 브레인(정책 참모 및 전략 자문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상이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의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이 안보 면에서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줄이고, 자국의 방어 역량을 강화하려는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국방 정책 노선이 앞으로 미일 간 대북 공조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시바 총리가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미국도 환영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시바 총리는 괌 등 해외에 있는 미군 기지에 자위대를 주둔시키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력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있는 자위대가 해외 미군 기지에 주둔하더라도, 이것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 헌법 제9조의 제약) 오히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이, 미군이 필요로 하는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건조하고 정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사용했던 여러 장비가 퇴역할 시점에 다다르고 있지만, 새로운 장비의 배치가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는 미국의 군수 산업 기반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국방 예산이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본과 한국이 부족한 장비를 생산하고 정비하는 것이 미국의 군사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미일 3국은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지만, 이시바 총리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고,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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