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에이즈 실태, 현실은 더 심각”
2023.09.25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 18일 공동으로 발간한 ‘보편적 의료보장에 대한 추적: 2023 글로벌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보편적 의료보장 서비스 보장 지수는 2021년 기준 68점으로 과거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년 73점, 2019년 72점을 기록한 바 있는데요. 우선 하락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안경수] 북한은 비교적 낮은 점수인 68점을 받았죠. 북한이 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은 요인을 살펴봤더니, 영유아 예방 접종 분야와 결핵 관리 분야, 그리고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즉 에이즈를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치료 관리 분야가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코로나 상황이라는 특수한 요인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폐쇄돼 있어서 관리 체계가 안 된 측면이 반영됐다는 거죠. 북한만 보면 안 되고, 다른 나라와도 비교해 봐야 하는데요. 2019년보다 더 열악해졌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2015년과 비교해 2017년, 2019년에 점수가 늘었는데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보지도 않고요. 점수에 반영된 평가 기준 자체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당뇨병 유발이나 의료 인력 부분에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좋다고 나옵니다. 비전염성 질환, 만성 질환의 경우 양호하게 나왔습니다. 감염성 질환이 더 취약하게 나왔는데, 이것도 실제 상황과 다른 것 같습니다. 실제 상황은 비전염성 질환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기자] ‘보편적 의료보장 서비스 보장 지수’란 출산이나 산모, 신생아 및 소아 건강, 감염성 질환, 비감염성 질환에 대한 서비스 제공 역량 및 접근성 등 4개 영역을 16개 지표로 측정한 건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은 이 가운데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즉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접근에서 가장 낮은 18점을 받았습니다. 북한에서 에이즈의 발병률은 얼마나 되나요?
[안경수] HIV, 후천성 면역결핍증, 즉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평가 항목은 이 바이러스의 치료에 대한 평가인데요. 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란, HIV가 인체 내에서 복제되거나 세포 안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요소 중 하나가 활성화하는 것을 차단하는 겁니다. 지난 2019년 북한에서 에이즈 실태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북한 내부 기관과 외부의 비영리 기관이 들어가서 추정치를 발표한 건데요. 2018년에는 북한에 에이즈 환자가 8천362명이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처럼 폐쇄되고 독재 성향인 체제에서는 마약이나 인신매매, 에이즈 같은 경우는 굉장히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비영리 기관이 들어가서 조사한 이유는 북한 측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북한도 사실 1999년에 첫 감염자를 확인됐다고 하거든요. 북한의 공식 입장은 감염자 수가 몇 년간 계속 늘어나니까 비영리 기관과 같이 조사해 보자고 한 거죠. 사실 이 HIV 감염 실태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에이즈 관련한 위험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안경수] 북한은 성교육, 즉 성병과 관련해 사회 전체적으로 교양 수준이 낮고,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콘돔 보급률도 낮은 편이죠. 북중 국경지대와 큰 도시 중심으로 성매매 등이 음성화되어 있어 성적 접촉 양상이 높습니다. 북한의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상 에이즈 같은 질환에 대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은폐하려는 분위기가 큽니다. 에이즈 감염은 남성이 상당히 높은데요. 다른 나라의 비율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높습니다. 북한은 가부장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더욱 남성과 관련이 높은 질병에 대해 은폐하려는 성향이 더 커지는 거죠.
그리고 헌혈 및 수혈과 관련해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북한이 보건의료에서 위생적인 체계가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은 결핵 발병률이 높습니다. 결핵 보균자의 경우 HIV 감염이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높은 결핵 감염률이 HIV 치료를 어렵게 하는 위험 요소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또 동성애 등 성적 소수자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도 극도로 낮습니다. 그래서 관련 질병에 대한 위험 요소를 파악되기 힘들 만큼 열악하고 안정되지 못합니다. 주사를 공동으로 사용하면 에이즈 감염 위험 요소가 있는데요. 북한은 마약 주사와 관련해서도 공동 사용이 많은 요소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북한의 에이즈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에이즈 관련 관리와 치료는 무엇이 있을까요?
[안경수] 북한은 일단 각 지역에 ‘위생방역소’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위생방역소에서 성병을 관리하긴 합니다. 그런데 에이즈 검사를 하려면 혈액 검사 같은 키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많이 미비합니다. 북한은 에이즈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감염과 전파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 활동이 우선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치료나 관리가 어려우니까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체계적인 에이즈 환자 관리 체계가 너무나 열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이즈 환자 치료와 교육 활동도 전문 인력이 거의 없습니다. 사회 자체가 쉬쉬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예방 관련 선전도 잘 안 됩니다. 또 북한이 앞으로 차차 국경을 개방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내부적인 악화 요인도 많지만, 외부적인 에이즈 감염 요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에이즈 관련해서는 상당히 취약한 국가는 맞다고 봅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에이즈 치료와 관리가 어려워진 요소가 있습니다. 외부와 통제되고, 지원을 못 받으니까요. 에이즈 치료 관리가 양호했던 국가들, 즉 마다가스카르가 대표적인데, 이 나라의 점수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코로나19의 봉쇄로 인해 에이즈 퇴치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인 물가 급등으로 에이즈 대응에 관한 보건의료 자금 집행이 분산됐기 때문에 에이즈 관리가 양호했던 국가도 점수가 확 떨어진 면이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북한에도 적용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기자]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은 어떤 편인가요? 일반주민들도 치료제에 접근이 가능할까요?
[안경수] 평양의 중앙의료기관의 경우 에이즈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는데요. 사실 에이즈 치유라는 게 탈북민 조사를 해봐도 증언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결핵 정도까지만 증언이 있고요. 그 이유는 북한 체제 자체가 에이즈와 관련해 철저하게 함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의 공식 매체를 봐도 항상 아프리카 혹은 다른 나라의 에이즈 사례만 말하지, 북한 내 에이즈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혹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 있는데, 그때 인민대학습당에서 토론회 진행을 합니다. 유엔 기구 사람들이 오고 보건성 등에서 사람이 와서 ‘어떻게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인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예방에 관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에이즈 치료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관해 실질적인 증언은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중요한 점은 말씀드린 에이즈에 관한 위험 요소들이 개선돼야 에이즈 환자도 개선되는 건데 그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