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처럼 AI로 주민 통제 강화할 것”
2024.02.19
앵커: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가파른 발전 속도를 보이는 가운데 북한도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 발전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정보화 연구’ 논문을 쓴 한국 고려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의 백연주 씨는 북한의 정보화가 ‘양날의 칼’이라며 정보통신기술을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북한 체제와 주민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백 씨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 교육∙과학∙의료 등에 정보통신기술 보급 확산
[기자] 안녕하세요. 지난 12일, 박사학위 논문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북한의 정보화 연구: 북한 공식 문헌 분석을 중심으로’를 제출하셨습니다. 논문에서 “북한의 정보화는 양날의 칼이다”라는 표현이 참 와닿았는데요. 민주주의 체제의 정보화와 북한 체제의 정보화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백연주] 정보의 접근성과 자유 측면에서 보면 민주주의는 정보 접근의 향상과 정보 공유의 자유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정보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정보 자체의 흐름도 철저히 통제하고, 감시∙ 관리를 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주민들이 해외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고, 승인된 정보만 접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시민사회 참여와 표현의 자유 부분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보화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표현의 자유를 기본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시하고, 정치적 활동도 할 수 있는데 북한의 경우는 할 수 없잖아요. 오히려 체제 비판이나 반대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에 대해 처벌하는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북한의 정보화를 비교했을 때, 정치 체제 내에서는 정보화 기술의 사용 목적과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정보화가 주민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서 정보통신기술과 AI(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나 많이 활용될 수 있을까요?
[백연주] 북한의 정보화가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북한의 선전, 선동에 의하면 전국 단위에서 이러한 기술과 전파가 보급되고 있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런데도 일부 변화의 징후는 계속 관찰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말씀드리면, ‘광명’이라는 내부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북한 주민들이 교육, 과학 그리고 일부 북한 당국이 승인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성은 과거에 비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편의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휴대전화 사용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대북매체인 ‘38노스’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이 2008년 이후 14년 정도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데요. 이것을 보면 주민들 사이에 휴대전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두를 통해 정보가 교류된다면 시간 차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변화하고 있고, 일상생활에서의 편리성도 증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ICT와 AI 기술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무엇일까요?
[백연주] 최근에 나타난 변화 중, 대도시 즉 평양 중심이긴 하지만, 전자결제 체계를 도입하며 일부 상업 거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통적인 상거래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데요. 그래서 경제 활동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지 않나 보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화나 기술이 도입되면서 북한 내부의 시장 경제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마당의 경제활동에서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됐는데요. 정보 기술의 제한적인 활용이긴 하지만, 경제활동에 있어서 정보의 흐름을 일부나마 개선할 수 있어 앞으로 이런 시장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부정적인 측면은 무엇일까요?
[백연주] 부정적인 측면을 말씀드리자면, 정보 기술 도입이 북한 당국의 감시나 통제 수단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표현의 자유에 이런 기술적인 측면이 투입돼서 더 많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기술이 전국 단위로 도입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보의 불평등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주민이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북한 사회에서도 정보의 불평등이 심화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긍정적인 측면에서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부분도 양면이 있습니다. 경제활동의 변화에서 도시와 농촌 간,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화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격차가 생길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휴대전화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장사를 했을 때 차이가 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는 외부와 인터넷 접근이 제한되고 내부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의 지식과 정보로부터 좀 더 고립이 심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 ‘정보통신’,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주력 예상
[기자] AI 관련 기술은 인식 능력이 발전하면서 감시와 선택적 분류, 예측에 적합한 기능으로 확대됐고, 그래서 디지털 권위주의 체제에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셨습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사회적 통제 기능으로 더 활용될 것 같은데요. 북한 체제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백연주] 디지털 권위주의의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잖아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디지털 감시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북한도 사실 이런 제한적인 정보 공급, 기술을 토대로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학기술 전당에서 자료를 보기 위해 북한 주민이 접속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거기에 ‘누가 어느 정보에 접근했고’, ‘무엇을 열람했는지’까지 기록이 다 나옵니다. 북한이 이런 한 개인이 정보를 습득하고 열람하는 것까지 다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력이 점점 더 발전할수록 체제를 유지하면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것들로 기술력을 보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국의 예가 북한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실패한 통제, 감시 시스템을 중국이 어떻게 수정 보완해 가는지를 통해 북한 당국에서도 그런 부분을 북한 사회에 대입할 것이고, 취약 부분은 무엇이고 강점은 무엇인지 선별 검열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용이할 거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본보기 삼아 북한이 통제 기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겠죠.
[기자] 북한은 현재 AI를 음성인식, 번역, 생체 인증, 보안뿐 아니라 경제, 산업 현장, 의료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논문에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 AI 기술이 북한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게 될까요? 일반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까요?
[백연주] 가장 대표적인 게 교육, 그리고 보건의료 부분에서 뚜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감률로 봤을 때 조금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는데요. 극히 일부, 평양을 비롯해 선별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이런 기술이 도입됐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기성세대들보다는 북한의 신세대라고 불리는 10대 연령층들이 정보화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수혜로 인해 IT 이용, AI 기술 습득 능력이 다른 연령 세대보다 조금 높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북한 AI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백연주] 지금 AI 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잖아요. 북한도 그런 경향을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이 ICT,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해서 북한이 정보화를 꾀하려는 것이 결국에는 경제 발전을 위한 동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AI 기술을 경제 활동에 도입해 제조, 농업 그리고 다양한 경제 부분 작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것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해외 기술을 활용해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모습도 보일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지금 고립돼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 ‘북한이 경쟁력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첨단 기술 분야의 발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북한도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국제적으로 이런 기술을 경진대회나 소프트웨어 개발, 그리고 국제학술지 연구 성과 등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고, 특정 산업 분야에서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외국은 AI로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있는데, 북한은 어떨까요?
[백연주] 외국에서 AI로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잖아요. 장기적으로는 북한도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북한의 이런 부족한 재원과 인적 자원, 노동력 때문에 북한도 아무래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들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고도화된 기술력을 통해 경제적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고려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의 백연주 씨와 함께 북한의 정보통신, AI기술 발전이 북한 체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