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횡포 일삼는 안전원에 보복
2023.05.30
앵커: 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주민들이 법 집행을 구실로 온갖 횡포를 일삼는 안전원에 항의하거나 물리적으로 보복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북한에서 주민들이 안전원에게 항의하거나 받은 처벌에 대해 보복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생활고에 지친 일부 주민들이 법 집행을 구실로 온갖 전횡을 일삼는 안전원의 횡포에 맞서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행정간부 소식통은 28일 “얼마 전 놀라운 내용이 담긴 비밀자료 문건을 보았다”며 “작년 7~12월 사이에 양강도 각 지역에서 안전원의 횡포에 맞서 항의하거나 심지어 안전원을 때려 복수하는 등 지역에 소문난 큼직한 현상이 수십 건 넘게 발생했다는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자료에는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었다”며 “백암군에 사는 한 주민은 아들과 함께 길가에서 만난 안전원을 때려 머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혔는데 아내 직장에서 발생한 분실사고와 관련해 자기 아내를 도적으로 몰아 자백을 강요하는 등 범죄자 취급을 하며 인격모욕한 데 대한 앙갚음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혜산시의 한 운전수(운전기사)는 갖추어야 할 문건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휘발유와 돈 등 뇌물을 요구하며 차를 보내지 않고 2시간 넘게 억류하는 교통안전원의 횡포에 분노한 나머지 안전원의 오토바이를 차로 들이받아 대파시키고 주먹으로 때려 의식을 잃게 하는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김정숙군의 한 여성은 딸과 함께 가정형편이 어려워 직장출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기 남편을 무직건달자로 취급해 노동단련대 6개월 처벌을 받게 한 담당안전원의 집을 찾아가 출입문을 발로 차 부순 후 달려들어 팔소매를 찢어놓고 견장(어깨에 다는 계급장)을 뜯어 던지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도안전부가 작년 말 관련 자료와 함께 실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중앙에 제출했다”며 “내가 아는 안전원들도 법일꾼들에게 대드는 현상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무척 당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작년 6월 당, 정권기관, 근로단체조직들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준법교양과 장악통제를 강화하며 안전원의 법집행을 방해하거나 구타폭행하는 현상을 국가에 도전하는 행위로 보고 엄하게 취급할 데 대한 김정은의 방침이 내려온 바 있습니다.
소식통이 전한 사례는 김정은의 방침이 나온 후에도 어려운 생활고에 지친 주민들이 안전원의 횡포와 전횡에 맞서거나 항의하는 움직임이 여전히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다른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인민들을 못살게 구는 안전원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법집행을 구실로 온갖 횡포를 부리는 안전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시장에 가면 여성들이 단속하는 안전원에게 삿대질하며 큰소리로 항의하거나 다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안전원과 장사꾼과의 다툼이 벌어지면 장사하는 주변 여성들은 물론 장 보러 온 주민들까지 단속하는 안전원을 함께 조롱하고 항의를 한다”며 “연약한 여성이 단속하는 안전원에게 맞서거나 항의하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내 친구 몇 명은 앞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보위원과 안전원부터 제껴버린다고(죽인다고) 벼르고 있는데 주민을 못살게 구는 보위원과 안전원에 대한 분노는 양강도만이 아닐 것”이라면서 “주민들의 참을성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