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N전문가단 “새 대북제재 감시조직, 활동에 어려움”
2024.10.16
앵커: 새로운 대북제재 위반 감시조직인 ‘다국적 제재 감시단’(MSMT)은 같은 생각의 일부 국가들만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 문제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직 유엔 전문가단 위원들이 말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제재 위반 활동을 감시하는 조직인 ‘다국적 제재 감시단(MSMT, Multilateral Sanction Monitoring Team)이 16일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대북제재 위반 감시활동을 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하 유엔 전문가단)이 지난 4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임기연장 결의안 거부로 해체된 후 대안으로 출범한 조직입니다.
참여국은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
하지만 애런 아놀드 전 유엔 전문가단 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새로운 대북제재 위반 감시조직은 정당성(legitimacy) 문제로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조직은 유엔 전문가단과 달리 유엔 안보리 결의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의 눈에 신뢰가 부족하게 보일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아놀드 전 위원] 유엔 전문가단은 유엔 안보리 위임하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대표들로 구성됐습니다. 전문가단 위원들은 자신의 국적국 이익을 대변하지 않지만 전체 합의를 통해 최종보고서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정당성이 새 조직에는 없습니다.
아놀드 전 의원은 이 때문에 일부 국가들은 새 조직을 주로 서방이 지원하는 조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슐리 헤스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 위원도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엔 전문가단은 ‘유엔’이라는 이름 하에서 편지, 보고서, 기타 문서를 유엔 기호와 함께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헤스 전 위원] 그래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유엔 전문가단) 보고서의 결과를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유엔 기호 없이 소수의 국가들이 북한 제재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라면 훨씬 덜 수용적일 것입니다. 아울러 이 소수의 국가들의 북한 대북제재 위반 활동 조사에 응답할 국가와 기업, 개인의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코 다케우치 전 유엔 전문가단 위원도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로 조직된 이 새 조직이 대북제재 위반 조사활동을 벌이면 이 문제에 중립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북한을 지지하는 국가들로부터 비판이나 외교적 압박을 두려워해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를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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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 전 위원은 또한 새 조직이 입증되지 않는 대북제재 위반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 보고서에 언급된 기업이나 개인들이 조사팀 일원이나 해당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엔을 상대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유엔 전문가단은 보고서에 기재한 내용으로 소송을 당하지 않았지만 새 조직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알라스테어 모건 전 유엔 전문가단 조정관도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새 조직의 활동을 후원하지 않는 국가들이 이 조직의 조사 방문을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이 조직이 발견한 대북제재 위반 활동과 그 절차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한 법률자문이 필요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에릭 펜턴-보크 전 유엔 전문가단 조정관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궁극적으로 새 조직의 신뢰성은 대북제재 위반 감시 보고서의 질, 정확성, 독립성에 의해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거부해온 러시아와 중국은 새 조직의 보고서를 비판할 것이지만 이제 이들이 보고서 작성에 영향을 주고 검열하는 것은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새 조직은 대북제재 위반 감시 뿐 아니라 제재를 집행하는데 더 집중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