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러관계 우선시하며 대미 긴장관계 장기화”
2024.05.02
앵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을 우선시하고 미국과의 긴장은 장기화될 것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한국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원구원이 2일 주최한 ‘북한의 국제정세인식과 대외 대남전략 변화’ 통일학 포럼.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탈냉전기 북한이 긴장 고조를 통해 추구하던 목표와 현재 북한이 긴장 고조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탈냉전기에는 북한이 긴장조성을 통해 미국과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미국과의 정치ㆍ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되더라도 상당기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러한 달라진 배경에는 중국, 러시아라는 존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북미관계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러시아 쪽으로 북한의 관심이 점차 분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 자신들은 계속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고 그렇다면 미국과의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가 우선 중요한 거 아니냐라는 게 북한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을 묵인한다면 사실상의 핵 보유국의 길로 가는 길이 있지 않을까라는 게 북한의 기대인 것 같고요.
이와 함께 최 책임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조짐은 이미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미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공언했고, 그때 김 총비서의 이야기들이 지금 대외전략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전”이라며 ‘빅딜’을 언급하는 미국에 대해 “그런 식 계산법에 흥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또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12월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것은 결국 자력갱생 혹은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제재를 돌파해나가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 김정은이 하노이 노딜 이후 계속 하고 있는 말이 미국과의 싸움은 이제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입니다. 그럼 장기전을 이기기 위해서 북한이 무엇을 해야 되느냐? 2019년 말에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정면돌파전’이라고 밝힌 것은 결국 자력갱생을 통해서 혹은 중국과 러시아하고 협력을 통해서 제재를 돌파해 나가겠다 라는 것이 북한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어 최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이른바 ‘신냉전’ 구도에 수동적으로 편승하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유리한 대외환경을 주동적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고, 최근 중국, 러시아도 미국을 향한 북한의 비난에 공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협력에서 이탈한다면 대북제재의 효과는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유엔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전문가 분석은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총선 결과 및 미국 대선 전망과 한반도 평화’ 토론회에서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이미 과거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크게 실망했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과 수준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접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이른바 ‘빅딜’을 추진한다고 하여도 지속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대북정책이 아니라고 보고 진정성을 갖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오히려 북중, 북러 관계가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