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5% ‘통일 필요없어’…2007년 이후 최고치”
2024.10.02
앵커: 한국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3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이 연구기관이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일 학술회의에서 공개한 ‘2024 통일의식조사’ 결과.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0%로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중은 36.9%에 그치며,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통일 필요성에 대해 ‘반반/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28.1%를 차지했습니다.
‘통일의식’ 분야 발표에 나선 김범수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했다”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률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응답은 조사 이래 최고치인 35%로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이런 추세가 아마도 1~2년 더 지속될 경우에 크로스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이 분단된 상태인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은 31.2%로 조사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여건이 성숙하기를 기다려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5.6%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또 올해 조사에서 ‘통일이 한국에 이익이 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43.0%에 그치며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고, ‘통일이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는 응답은 57.0%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통일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33.9%는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27.9%는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를 꼽았습니다.
한국인의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올해 26.5%를 나타내,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올해 조사 결과에서는 ‘북한 정권 신뢰도’ 등 대북인식 질의에 대해, 응답자 정치성향에 따라 차이를 나타냈던 과거와 달리 진보, 보수 간 격차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북인식’ 발표를 진행한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남북 ‘적대적 2국가’ 선언이 한국 진보층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기존 진보층의 경우 북한에 대해서 좀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의 ‘2국가 선언’ 이후 진보층이 북한에 대해 신뢰를 거두었다, 기대를 거두었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조사에서 ‘탈북민을 친근하게 느낀다’는 비율은 17.5%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는데, 이에 대해 최은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북한을 적대적 관계로 인식할수록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탈북민을 만나본 경험이 있을수록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지는 상관관계도 확인했다며, “언론 매체 등을 통해 탈북민과의 접촉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최은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만난 경험이 있었던 사람일수록 탈북민에 대해 친근감이 있고 탈북민 수용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통일 필요” 한국 초중고 학생 49%...처음으로 절반 못미쳐
“한국인 10명 중 3명, 통일 필요없어...역대 최고수준”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통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북한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김택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배경지식이 높아질수록 통일 필요성, 통일 가능성 의식, 통일에 대한 관심 등 모든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북한 주민들의 삶과 북한 체제 실상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도 통일 인식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대한 지식이 통일 필요성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토론에 나선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책적 함의가 매우 큰 발견”이라고 평가하며, “구체적 정책으로 발전시킬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