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한국, ‘통일’ 더 강하게 주장해야”
2024.05.31
앵커: 한국 국회 입법조사처는 북한이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통일론을 버렸지만, 한국은 통일 방안을 더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 입법조사처(입조처)가 30일 발간한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 보고서.
입조처는 보고서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두 국가론’과 통일론 폐지는 대남 적대국가 선언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동독과 차별화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달리, 동독의 경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1973년 유엔 동시 가입을 통해 개별국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한 이후, 서독 브란트 정부의 ‘신동방정책’으로 인해 상호 우호적 관계 아래에서 ‘두 국가론’을 추진했다는 설명입니다.
입조처는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가 단순히 한반도 내 ‘두 국가’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동질성에 기반한 그동안의 통일 노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민족공동체에 기반한 통일론 확산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국회 입조처의 이승열 입법조사관은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통일론을 버렸다고 해서 한국의 통일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통일방안을 더 강하게 주장해 ‘남과 북은 한민족’이라는 틀에서 북한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또 “북한 당국의 급작스러운 ‘두 국가론’ 전환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두 국가론’이 북한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관: 남북한의 행위는 북한이 어떤 행위를 했다고 그걸로 단절되는 게 아니거든요. 지난 70년간 그렇게 이야기 안 해왔는데 갑자기 바꾸려고 하면 북한 주민들도 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데 표현은 잘 안 하겠지만 이상하게 생각하겠죠.
이와 함께 국회 입조처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법적 기반을 갖춘 보다 포괄적인 통합지휘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입조처는 “현재 대통령 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만으로는 점차 고도화되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민관군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는 ‘사이버 안보 기본법’ 제정과 함께 국가안보차원에서 통합지휘체계 구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이버 안보 기본법’은 조태용 전 국민의힘 의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지난 29일 21대 국회가 마감하며 자동 폐기된 바 있습니다.
입조처는 또 “탈북민의 평균 근속기간이 2021년 31.3개월, 2022년 35.3개월에서 2023년 36.3개월로 3년 연속 점차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국민 평균 근속기간 (74개월) 대비 49%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조처는 탈북민의 평균 근속기간을 늘리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통일부로 이원화된 탈북민 취업지원 및 관리를 통합하는 방안”, “북한 활동 경력이 국내 기업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경력 심사제도를 보다 활성화하는 방안”,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자격증 중심으로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 등을 제언했습니다.
이밖에 입조처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 운영과 관련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핵협의그룹 운용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의 이봉기 연구위원도 30일 ‘동독의 2국가 2민족론의 전개 과정과 배경’ 보고서에서 동독과 북한의 ‘두 민족론’, ‘두 국가론’ 제기 상황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동독의 독일정책이 ‘1민족 1국가’에서 ‘1민족 2국가’를 거쳐 ‘2민족론’으로 변화했으며, 동독 주민의 62.7%가 ‘독일이 더 이상 단일 민족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1983년 여론조사 등 동독의 ‘2민족’ 선전이 점차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31일 북한 당국의 ‘적대적 2국가론’이 동일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대해 “동독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동독의 경우 ‘1민족 1국가’에서 점진적으로 독일정책의 변화가 이뤄진 데 비해, 북한은 오랫동안 유지된 통일 관념이 급작스럽게 전환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한 북한 사회의 폐쇄적인 성격이 북한 당국의 주민 선전에 도움을 주는 요인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봉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사실 동독 같은 경우는 1민족 1국가에서 1민족 2국가로 이미 60년대 변동을 했고요. 북한 같은 경우는 완전히 여태까지의 통일에 대한 관념이 180도 달라지는 건데 선대들이 했던 걸 다 부정을 해야 되는 측면들이 있잖아요. 동독은 북한하고 또 상황이 다르죠.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