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전면에 내세우면 오히려 통일 멀어져”
2024.05.21
앵커: 한국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통일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존 한국의 정책은 비현실적이고 오히려 통일을 더 멀어지게 한다며 통일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21일 서울에서 개최한 ‘한반도의 통일 담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공동 포럼.
노무현 한국 정부에서 외교사령탑을 맡았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통일을 전면에 내세우는 지금까지의 정책은 현실성과 타당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송 전 장관은 ‘접근을 통한 통일’은 북한 정권이 별개로 생존하려는 내재적인 한계 때문에, ‘붕괴에 의한 통일’은 북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중국의 존재 등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어떤 통일이든 ‘흡수’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기존 한국의 통일 정책은 통일을 더 멀리 보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송 전 장관은 “통일을 내세우기보다 우선 소극적 평화 구축에 집중하고, 통일은 미래에 도래할 가능성 영역에 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앞서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2010년 11월 평화아카데미에서 “민주주의자라면 북한의 시대착오적 3대세습을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통일을 추구하는 정책은 정반대로 통일을 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 명예교수는 당시 “독일이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대동독 관계에 있어 통일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며 이는 역설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이어 “소극적 평화 구축을 거쳐 적극적 평화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잠재적 수준에서 남과 북이 핵균형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세력 균형의 주체가 ‘미국과 북한’이라는 비정상적 구조의 정상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송 전 장관은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 내에서 일본과 독일 수준의 우라늄 농축, 재처리 능력을 구비하는 등 한국이 잠재적 핵능력을 갖추는 것은 전략적 자율성을 개선”시키고 “적대국에 대해 억지효과를 갖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다른 발표자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의 차기 헌법 개정안에 담길 내용과 관련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2국가론’을 헌법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 총장은 구체적으로 북한이 영토 규정에 대해서는 “현실의 분단선을 감안한 내용으로 규정하되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또 대남관계와 관련해서는 ‘2국가론’ 취지에 맞게 “대한민국은 공화국의 제1적대국, 교전국, 불변의 주적”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양 총장은 ‘자주’, ‘평화’, ‘민족’ 등의 개념은 헌법에서 일괄적으로 삭제되고, 전쟁을 통한 무력통일을 시사하는 규정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소혜 국회도서관 관장실 비서관은 이날 발표에서 “북한이 통일을 폐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체제유지에 통일이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비서관은 또 “북한에 있어 ‘평화’ 개념은 미국과 협정을 체결해 조성되어야 하는 문제로 (‘통일’ 개념과 분리돼), 북한의 ‘국가’ 개념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비서관은 다만 북한 당국과 별개로 북한 주민들의 여론, 북한 사회의 변동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고, 북한이 ‘강성국가’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한 이후에는 다시 ‘통일’ 개념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소혜 국회도서관 관장실 비서관: 그동안 ‘민족’이라는 말을 활용해 체제유지를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북한은 독자적으로 정의하는 ‘국가’라는 말이 체제유지에 더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토론에 나선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극단적인 대남노선 전환을 했지만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목표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지속”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고 “의지와 역량 차원 모두에서 북한의 대남 무력통일 시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 가장 가능성 높은 북한의 도발 유형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개발단계에 있는 무기시험, 인공위성 시험발사, 전술핵 포함 작전훈련을 제시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7차 핵실험은 인공위성과 드론 개발, 최우선 5대 과업 등 당면한 과제에 밀려 북한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위원은 “북한은 대러 무기수출 확대에 주력할 것”이며 “김정은의 군수공장 현지지도 보도 역시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