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변해도 통일정책은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2024.05.14
앵커: 임동원,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 대북정책의 변화와 관계없이 통일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4일 서울에서 개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년 평가 및 통일담론 발전방향’ 대토론회.
원로대담에 나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25대·27대)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남북 2국가론’을 제시한 것에 대해 “북한의 주장에 좌우될 필요가 없다”며 한국은 통일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임 전 장관은 현재 한국 정부가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대체할 새로운 통일방안을 구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통일은 반드시 통일방안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전략적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며 “굳이 통일방안을 자주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 전 장관은 이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오랫동안 유지된 이유는 많은 국민들이 이 통일방안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통일정책은 장기적인 것입니다. 대북정책은 가변적이라서 그때그때 다를 수가 있는데 통일정책, 통일방안을 바꿀 필요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방안을 갖고 있는 것은 대단히 좋고 그 방향으로 추진해나가야 되지만 그대로 꼭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임 전 장관과 함께 대담에 나선 강인덕 전 장관(24대)도 “북한이 ‘2국가론’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남북을 ‘2민족’으로 규정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새로운 통일방안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강 전 장관도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나온 통일 기본원칙, 철학, 지향하는 목표 등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 러시아, 중국, 북한 삼각관계에서 무언가 변화가 나타나야 한국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통일 문제를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저는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되어야지만 러시아와 중국 간 관계의 틈도 더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북방 삼각관계에서 뭔가 변화가 와야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 따라서 좀 장기적으로 보자는 생각입니다.
앞서 지난 5월 9일 전 외교부 장관(32대) 출신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도 ‘변화하는 통일환경, 그래도 통일은 온다’ 토론회에서 현재의 국제정치적 상황에 실망하는 대신 긴 관점에서 통일을 지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5월 9일): 각국의 변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해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바꿀지 모르는 일입니다. 역사를 긴 호흡에서 바라보며 통일을 지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비전을 꾸준히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 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어느날 북한이 더 이상 남북이 같은 민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남북이 곧 2민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원장은 또 “한국 사회 일부에서 남북이 2국가로 공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내놓지만 이는 우리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며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 원장: 서독은 통일이 불가능한 국제 환경에서도 동서독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입장과 통일의 권리를 주장했고, 특수관계라는 점을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축사에 나선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이어 “다가오는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라며 “대한민국이 80년 가까이 쌓아올린 자유와 번영을 남북한 주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미래”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3월 한국 대통령실은 올해 30주년이 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자유주의적 철학이 누락됐다며 새로운 통일담론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지난 1994년 한국의 김영삼 정부가 발표한 정책으로 자주, 평화, 민주의 3원칙 아래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 등 3단계의 통일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