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두 국가선언’은 미·일 관계정상화 사전정비 움직임”
2024.04.30
앵커: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이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사전정비 차원의 움직임이며, 독립적인 국가로서 보다 외교적 자율성을 누리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평화외교포럼과 북한대학원대학교, 한국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병석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주최한 ‘22대 총선 결과 및 미국 대선 전망과 한반도 평화’ 토론회.
발제에 나선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북한이 전략국가로서 자주권, 생존권과 관련된 분야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남은 과제는 발전권 문제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 전 원장은 “북한이 대외문제를 풀지 않고는 발전권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향후 집중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또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등 한국과 ‘헤어질 결심’을 한 이유는 독립적인 사회주의국가로서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사전정비 차원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 전 원장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3월 19일 ‘전략무기 개발과제 완결’을 언급한 것도 향후 있을 외교 공세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북한이 일본과 접촉을 이어나가고, 미국에 대해서는 전략적 도발 없이 관망하는 모습에 머무는 것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대외적인 문제를 풀지 않고는 이 발전권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보고 앞으로는 이 부분에 집중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떼어내고 독립적인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가벼운 몸짓으로 전향적으로 외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미국이나 일본이나 글로벌 사우스 같은 쪽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갖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진행될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이날 또다른 발제자인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의 민족주의적 기초가 동요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한국 안보 및 국방과 관련해 최대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 국내정치에서 나타나는 당파적 양극화가 타협이 가능하지 않은 균열 수준을 보이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때마다 미국의 대외정책 및 대전략 기조가 큰 폭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 공화당이 ‘종족’민족주의-백인 보호주의 국민정체성을 기초로 ‘백인 보호’를 대외정책, 대전략의 기조로 채택하고 있다”며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내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기존 동맹을 무기화하는 정책 기조로 인해 빈번하게 한미동맹이 의제화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이 방기될 위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완전한 비핵화를 선행조건으로 하지 않아도 핵 동결, 장거리 투발수단 폐기 등 미국의 상대적 이익이 충족되면 북한과의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미국의 유권자들의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90%는 당파적 갈등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에서 공화당 대통령으로 바뀌게 되면 그만큼 굉장히 큰 변화의 폭이 생길 것이고 결국 미국의 국내 정치가 한국 외교안보 정책에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토론에 나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이 전문가 단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지에 따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과 수준으로 대북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이미 오래 전에 접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이른바 ‘빅딜’을 추진한다고 하여도 지속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대북정책이 아니라고 보고 진정성을 갖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오히려 북중, 북러 관계가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의 ‘두 국가선언’ 등이 전술적 변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저는 분명히 이것은 (보다 근본적인) 전략적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2018년 때 한 번 당했거든요. 그렇게 쉽게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이밖에 이날 또다른 토론자인 정제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러, 북러, 북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될 경우 북중러 3국이 주도하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역내 질서가 구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