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 아직 ‘두 국가론’ 내부 설득 못 마친 듯”
2024.10.10
앵커: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북한이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과 관련한 헌법 개정 여부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아직 내부 설득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10일 탈북 외교관들을 초청해 서울에서 개최한 긴급 정세 토론회.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토론자로 나서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북한이 헌법 개정 여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 간부들과 주민들에 대한 설득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아직 북한 내부에서조차 통일과 민족 개념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제가 북한 관영매체를 쭉 봐 왔는데, 단 한 번도 북한 간부나 주민들이 TV, 신문에 나와서 ‘두 국가론’을 지지하는 입장을 낸 적이 없습니다. 강연회나 내부 토론회, 학술 토론 등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과정도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태 사무처장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새로운 정책이나 이론을 발표하면 간부들이나 주민들을 관영매체에 동원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아직까지 ‘두 국가론’과 관련한 홍보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설사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했더라도 아직 대내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먼저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한 뒤 내부적 혼란이나 여파를 줄인 다음 헌법 개정 사실을 공개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이 통일 포기 정책이라는 분석에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태 사무처장은 북한이 지난 2022년 발표한 핵무력정책법이 핵무기 공격 대상을 ‘국가’로 명시하고 있다며, ‘두 국가론’은 결국 남측을 국가로 규정함으로써 핵을 사용한 통일 전략을 지향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 결국 통일 포기가 아니라 핵무력에 의해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전멸시킨다는 통일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날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하는 등 휴전선을 국경화하려는 작업과 관련해선 주한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태 사무처장은 북한이 휴전선을 국경이라고 주장한 뒤, 이를 관리하는 것은 유엔사의 역할이 아니라는 주장을 국제무대에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에 대응해 노선을 함께하는 국가들을 유엔사에 참여시켜 그 기능과 입지를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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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는 태 사무처장과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 류현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이영철 (주)엘티케이 대표, 한진명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북한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모여 한국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과 북한의 ‘두 국가론’을 놓고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들어온 리일규 전 참사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통일 정책 실현을 위해 대북 정보유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리일규 전 쿠바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해외에 나와 있는 파견자들을 끊임없이 포섭하고 외부 정보를 주입함으로써 그들이 평양에 돌아가 지인과 동료, 가족들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아주 좋은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류현우 고문은 같은 자리에서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된 ‘두 국가론 수용’ 주장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류현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통일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발언인 동시에, 후대에게 씻을 수 없는 반민족적인 발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수경 한국 통일부 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남북 경계를 영구적으로 차단, 봉쇄하겠다는 전날 북한의 주장이 반통일적, 반민족적인 행위라며 규탄했습니다.
김 차관은 “일방적 현상 변경을 기도하는 북한의 어떤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그 어떠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라도 전적으로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