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 전직 관리 ‘두 국가론’연일 비판
2024.09.23
앵커: 한국 정치권은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남북 두 국가관계’ 제안에 대해 연일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남북이 통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처음으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바 있는데, 한국 전 정부 인사 가운데에서도 남북 ‘두 국가’ 제안이 나온 것입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말은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내용과 같다”고 지적하며 “통일은 감정적인 구호가 아니라 당위이고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북한이 무너질 때 북한 지역을 중국, 러시아에 내줘도 되냐고 한번 국민들께 물어봐 주십시오. 우리 영토·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구호가 아니고 당위이자 현실이고 국민의 명령입니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민석 최고위원도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평화적 장기공존 후 통일문제는 후대에 맡긴다는 역사적 공감대를 도발적으로 바꾸고 ‘두 개 국가론’으로 건너뛸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22일 논평을 통해 “‘두 개 국가론’ 주장은 언젠가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 북한 동포들의 꿈에 찬물을 끼얹고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3만 4천여 명 탈북민들의 희망에도 재를 뿌렸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평화를 빌미로 비정상 국가인 북한에 대해 굴종하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주장을 가장 반길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라고 비판했습니다.
노무현 한국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토론에서 남북 ‘두 개 국가론’은 헌법 3조, 4조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한국 통일부 장관): 이것은 헌법 위반입니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 사명을 규정한 헌법정신의 위반이고 이것을 변경해야 할 어떤 사정도 없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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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도 체코 현지시간으로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인데, 이러한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지난 16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달 7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사회주의헌법 수정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1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사회주의헌법에 있는 통일과 관련된 표현을 삭제하고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명기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다음달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사회주의헌법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