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국가론’ 수용하면 탈북민 보호 근거 상실”
2024.09.26
앵커: 최근 한국 내 일각에서 북한의 ‘두국가론’을 수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는 남북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통일 독트린’, 즉 통일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적대적 두국가론’을 선언한 북한에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이 발표한 통일 독트린에는 ‘자유 통일’을 강조한 3대 비전, 3대 전략, 7대 통일추진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한국 내 일각에서 북한의 두국가론을 수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관련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수경 한국 통일부 차관은 26일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8.15 통일 독트린 함의와 과제’라는 제하의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은 헌법과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김수경 한국 통일부 차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는 오늘날 북한 주민들도 마땅히 함께 누려야 할 것으로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통일을 이루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시대적 사명입니다.
이날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두국가론을 수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악영향을 거론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두국가론을 수용해 헌법 3조, 이른바 영토조항을 삭제하면 탈북민 보호에 대한 정당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한국 내 정착한 탈북민들의 경우 새로운 입법 조치로 보호가 가능하나, 중국 등 제3국에 거주하거나 한국행을 하고 있는 탈북민들의 경우 한국 정부가 보호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의 개입할 여지도 축소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두국가’ 상태의 한국이 미국과 함께 북한으로 진입하면 중국이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조약’에 근거해 더욱 쉽게 한반도 급변 사태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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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두국가론은 북한에도 정치, 경제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 당국이 ‘민족 지우기’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관영매체 등을 통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이 남북을 각각 독립된 정치체제로 규정하면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더욱이 북한으로서는 ‘통일’이라는 희망을 대체할 미래 청사진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적대관계로 선포된 대남관계는 전쟁준비 상시화와 강화를 동반해 북한 경제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한이 통일 포기를 선언한 것은 북한 체제의 정통성을 부인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8.15 통일 독트린의 핵심 가치인 ‘자유 통일’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현정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유’가 의미하는 바가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현정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어떤 용어가 담론으로 나올 때는 그 용어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필요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그 개념에 대한 어떤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도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통일 독트린에서 강조하는 ‘자유 통일’을 영문 ‘Free Unification’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영미권 사람들이 해당 단어를 접하면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 교수는 “외국인들에게 ‘Free Unification’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질문하니 ‘공짜 통일’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빈번하게 들었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면) 외국사람들의 시각에서 직관적으로 의미 전달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