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주한미군주둔’ 보다 ‘핵보유’ 선호
2024.06.28
앵커: ‘주한미군 주둔’과 ‘핵보유’ 중 하나를 고를 경우 ‘핵무기 보유’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더 높게 나온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하락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이 27일 발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4’ 결과.
이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은 ‘주한미군 주둔과 핵무기 보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의에 대해, ‘핵무기 보유 선호’ 비율 44.6%를 나타내, 40.1%에 그친 ‘주한미군 주둔 선호’ 비율을 처음으로 앞섰습니다.
해당 질의에 대해 ‘핵무기 보유 선호’를 택한 비율은 여야 지지층 모두에서 상승했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에서 핵무기 선호 비율은 지난해 31.3%에서 올해 40.4%로 상승했고,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핵무기 선호 비율은 지난해 33.9%에서 올해 42.4%로 올랐습니다.
2024년 이전에는 해당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 주둔’을 선택한 응답자가 많았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에 대한 찬성 의견은 2021년 71.3%, 최고치를 찍은 이후 2022년 69%, 2023년 60.2%로 하락세였다가, 올해 66.0%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지난해 핵보유 찬성 비율이 감소한 데에는 당시 한미정상회담의 합의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에 이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하는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경제제재를 고려해 핵무기 개발을 반대한다’는 비율은 지난해 50.5%에서 올해 40.7%로 내려갔고, 대신 ‘경제제재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비율이 작년 24.8%에서 35.7%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은 “핵무기 개발에 수반되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원하는 강성층이 유의하게 늘었음을 뜻한다”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신뢰하지만 핵우산 정책은 신뢰하지 못하는 부류가 ‘핵개발 강성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특징적인 것 중 하나는 올해 한국인의 ‘미국 한반도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62.2%에서 71.9%로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핵우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72.1%에서 올해 66.9%로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다소 모순되어 보이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통일연구원은 “한국 국민들이 미국의 일반적인 한반도 정책과 구체적인 핵우산 정책을 나누어 인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의 연구책임자인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 핵무기 보유’와 한미동맹 관계가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인들이 이 두 가지 모두를 선호하는 다소 비논리적으로 보이는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한국 국민들이 아직 핵을 지닐 때 수반되는 여러 가지 위험성과 대가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또 한국 국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입장을 따라가는 경향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핵무기 보유’를 놓고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경우 여론은 또다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국도 좋아하지만 또 핵도 갖고 싶은, 이것이 같이 갈 수 없는 것인데요. 이런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비논리적인 그런 여론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 정치적인 사안이 됐을 때 국민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으로부터 어떤 시그널을 받고 태도가 결정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밖에 이번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2.9%에 그치며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추세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1991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6.5%에 그쳤습니다. 전세대 중 통일 필요성을 긍정하는 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 세대는 1991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가 유일합니다.
젊은 세대는 또 ‘같은 민족’이 아닌 ‘전쟁 위협 해소’를 ‘가장 중요한 통일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조사 방식을 통해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