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통한 남북통합 가능...민족보단 ‘자유’ 강조해야”
2024.05.17
앵커: 문화·예술을 통한 남북통합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자리가 한국에서 마련됐습니다. 토론 참여자들은 북한 젊은이들에게 자유, 인권 등 보편 가치를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외부 문화와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과 지역 주민이 교류하는 시설인 한국 통일부 산하 남북통합문화센터가 17일 서울에서 개최한 ‘2024 통합문화포럼’.
토론 참여자들은 남북 간 체제 이질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을 문화·예술로 극복할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그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남북 젊은이들 사이에서 민족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는 반면 체제 간의 차이는 커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통일 이후 발생할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가치관 차이’가 꼽힌 것을 언급하며, 심화된 체제 차이로 인한 간극을 줄여가는 통합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간극을 좁혀갈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기존의 민족 개념 대신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인 가치를 제시했습니다.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민족 문화, 민족 정체성을 말할 때 그 대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묻는다면 저는 ‘개인’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족 문화가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분명히 남북 통합에 도움이 되지만 더 큰 비중을 보편 가치에 두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와 인권 등의 가치를 통해 남북 통합을 이끌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 대중문화를 비롯한 외부 문화·정보 유입이 첫 손에 꼽혔습니다.
이 교수는 한국 등 개방된 사회로부터 전달되는 문화에 북한 주민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정보가 최근 북한 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인권 의식, 개인주의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를 대중문화로 세계에 전파하는 수단으로는 ‘한류’를 제시하면서, 한국 문화보다 심리적 거부감이 적은 중국의 청년 대중문화를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하승희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이 공개한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며 북한의 음악이 형식과 달리 내용 면에서는 수십 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었습니다.
하승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북한은 뮤직비디오를 비롯해서 형식 면에서는 계속 세계 보편적인 추세를 따라갑니다. 세계의, 미국의 음악이라고 해서 배척하지 않고 ‘우리’ 식대로 변형해서 얼마든지 활용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부분은, 분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내용이 고정돼 있다는 것입니다.
하 교수는 한국에 전해진 북한 음악이 주로 율동하는 어린이의 과장된 표정이나 몸짓, 공연자들의 특이한 복장, 아코디언 합주나 전통음악 등의 이미지로 고착화돼 재생산되고 있다며, 음악에서도 남북 간 차이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남북 화해 국면에서 매번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반갑습니다’ 등의 고전이 연주되는 것은 70년 세월이 함축된 음악의 힘 때문일 것이라며, 남북 간 사회통합에서 음악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한국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탈북민들의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북한에서 25년 동안 도자기공장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회령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도예가 이상철 씨와 이른바 ‘탈북민 1호 영화감독’ 김규민 씨는 이 자리에서 탈북민으로서 한국에서 창작 활동을 해온 경험을 청중들에게 전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