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북 ‘2국가론’, 한국 ‘협상 배제’ 위한 실리적 선택”
2024.05.16
앵커: 한국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은 최근 발간한 ‘북한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계획’에서, 북한이 ‘2국가론’을 제시하며 남북 민족관계를 폐기한 것은 향후 미북 협상에서 한국의 개입을 배제하기 위한 실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KINU)이 14일 발간한 ‘북한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계획: 전략적 의도와 추진체계’ 연구총서.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총서에서 “북한의 남북 민족관계 폐기, 남북 적대적 교전국화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차원에서 볼 때 실리적 접근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미북 핵군비통제, 핵군축 협상 등을 가장 반대하는 국가이며 한국이 북핵을 인정하거나 용인하는 핵협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한국의 존재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실익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따라서 북한은 한국과 민족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 교전국화함으로써 미북 협상 구도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2018~2019년 한국을 활용해 미북 대화를 했지만 3자 구도로는 북한식 셈법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김정은 총비서는 민족관계를 북한식 국가전략의 장애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은 한국의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미북 대화를 방해하거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자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홍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진보든 보수든 북한을 궁극적으로 비핵화시켜야 한다는 입장, 북한과 미국만 따로 담판을 짓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같다”며 “북한으로서는 한국의 진보, 보수가 큰 차원에서 다르지 않다고 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2국가론 제시를 통해) 남북 민족관계를 단절한 것은 감정적으로 적대정책을 취한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으로서는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신들의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미북 간의 양자적 협상을 통해 핵 협상을 진행하는 것인데 이걸 다 반대하거나 방해를 한 것이 진보든 보수든 똑같다는 거예요. 한국이 더이상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향후 미북 간 양자협상, 핵협상, 핵군비통제 등에 훨씬 더 유리한 설정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민족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굉장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에요.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전쟁’을 강조하는 것 역시 70년 이상 유지해온 남북 민족관계를 전제로 한 통일논리를 폐기하기 위해,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정치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이러한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러시아, 중국 등 소위 ‘반미’ 국가들 간 ‘진영 내’ 승인을 중장기적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연구총서 작성에 함께한 김진하 선임연구위원은 4장 ‘북한의 전략적 의도와 파급영향 및 대응전략’에서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핵 강압의 효과가 실제로는 크지 않다는 경험적 통계보다, 전략적 신념이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한반도 현상변경 실현을 위한 북한의 더욱 거세진 도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의 강압적 위기 고조 전술은 더욱 대담하고 위험한 모습으로 구사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핵능력 확대에 비례해 실체적으로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 전술핵 전력의 한반도, 인근 지역 배치, 동북아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적 핵공유 체제의 제도적 구비 등을 미국과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북한 핵무력 고도화에 대응해 한미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홍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미 전술핵 배치안보다는) 지금의 확장억제 수준을 유지하되 확장억제를 좀더 투명하게 투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통일연구원 연구총서 집필에는 홍민 선임연구위원, 김진하 선임연구위원 외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진규 전 합동참모본부 정책발전연구위원이 참여했으며, 연구책임자는 홍민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