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향후 협상시 ‘싱가포르 합의’ 재확인 필요”
2024.11.13
앵커: 내년에 출범할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북한 간 회담이 개최된다면, 그 회담에서 지난 2018년 6월 첫 미북 정상회담 결과였던 ‘싱가포르 합의’ 내용이 재확인되면 바람직할 것이란 전문가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13일 한국 국회에서 여야 의원 모임인 ‘선진 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 주최로 열린 ‘2024년 미국 대선 후 한미동맹’ 코리아 헤럴드 안보 포럼.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이 자리에서 내년에 출범하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북한 간 정상회담 혹은 고위급 회담에서,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문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합의만 해도, 좋은 성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미군 유해송환 등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전봉근 명예교수의 말입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그 내용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 그리고 미북 간의 관계 개선을 하겠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만 합의만 해도, 즉 재확인만 해도, 저는 좋은 성과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전 명예교수는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북한 간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만이 위험한 인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며, 북한 입장에서도 미북 관계를 유지해야 추가적인 제재와 압박을 피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를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 명예교수는 또 “지난 30년 북핵 협상 역사를 돌이켜보면 약 7~8번의 전쟁 위기가 있었지만, 유인책이 제시되는 등 상황이 바뀔 경우 북한은 협상에 나섰다”며 향후 협상도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전 명예교수는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정상회담 개최를 하지 말라고 미국에 요구하는 방안, 먼저 한미 간 공조를 통해 양자의 공동이익을 찾아내고 이를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요구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전 명예교수는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금지, 추가 핵실험 금지 정도만 받고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 일각에서 우려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철수 혹은 감축시킬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주한미군은 그대로 유지됐다”며 “현재 주한미군 군사력 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상황에 있어 어떠한 변화가 없고,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도 그대로이며,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중경쟁에서의 승리가 지금 트럼프가 구현하려고 하는 미국의 승리를 좌우하는 데 가장 큰 요소라는 인식의 변화가 없는 한, 주한미군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기조연설에 나선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미국이 향후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즉 CVID 원칙을 포기하고 군축회담을 추진할 경우, ‘애치슨 라인’과 같은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애치슨 라인’은 1950년 1월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딘 애치슨이 제시한 한반도가 제외된 미국의 극동 방위선으로, 북한이 승리할 수 있다는 오판을 하고 한국전쟁을 일으킨 배경 중 하나로 지목 받고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주한미군이 대중국, 러시아 방어에 있어 최전진기지로서 향후 미국의 국가안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한미동맹의 규범을 거래 관계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북한 비핵화 원칙, CVID를 포기하고 북한과 군축 회담을 추진한다면 애치슨 라인과 같은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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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