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성발사 실패…전문가들 “한미일 ‘맞대응’ 서두른 게 원인”
2023.05.31
앵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성발사 일정을 조급하게 진행한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6일 한 달여 간의 잠행을 마치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한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위성발사 최종 준비를 마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전후로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의 신축 등과 관련한 움직임이 활발해진 정황도 지속적으로 포착돼 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로 조급하게 위성발사를 진행했다가 실패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김 총비서가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및 국제사회의 협력 수준이 강화된 것에 ‘맞대응’하기 위해 정찰위성 발사를 재촉한 것이 원인이란 분석입니다.
곽길섭 국민대 교수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한미 워싱턴선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한미합동군사훈련, 한국의 누리호 발사 성공 등에 압박을 느껴 위성발사를 급하게 강행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곽길섭 국민대 교수: 워싱턴선언을 전후로 김정은이 장고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장고의 결과는 정찰위성 발사였는데, 전체적으로 (북한) 과학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강한 압박을 받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김정은이 재촉하는 분위기가 이번 발사에 상당히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의 이번 발사가 위성 및 발사체, 발사장 간의 연동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위성 발사 일정을 못박으면서 실무자들이 과도한 충성경쟁을 벌인 것 같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발동기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져 발사가 실패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충분한 지상 연소 시험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특히 대북제재로 위성 발사에 필요한 장비 및 부품 등이 부족한 상황은 발사 성공 확률을 더욱 떨어뜨린다는 분석입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국 군 당국이 수거한 북한 발사체의 일부를 보면 2단 추진체의 폭발(점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엔진의 연소 특성이 불안정한 것으로 보이고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할 정도의 충분한 지상 연소시험 등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상연소 시험에는 진공챔버와 같은 첨단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북한 동창리 시험장에는 이런 것이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고공 점화 및 연소 특성을 사전에 파악해 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과연 짧은 기간 안에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상 발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일반적으로 위성 발사 실패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하는 데 최소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번 북한 발사체의 2단이 점화되지 않은 것을 수개월 내에 개선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의 말입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보통 미국, 한국, 우방국 등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을 합니다. 근본적인 원인 수십가지, 수백가지를 다 나열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 손을 댑니다. 아마 한국의 경우 6개월에서 1년정도 걸릴 것입니다.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원인 파악과 수정이 이뤄지면 빠른 시일 내에 발사가 가능하겠지만 2단 고공엔진 신뢰성의 문제라면 몇 달 내 개선이 어렵다”며 “북한의 지상 설비도 충분하지 않은데 다시 서두르면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체제 특성상 빠른 기간 내에 위성 발사를 재차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내놨습니다.
북한이 위성 발사에 실패하자 이를 즉각 인정하는 보도를 내놓은 의도도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총비서가 내린 정책적 결단의 실패가 부각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신속히 기술적으로 노출된 문제점을 밝히고 재발사를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곽길섭 교수는 “이번 발사 실패의 원인이 김 총비서의 조급한 결정에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수령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