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 파병으로 연 7억 달러 확보 가능”
2024.11.13
앵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1년에 적어도 1조 원, 미화로 약 7억 달러 상당의 통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작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이 13일 ‘북한 군 파병 파급효과 및 미 대선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향배’를 주제로 연 외신 대상 기자설명회.
두 실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현재 북한이 처한 어려움을 돌파할 수단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파병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제가 판단할 때 김정은 총비서에게 남아 있는 수단이 별로 없습니다.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러시아에 대한 파병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서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실장은 북한이 파병이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정치·외교·경제·군사 등 다방면에서 실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특히 경제적으로는 1년에 적어도 1조 원, 미화로는 7억 달러 정도의 통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1년 간 러시아에 순환 배치될 북한 군 규모를 2만 명으로 가정할 때 이들이 받을 정규 급여와 참전 수당, 그리고 향후 이전 받을 수 있는 첨단 군사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모두 더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얻은 통치 자금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을 지속하는 데 투입돼 궁극적으로는 러시아를 넘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이런 막대한 통치자금을 확보하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고요. 또 애민 정신을 내세우며 사회 통합에도 예산을 쓸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핵·경제 병진 노선 지속이 가능하며 이는 곧 체제 존속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두 실장은 특히 러시아의 기존 동맹국들인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조차 전쟁을 돕지 않는 상황에 북한이 전격적인 파병에 나선 데 대한 보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의 숙원 사업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먼 바다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확보를 러시아가 도울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이어 이번 북한 군 파병은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사건으로 북러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양국이 군사 동맹을 넘어선 혈맹, 특수 관계로 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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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업고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두 실장은 이제 종전을 위한 조건에 러시아 뿐 아니라 북한 군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수까지 추가됐다며, 북한이 이를 활용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주장하는 한편 이를 단계적인 대북제재 해제로 연결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아 나가는 상황도 우려했습니다.
단순히 러시아 군을 도와 영토를 탈환하거나 국경 지대를 지키는 데 머물기 위해 파병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전쟁이 길어질 수록 파병된 북한 정예 부대가 러시아 군과의 연합작전 경험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올해 김 총비서가 여러 차례 특수작전 부대 현지 지도에 나섰던 사실을 언급하며, 파병이 짧지 않은 기간에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준비 됐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김 총비서가 지난 3월 특수작전부대 현지 지도를 두 차례에 걸쳐 했다는 것이 공개됐습니다. 9월과 10월에도 특작부대를 지도한 것은 파병이라는 장도에 오르는 병력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군의 대러시아 파병을 비롯한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중국이 ‘당혹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박병광 연구위원은 13일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을 보는 중국의 셈법과 예상 행보’ 보고서에서, 이번 파병이 경제 분야 교류·협력을 지렛대 삼아 북러 협력을 견제하려던 중국의 기대를 무너뜨렸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이 현재 국면을 통해 북한에 대한 ‘내면의 불신’을 상기했을 것이라며, 북러 밀착은 국가이익에 따른 북한의 냉정한 행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군 대러시아 파병이 국제사회 전반에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제기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파병이 유럽의 안보 문제를 동아시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촉매제가 되고 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동아시아로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에 끌려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향후 북한을 제어하기 위한 양자 간 물밑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여의치 않은 경우 대북제재와 탈북민 정책 변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것이며, 한국과 거리를 좁혀 이른바 ‘이이제이’ 전략을 통한 북한 견제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다만 미국을 향해선 북중 간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겉으로라도 유지하기 위해 그 불편함을 최대한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거나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