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라늄 농축 역량 더욱 향상 시킬 가능성”
2024.09.20
앵커: 북한이 지난 13일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공개한 가운데 북한의 우라늄 농축 역량이 앞으로도 향상될 잠재력이 크다는 한국 내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19일 ‘북한의 위험한 도박: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의 원심분리기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향후 우라늄 농축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교수는 원심분리기의 높이에 따라 우라늄 농축 용량이 달라진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원심분리기의 높이를 두배로 늘리면 농축 출력도 그에 비례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 13일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키와 비슷한 높이였습니다. 특히 공개된 사진에서 여분의 기둥과 밑받침 등이 포착돼 이를 통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 역량을 확대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병철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여분의 원심분리기를 의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며 “북한은 (향후) 이번에 공개한 것보다 더 큰 원심분리기 개량형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원심분리기 회전자(rotor)에 최첨단 소재인 탄소섬유 등 복합 재료를 사용하면 크기의 개량이 없이도 원심분리기의 농축 역량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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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문가들 “북 공개 우라늄농축시설 내 원심분리기 신형 인듯”
이 교수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미일 3국 공조에 대한 맞대응, 미국과의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 몸값 올리기 등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확고히 굳히겠다는 입장을 대내외에 밝히면서 대내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핵무기의 다종화, 소형화, 경량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대미 핵 억제력 강화 및 한국을 상대로 실전 배치 등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은 미국이 자국을 상대로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정도로 핵 반격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의 다른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번 기회에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향후 대미 협상을 대비한 우위 확보 및 군축협상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북한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도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 공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