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시대비 유선방송 집중 검열 실시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4.10.31
북, 전시대비 유선방송 집중 검열 실시 가정집에 주파수가 고정된 붙박이 라디오.
/연합뉴스

앵커: 북한 당국이 전쟁 등 유사시에 대비한 주민용 유선방송 관련 집중 검열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유선방송을 복구하지 못한 농촌 간부들에겐 엄중한 처벌을 경고했습니다북한 내부소식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소탕을 위해 조직한 82연합지휘부를 동원해 유선방송 검열을 강력히 진행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북한에서 유선방송은 전쟁수행 수단으로 중요하게 취급되며 매 가정에는 유선방송(음량조절 기능이 있는 스피커)이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어야 합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28 “지난 21일부터 82연합지휘부가 동원돼 유선방송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며 “유선방송 검열은 보통 체신소(우체국)와 안전부(경찰)가 맡아 진행했는데 82연합지휘부가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82연합지휘부는 2021 8기존의 109상무, 627상무를 비롯한 여러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검열 상무들을 하나로 통합시킨 검열 조직으로유선방송 검열에 82연합지휘부가 동원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태를 엄중히 따지겠다는 의미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10 11일부터 유선방송으로 ‘전호 속의 나의 노래’, ‘결전의 길로’와 같은 전시가요들을 연이어 내보내는 가운데 유선방송을 귀담아 들을 것을 각 인민반에 포치(알림)했다”며 “곧 유선방송 검열이 실시된다는 내용도 인민반으로 미리 알려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1일부터 82연합지휘부가 각 인민반 가정세대들을 돌며 유선방송(스피커)이 있는지유선방송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를 검열했다”며 “검열 당시 방송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켜놓지 않은 집들은 세대주의 이름과 직장직위를 모두 조사해 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23일부터는 오후 3 40분부터 4시까지 20분간 유선방송을 통해 방송을 설치하지 않은 가정들방송을 켜 놓지 않은 가정들을 폭로해 망신을 주고 있다”며 “유선방송(스피커)이 없는 집들은 즉각 체신소를 통해 유선방송(스피커)을 사서 설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유선방송은 하루 19시간 방송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피커는 아침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틀어 놓는 것이 원칙으로 이 방송은 조선중앙방송과 지방방송에서 시간에 맞춰 내보내는데 유선방송으로도 조선중앙방송이 같이 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임의의 시각에 방송을 끊고 대외에 내보낼 수 없는 중요 방송을 할 때가 있는데 등화관제 훈련, 대피훈련 등을 할 때에는 조선중앙 방송과 상관없이 유선방송을 들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유선방송은 라디오로 송출되지 않는 내용들이 방송는데 예를 들어 폭로 방송, 비판방송 등이 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방송 검열은 올해 3월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되는 검열”이라며 “중앙에서는 정세가 긴장할 때마다 유선방송 검열을 실시해 주민들을 들볶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흔히 유선방송 검열은 체신소(우체국)이나 안전부(경찰)에서 하는데 한해에 한번, 정세가 긴장한 해에는 두번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roadcasting.jpg
북한 TV 방송 모습.

 

<관련기사>

북, 유선방송  듣는 가정에 스피커 강매

노동당 선전선동부농촌 유선방송 정상화 지시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촌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30 “유선방송 정상화를 위한 대책회의가 지난 24일 각 시군 당책임비서와 선전비서선전부장체신소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혜산 영화관에서 진행되었다”며 “회의 분위기가 몹시 어수선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에서 지난 몇 년간 유선방송 복구 문제를 그토록 떠들었지만 아직도 농촌지역엔 유선방송을 듣지 못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라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농촌지역 유선방송을 복구하기 위한 대책들을 집중적으로 토의했으나 별 의미는 없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농촌지역 유선방송은 “고난의 행군”시기 심각하게 파괴되었으나 자금 문제로 아직까지 복구를 못하고 있습니다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은 지방 자체의 힘으로 농촌 유선방송을 복구하라고 지시했으나 지방 당국도 자금문제로 방송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식통은 “유선방송을 복구하기 위한 대책으로 농촌 가정세대들에서 말린 고사리와 말린 오미자를 거두는 문제가 논의되었다”며 “매 가정세대들에서 말린 고사리 10kg, 혹은 말린 오미자 5kg 거두면 중국에서 방송 선을 사와 방송을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하지만 말린 고사리 10kg, 말린 오미자 5kg은 국가에서 농촌 가정세대들에 부과하는 한해 외화벌이 과제에 해당된다”며 “국가 외화벌이 과제도 수행 못하는 농촌 주민들에게서 말린 고사리와 오미자를 거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론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결국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11월 말까지 유선방송을 복구하지 못한 농촌 관리위원장리당비서들을 엄중히 처벌한다’는 말로 회의를 마무리 했다”며 “유선방송 복구 문제를 놓고 해마다 농촌 간부들을 처벌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나 실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