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 기간 ‘충성도 평가’로 간부 해임
2023.11.06
앵커: 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9월 방러 기간 사상동향과 충성도, 당의 지시 관철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간부 여러 명이 해임됐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2일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로씨야(러시아) 방문 기간 각 기관 간부들의 사상동향과 혁명과업 수행 정형, 개인 처신 등을 조사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북한 전반을 통제하고 있는 노동당이 직접 벌인 전국적인 조사인 만큼 추후 간부들에 대한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양강도에서 여러 간부들이 해임 철직 등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양강도 이외 다른 지역 상황은 6일(현지시간)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양강도의 한 기업소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최근 양강도에서 김정은의 로씨야 방문기간 간부들의 사상동향과 충성도, 당의 지시와 방침 관철 정형 등에 대한 총화사업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도당위원회와 시당위원회에서 각기 진행된 총화에서 여러 간부들이 처벌을 받거나 해임 철직되었다”며 “지난 9월말~10월초 사이 중앙의 지시로 도당, 시당 조직부가 간부들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른 처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주택보수사업소 지배인, 버섯공장 지배인, 화장품공장 지배인 등이 해임 철직되어 도시건설사업소와 상하수도사업소 노동자로 내리먹었다(강등되었다)”며 “이외 행정 처벌 및 당 처벌을 받은 간부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간부 중에도 처벌 받은 사람이 있다고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처벌 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간부는 행정 간부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의 지시가 당간부와 행정간부를 구분해 전달되고 처벌도 행정간부와 달리 당간부가 받은 처벌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 간부가 받는 처벌은 일반 간부 회의에서 통보되지만 당간부에 대한 처벌은 당간부만 참가하는 별도의 회의에서 통보되기 때문입니다.
처벌도 일반 행정처벌과 노동당 처벌 2가지가 있는데 북한 간부들은 간부사업(인사)과 조직사상생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당처벌을 더 두려워합니다.
통상 북한에서 행정처벌에는 경고, 엄중경고, 보수노동, 노동교양, 강직, 해임 철직, 벌금, 변상, 몰수 등이 있고 당처벌은 경고, 엄중경고, 당원권리정지, 후보당원으로 강등, 출당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처벌을 받았거나 해임된 간부들은 다 김정은의 로씨야 방문기간 자기 단위에서 동상·초상화·당의 기본구호 관리와 같은 수령보위 사업, 당의 결정 지시 관철에서 결함이 발로되었거나(나타났거나) 개체(개인) 처신에서 제기된 대상”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또 다른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최근 여러 간부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혜산 시내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로씨야 방문기간 이런저런 결함을 발로시킨(나타낸) 기관 기업소 간부들이 처벌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내가 아는 한 간부도 노동자로 내리 먹어(강등 당해) 후줄근한 작업복을 입고 도시건설 사업소에 출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3면 쟈크 가방(북한 간부들이 흔히 사용하는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던 간부가 하루아침에 노동자로 내리 먹거나 가족과 함께 추방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이전에는 누구나 간부가 되기를 바라며 이들을 부러워했지만 지금은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주민들 속에서 ‘아무리 어렵게 간부가 되어도 언제 떨어질지(해임될지) 모른다’, ‘차라리 노동자로 있으며 돈을 많이 버는 게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딸 가진 부모들이 자기 딸을 높은 간부 집에 시집 보내는 것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