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권 ‘핵무장’ 논쟁 재점화...총리 “고려 단계 아냐”
2024.06.26
앵커: 최근 체결된 북러 조약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는 ‘핵무장’ 필요성을 놓고 다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 한덕수 총리는 핵무장은 현재 고려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인 5선의 나경원 의원은 26일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북러 협력 등 국제정세가 안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핵무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 의원은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한 핵무장”, “북한과 핵군축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내는 핵무장”을 해야 한다며 오는 7월 말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되면 이를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 의원은 25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사에서도 기자들을 만나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가까워졌다”며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가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정도로 핵 능력을 갖게 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핵무장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25일 같은 행사에서 “북한은 이미 핵을 소형화, 경량화했다”며 “핵을 갖지 않은 이웃국가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끌려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10조는 자위를 위해 탈퇴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과거 프랑스 핵개발에 나선 “드골과 같은 결단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습니다. 홍 시장은 또 “동북아 군사력 균형을 위해 미국도 한국의 방어적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또다른 당권주자 중 한 명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장 핵무장을 하면 국제사회 제재 리스크가 크다”며 “윤석열 정부가 선택한 한미 공조 ‘핵 동맹’ 수준 확장이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잠재적 핵역량’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저희는 국제사회에서 큰 제재를 받고 국민들이 큰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심정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우리는 지난해 한미 양국 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우산 강화의 성과를 얻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기존 입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독자 핵무장’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장할 수는 있지만 실현은 불가능하다”며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면 미국의 경제보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한다면, 한미동맹은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을 미국 동의 없이 미국 몰래 한미원자력 협정을 파괴하면서, NPT를 탈퇴하면서 가능한 일입니까?
이밖에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25일 서울에서 열린 ‘건설경영 최고경영자 과정’ 강연에서 “굳이 한국이 핵무기를 직접 개발해 핵 억지력을 확보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해 핵우산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한국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한미 핵협의그룹(NCG) 출범 등 핵우산 강화에 방점을 둔 한미 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자체 핵무장’은 물론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대해서도 일단락을 지은 상태입니다.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는 2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핵무장을 하면 ‘북한 비핵화’ 근거가 약해진다”며 “(핵무장은) 현재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 총리는 “핵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에 합의하고 하나씩 실천하는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