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주애 내세워 핵 개발 정당화”
2024.09.23
앵커: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북한 경제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개발 성과를 내세워 이를 정당화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김주애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 일환이라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이 23일 서울에서 외신을 대상으로 개최한 정책간담회.
김병연 서울대학교 석좌교수는 이 자리에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제로는 북한 경제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대북제재가 없었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거나 늦출 수 있는 다른 평화적인 수단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싱가포르,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정상회담이 열렸다 해도 북한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보였을 것입니다. 만약 대북제재가 없었다면 지난 2017년 이른바 ‘코피 작전’이 실행 됐을지도 모릅니다.
김 교수는 대북제재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북한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핵 개발에 드는 유·무형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가 더 강한 통제로 권력을 유지하려 하지만 북한 주민과 관료들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배급체계가 붕괴돼 북한 경제가 사실상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주의 경제 복원을 시도한다면 주민들 뿐 아니라 중간 관료, 그리고 권력층까지 저항에 가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난으로 인한 내부 불만이 커진 것을 알고 있는 김 총비서가 딸 김주애를 내세워 핵개발 등 자신의 성과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김주애를 등장시켜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천신만고 끝에 핵을 개발한 이유는 우리의 아들과 딸을 지키기 위해서다. 나는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못 지켰지만,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핵을 완성했다.’
김주애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김 총비서 스스로가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며, 이른바 ‘김주애 후계자설’ 등은 그 다음 순위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국회에서 북한이 “김주애를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관련 수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후계자나 수령에 대해서만 쓰는 ‘향도’라는 표현이 나온 것을 그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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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지원을 얻는 이른바 ‘지정학적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북한에 순풍이 불고 있지만 바람 방향이 거꾸로 바뀌는 순간이 문제”라며, 이는 내부 혼란으로 이어지고 결국 김주애의 세습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3년 내지 5년 정도가 한반도에는 변동성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변동성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그에 대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