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미북대화 쉽지 않을 것...1기와 여건 달라”
2024.11.22
앵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또다시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1기 때와는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양국 간 대화가 쉽게 성사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세종연구소가 22일 ‘미국 대선 결과와 한국의 대외전략’을 주제로 서울에서 개최한 토론회.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모두 각자 처한 환경이 몇 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대화가 다시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김 총비서가 이른바 ‘하노이 회담’ 결렬 등 과거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 경험을 통해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하노이 협상까지 이야기하는데, 결국 확인한 것은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한 정책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의 비핵화 협상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2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북 대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정 센터장은 다만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를 북한에 제시한다면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경우 북한은 지난해 9월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헌법에까지 명문화한 만큼, 영변 핵시설 해체나 핵무기 감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선에 그칠 것이란 분석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이 경제난과 체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해제하려는 시도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정은으로선 지금의 체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제재 해제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제재 해제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협상에 임하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 해제 대가로 최근 공개한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과 ICBM을 운용하는 전략 미사일 기지를 동결하는 조건 등을 제시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한 채 핵군축 협상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도록 하는 이른바 대미 인지전을 계속 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관련기사>
미 전문가 “트럼프, 완전히 달라진 김정은 맞이 할 것”
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중국의 대미 위협은 여전한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크게 강화됐다며, 미국 정부도 이들을 동시에 상대하기 위한 동맹 의존도가 과거보다 커졌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미국이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에게 안보 비용을 부과하고 경제적인 양보를 모두 받아 내기에는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 환경이 미국에 그렇게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이 센터장은 한국이 미국 새 행정부에 스스로 갖는 전략적 가치의 중요성과 미국 군사력을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중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만 해협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결단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이 미중 관계, 중국의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 안다면 더 이상 대만 문제를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한국 정부가 대만 지원을 망설이는 것이 한미동맹과 북한의 한국 침공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중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전략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대신 대만 해협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향후 미국·일본과 비공개적으로 협력해 대만과 북한 위기 상황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군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