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북협상 위해선 기존 노선에 중대 변화 필요”

서울-이정은 leeje@rfa.org
2024.12.23
“북, 미북협상 위해선 기존 노선에 중대 변화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 달 취임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미북협상을 추진하기 위해선 기존 노선을 크게 변경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이 23일 공개한 아산 국제정세전망보고서.

 

한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11월 미 대통령 선거 결과에 외형적으로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미북 협상 재개를 미국보다 더 바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지난 2019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됐지만 북한은 당시보다 훨씬 증대된 핵 능력을 협상 카드로 최소한 대북제재 완화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미 대통령 선거 이후인 지난 1121일 무기 전시회 개막식 기념 연설에서 대미협상 결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은 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이미 미북 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고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의 협력을 택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한기범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석이 사실이더라도 미북 협상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게 손해는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대하기 편한 것은 사실이고, 대미 협상을 통해 제재 해제나 대북 지원을 이끌어낼 수 없더라도 한미 공조를 와해시키거나 이견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미북 협상에 주력하기 위해선 기존 노선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와야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 주민 대상의 대미 적대감 고취를 완화하고 핵미사일 고도화 정책도 조정해야 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딜레마를 안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높은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정은의 북중러 연대 강화 혹은 북중 밀착 시도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이 미국의 양해 하에 러시아와의 밀착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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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국제정세전망 표지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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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이날 화상으로 개최된 언론 간담회에서 북한이 내년 대미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해온 유엔 전문가단이 러시아 주도로 해체됐지만 대북제재가 여전히 작동하면서 북한으로서는 이를 해제하기 위한 대미 대화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탈냉전 시대에 줄곧 미국에 바란 것은 세계 금융·무역 체제에 대한 접근이었다며 이에 대한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경제적 생존이 아닌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해외 자본을 북한으로 끌어들여야 할 겁니다. 이는 세계 금융 체제, 무역 체제에 대한 접근을 의미합니다. 그 키는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 간 공급망 분리(디커플링)가 심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권위주의 국가들과 무역 협력을 추진한다 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며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차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한 해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주력할 것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목용재,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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