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러시아 진지에 ‘선명한 북한 국기’ 포착
2024.11.04
앵커: 북한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장에 배치됐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한 비정부기구는 지난달 25일 발생한 교전에서 북한군 사망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는데요, 당시 촬영된 사진을 자민 앤더슨 기자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먼지가 자욱한 전장.
바닥에 쌓인 시멘트와 콘크리트 파편 위에 북한 국기가 부착된 군모를 쓴 시신 한구가 보입니다.
지난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해온 비정부기구 블루/옐로우가 RFA에 공개한 사진입니다.
블루/옐로우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지난달 25일 쿠르스크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교전 중,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부터 약 3개월째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 서남부 격전지로,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군 8천 명이 주둔해있다고 밝힌 곳입니다.
오만 대표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제공한 드론(무인기) 촬영 영상에서 북한 국기가 부착된 군모를 쓴 병사들이 다수 포착됐다”고 말했습니다.
[요나스 오만 대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에 진입해 공격했고, 러시아군이 오인사격으로 자국 진지를 포격했습니다.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일부가 사상자를 냈고, 그중 북한 병사들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군모에 북한 국기가 부착된 모습이 영상에 찍혔습니다.
오만 대표는 대중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RFA측에 드론으로 촬영된 사진 한 장을 보여줬습니다.
RFA는 북한 국기가 부착된 군모를 쓴 사망자의 시신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얼굴은 식별할 수 없었습니다.
[요나스 오만 대표] 이 사진이 북한 국기가 가장 선명하게 나온 사진입니다. 이 병사는 오래된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상에서 여기저기 시체가 보이긴 하지만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진지가 포격을 당했고, 처음에는 상대가 러시아군 뿐인 줄 알았지만 드론이 지나가면서 그제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있는 것을 발견한겁니다.
오만 대표는 사망한 북한 병사가 약 10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혼란스러운 교전 상황으로 인해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 국기가 부착된 군모를 쓴 병사 중 한 명이 생존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부상자 구호에 집중하느라 포로로 잡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만 대표는 그들이 진짜 북한 군인인지 검증할 방법은 없지만, 정황상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드론 영상에 포착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러시아군과 비슷한 패턴(무늬)의 군복을 입었으나 색상이 약간 달랐다며,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색상만 다른 군복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전 정보와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북한 군인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전선에 투입되었으며, 특히 벨라루스의 제103 비텝스크 공수사단이 북한군과 협력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군인들이 벨라루스 민스크의 군사 시설에 ‘학생’ 신분으로 배치돼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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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오만 대표가 4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따르면 북한 병사들은 현재 러시아 해병대 155여단과 810여단, 공수부대 11여단, 56여단, 그리고 106사단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러시아 지도부가 2-3개월 내로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북한 병사들이 곧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오만 대표] 북한 병사들은 미트 웨이브(meat wave), 즉 인해전술처럼 대규모 병력을 소모적으로 투입하는 전술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크라이나군과의 충돌로 막대한 사상자를 내,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약화시키고, 대신 러시아의 고급 병력들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만 대표는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을 즉각적인 전투 위협으로 보지 않지만, 북한의 개입이 가져올 전략적 및 지정학적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에디터 이상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