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시리아 외교관 “북한은 이용 대상일 뿐”

워싱턴-박재우 parkja@rfa.org
2024.12.13
망명 시리아 외교관 “북한은 이용 대상일 뿐” 시리아 망명 외교관인 바삼 바라반디 씨가 자유아시아방송 스튜디오를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약 15년간 시리아 외교관으로서 중국 베이징, 뉴욕 유엔본부, 워싱턴D.C.에서 근무했다 2013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RFA PHOTO

앵커얼마 전 북한의 몇 안되는 우방국 중 하나였던 시리아(수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붕괴했는데요. 시리아 전 외교관은 북한과 시리아 간의 외교적 관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주로 군사적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외교적 관계 아닌 군사적 거래관계

 

시리아 독재체제가 무너지기 전인 최근까지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친서를 교환하며 긴밀한 관계를 과시해왔습니다.

 

그러나 시리아 외교관으로 15년간 근무한 뒤 2013년 미국으로 망명한 바삼 바라반디(بسام بربندي) 씨는 지난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가 군사적 협력 관계였을 뿐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시리아는 북한의 1인독재 체제를 모방하고, 군사적으로 지원을 받기 위해 관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라반디 씨] 바샤르 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김일성을 만난 것을 계기로 협력이 본격화됐습니다. 아사드는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지도자를 마치 신처럼 받드는 모습을 배우기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시리아가 국제사회의 제재 받고, 북한도 제재를 받음에 따라 두 국가의 군사적 관계가 깊어지기 시작했다고 바라반디 씨는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과 시리아 간의 공식적인 외교적 소통은 전무했지만 두 국가는 미사일, 화학무기, 핵 무기와 관련해 협력하면서 깊은 관계를 쌓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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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이브라힘 오스만 박사가 북한 핵 과학자 추정 인물과 함께 있는 사진. /미국정부·로이터통신

 

북 연계된 시리아 핵 시설 타격 사건

 

2007, 시리아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이브라힘 오스만 박사가 북한 핵 과학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스라엘은 첩보 활동을 통해 해당 사진을 입수했고, 이를 미 중앙정보국(CIA)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북한이 시리아에 건설 중이던 핵시설을 전투기로 폭격하는 군사 작전을 성공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이처럼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교류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바라반디 씨는 시리아 원자로 건설 과정에 북한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바라반디 씨] 원자로 설립 당시 현장에는 시리아 노동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시리아에서 망명한 수백, 수십만 명 중 원자로에서 일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주요 건설 현장에서는 주변 지역 노동자나 기술자들이 동원되기 마련이지만, 시리아 원자로는 이러한 일반적인 상황과 달랐고, 이러한 점들을 종합했을 때 북한 노동자들이 원자로 건설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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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시리아 외교관이 본 무너진 시리아 독재 그리고 북한 /RFA Video

 

"시리아 외교관에게 북한 발령은 좌천"

 

외교관 시절 그는, 북한 외교관들과의 접촉이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바라반디 씨] 저는 중국과 뉴욕에서 근무했을 때 북한 외교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항상 2~3명씩 함께 다니며 서로를 감시했으며,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경계했습니다. 우리는 주로 인사와 안부 정도만 나눌 수 있었죠.

 

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는데, 시리아 외교부에서 외교관들을 북한으로 발령할 때 사실상 좌천성 인사로 간주된다고 했습니다.

 

[바라반디 씨] 외교부는 그들에게 2년 동안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것처럼 지내도록 하려고 북한으로 발령을 내립니다. 이는 외교부가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벌을 주고 싶은 외교관에게 하는 행동입니다

 

북한은 그간 시리아를 영원한 우방이라고 밝혀왔지만, 실제로 시리아 외교관들은 이 관계를 꺼려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바라반디 씨] 저에게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 동료 외교관이 북한에서 복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임기가 끝나자 북한은 그에게 선물로 50~60kg 무게의 작은 김일성 동상을 보내왔습니다. 그 외교관은 너무 무거워서 가지고 갈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북한 당국에서는 직접 보내주겠다고 해서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보냈다고 합니다. 북한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고, 집으로 동상이 도착했습니다. 동상은 집 구석에 두었고,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매주 이곳에 와서 동상이 잘 있는지, 깨끗한지 확인을 하러 왔다고 합니다. 결국 지친 시리아 외교관이 동상을 버리겠다고 하자, 북한 대사관에서는 다시 동상을 수거해갔다고 합니다.

 

그는 북한과의 교류는 국경일이나 지도자의 생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군사 차원에서의 교류 채널은 정부와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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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스라엘로부터 폭격된 시리아의 핵시설의 모습. /미국정부·로이터통신

 

새 행정부, -시리아 군사 협력 실체 밝힐 수 있을까?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적 관계는 오랜 기간 비밀에 부쳐져 왔지만, 북한은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 화학무기 기술, 그리고 핵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발간된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화학무기도 여러 차례 지원했고, 아사드 정권은 이를 2011년 내전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바라반디 씨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북한과 시리아의 협력에 관심을 가진 국가 및 기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조사한다면 북한의 시리아 내 활동을 입증할 자료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관련 증거가 문서화되기 전에 파괴되거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이를 빨리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사드 정권이 북한, 이란과의 협력을 극도로 비밀리에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 문서나 증거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라반디 씨] 아주 비밀스러운 시스템입니다. 정권 내부에서도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증거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시리아 협력을 입증할 문서나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은 있지만, 정권의 폐쇄성 때문에 쉽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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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이 수도를 점령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후 손상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 동상 근처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로이터통신

 

"독재는 영원하지 않아"

 

지난 8일 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반세기 가깝게 이어져온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일가의 대를 이은 철권 통치는 종식됐습니다.

 

바라반디 씨는 이는 북한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며 과도한 군사비 지출과 주민들을 통제하는 체제는 반드시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라반디 씨] 우리는 오랫동안 시리아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악몽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리아인들은 자유가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내부에서 조용히 싸워왔고, 마침내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도전 과제가 있었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12년 동안 천 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지만,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 같은 정권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바라반디 씨] 북한 주민 여러분, 당신들은 정권보다 훨씬 강합니다. 정권은 당신들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억압하는 것입니다. 정권이 당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더 유연하게 대처했을 것입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정권의 억압이 강할수록 붕괴의 시기는 가까워진다고 말합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희망은 정권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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