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입점한 남북접경 애기봉…“2030 방문객 급증”
2024.12.27
앵커: 남북 접경지역에 위치한 한국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미국의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가 개점했습니다. 북한과 한강 하구를 조망하며 커피를 마시는 이색적인 경험을 위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남북 접경 지역인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 전날이었던 지난 24일 찾아간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로 붐볐습니다.
해병대의 검문을 거쳐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안에 위치한 공원에 입장한 후 흔들다리를 건너 산책로를 올라가면 불과 1.4km 앞에 북한 개풍군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이릅니다.
지난 3년간 이 곳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애기봉과 주변 지역 관련 해설을 제공해온 이유신 문화관광해설사는 최근 들어 방문객이 크게 늘어났다며 주말에는 해설이 진행되는 280여 석 규모의 강당이 가득 찰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유신 문화관광해설사] 요새는 토요일, 일요일 같은 경우 여기가 288석이거든요? 거의 꽉 찹니다. 그 정도로 많이 방문객이 늘어났습니다... (방문객들이) 꽉 찼을 적에는 재밌습니다. 보람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공식 개장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지난달 29일 세계 곳곳에 4만여개 매장을 둔 미국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입점한 것을 계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민간마을과 송악산을 조망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에 방문객 수가 급증한 겁니다.
김포시청 관계자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안보 관광지로서의 인식이 강했던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북한과 한강 하구를 조망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스타벅스 입점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스타벅스 개점 이후 20일 간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늘어난 2만1천972명이 방문했으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김포시청은 향후 인천공항공사와의 협업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관광상품을 운영하는 등 외국인 방문객도 적극 유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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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 사이에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교환학생 루카스 미카잇사 씨는 인터넷 사회연결망을 통해 ‘북한 뷰(view)’ 스타벅스에 대해 알게 됐다며 한국과 북한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루카스 미카잇사 씨] 제 친구들이 SNS에서 이 스타벅스 매장에 대해서 보고 알려줬습니다. 북한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면서 말입니다.
애기봉에서 매년 연말 진행됐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행사를 추억하며 방문한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현장 인터뷰] 매년 여기서 트리 행사를 했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안 하죠. 그래서 어떻게 변했나 해서 궁금해서 한 번 와봤습니다.
한국은 지난 1971년부터 기독교 단체가 애기봉에 설치한 높이 18m 철탑을 트리로 꾸며 점등해온 바 있습니다.
다만 이에 강하게 반발해온 북한은 2004년 6월 남북고위군사회담에서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한국은 같은 해 겨울 애기봉 등탑 점등을 중단했습니다.
한국은 그 이후에도 등탑 점등 재개와 중단을 거듭하다가 지난 2014년 안전 상 문제를 이유로 이를 철거했습니다.
높이 154m의 야산인 애기봉은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기도 합니다.
애기봉이 한국전쟁 격전지, 남북 갈등의 상징을 거쳐 관광명소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