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2012년 이후 재입북 31명...2030세대 65%
2024.11.04
앵커: 탈북한 뒤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재입북자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3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 거주기간으론 1~5년, 연령대로는 20대와 30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월북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30대 탈북민 남성.
이날 새벽 1시 반쯤 훔친 버스를 몰고 통일대교 남단으로 진입해 8백 미터 정도를 달리다가 체포됐습니다.
한국 군에 따르면 버스가 방어벽을 피하려다가 들이받은 것을 제외하면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고, 이 남성은 통일대교 북단으로 병력이 집결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운전을 멈췄습니다.
지난 2011년 제3의 국가를 거쳐 혼자 탈북한 이 남성은 일정한 직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보고 싶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앞서 2021년 9월엔 60대 여성이 통일대교 남문 인근에서 걸어서 월북하려고 시도하다가 경찰에 넘겨졌고, 2018년 8월엔 30대 남성이 민간인 출입통제선 이북지역으로 차를 타고 움직이다가 병력에 체포됐습니다.
모두 탈북한 뒤 북한으로 다시 넘어가려다 붙잡힌 사례들입니다.
이렇게 적발되지 않고 이른바 ‘재입북’에 성공한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 통일부에 요청해 받은 탈북민 재입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달 1일까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탈북민은 모두 31명으로 공식 집계됐습니다.
이는 통일부가 북한매체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한 수치로, 연도별로는 2012~2013년에 매년 7명, 2014~2015년에 매년 3명씩에서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진 매년 1명씩 재입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입북자들의 연령을 보면 20대와 30대가 31명 가운데 모두 20명으로 65% 가까운 수치를 보였고, 성별로는 남녀가 비슷하게 분포했습니다.
재입북 전 한국 거주기간으론 1년 이상 5년 미만 머물렀던 탈북민들이 22명으로 70%를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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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권 의원실은 재입북 사례가 2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에 집중된 것과 관련해 “빠르게 정착 하고픈 마음과 달리 적응이 어려운 현실 때문일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 사태가 잦아든 이후엔 중국이나 각자의 해외 유학지 등으로부터 탈북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탈북민 구출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정착지원실장도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접한 한국의 모습과 현실 간의 차이를 느끼는 것이 젊은 층의 재입북 동기 가운데 하나”라며, 이들이 연령대가 높은 탈북민들보다는 탈북 동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충동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북한 사회에 비해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한국에선 자유와 권리를 더 존중 받는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지철호 나우(NAUH) 정착지원실장] 북한은 감시를 위해서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사회라면 한국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관심을 덜 가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때문에 서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데, 그런 부분을 이해하기 전 단계가 정착 1~5년 정도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 실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룰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 한국”이라며 재입북의 유혹에 흔들릴 땐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2012년 이후 재입북한 탈북민 31명 가운데 6명은 그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