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건조 대형잠수함 핵추진 아닌 디젤잠수함”
2024.10.08
앵커: 한국군이 식별했다는 건조 중인 북한 대형 잠수함은 핵추진 잠수함이 아니라 지난해 진수한 ‘김군옥영웅함’처럼 기존 디젤잠수함을 개조하는 것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9일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북한이 잠수함을 새로 건조하고 있는 모습이 식별됐다며 크기가 기존 북한 잠수함보다 크다고 밝혔습니다.
군 당국은 현재 건조 초기 단계로 정확한 톤수 등은 작업이 진척돼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해 9월 언급한 ‘핵추진 잠수함’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하나부터 열까지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지 않는 한 북한은 자체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제작할 역량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생산했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며 “그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믿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신포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면 그에 필요한 장비와 구조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일우 국장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대형 압력선체, 즉 승조원이 머무는 잠수함 본체, 지상 시험용 원자로, 잠수함에 탑재되는 전기 추진시스템을 육상시험소에 배치하여 운전 성능을 실시하는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등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9월 신포 조선소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에는 그런 것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민간위성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8일 신포 조선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조선소 북동쪽 끝에 있는 드라이독(dock) 즉, 건식 부두에 북한 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이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미국의 북한전문 사이트는 ‘38노스’는 지난달 6일 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이 신포조선소 드라이독에서 설비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9월 6일 진수된 김군옥영웅함은 이후 보호용 천막에 덮인 채 조선소 안전 정박지에 있다가 지난 5월 이 드라이독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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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국장은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면 신포 조선소 설비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고, 도크 인근에 방사선 차폐 설비가 갖춰진 핵연료 주입시설 같은 별도 건물들을 다수 지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일우 국장] 그런데 그러한 건물이나 구조물로 보이는 거는 위성에서 안 보이거든요. 일단 그거가 먼저 들어서야 기존에 사용했던 것과 다른 뭔가 새로운 동력원을 사용하는 잠수함을 만들겠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 신포조선소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습니다.
이 국장은 원자력 선진국인 한국조차도 그런 시설을 건설하고 시험완료하는데만 10년은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원자로의 경우 핵추진 잠수함에 들어가는 밀폐형 원통용기용 원자로여야 하는데 북한은 그런 원자로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어 대형 핵잠수함을 만들려면 ‘고장력강’이라고 해서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특수강과 이를 가공하고 용접할 수 있는 특수 용접기술까지 필요한데 북한은 그런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군이 식별했다는 북한의 새 잠수함은 ‘김군옥영웅함’(아래 사진)과 동형의 잠수함을 한 척 더 건조하는 것일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군옥영웅함은 대형 수중 발사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구형 잠수함인 디젤 추진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자르고 덧대어 길이를 늘리고 함교를 개량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배수량 1,800톤 로미오급 잠수함을 3천 톤으로 늘리고 수직발사관 6개 정도가 정상인 3천 톤급 잠수함에 큰 발사관 6개에 작은 발사관 4개를 합쳐 총 10개의 발사관을 부착하느라고 함교 중간이 불쑥 튀어나와 정상 운용이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고 소개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북한이 개조를 완료하는 데 수년이 걸렸고 진수 후 발사해보니 그 잠수함이 좋은 플랫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탄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새로운 잠수함을 기본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미 국방부는 8일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이 잠수함을 새로 건조하고 있는 모습을 식별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정보사안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