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학교에 등장한 막스∙레닌…김정은 우상화용?
2024.05.16
앵커: 북한이 최근 신축한 당 간부 양성소 건물에 ‘백두혈통’ 대신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우상화하기 위한 도구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6일, 북한의 간부들을 양성하는 노동당 간부학교가 전날 새롭게 완공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중앙위원회 비서들, 그리고 학교를 건축한 관계자들과 함께 교정을 걷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사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뒤쪽, 건물에 붙어있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눈에 띕니다.
건물 입구 양쪽에 공산주의 창시자 마르크스와 소련 공산당의 창립자인 레닌 사진이 각각 있고 중앙 상단에는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철저히 무장하자’는 글귀도 적혀있습니다.
북한에서 눈에 띄는 곳에 크게 배치될 초상화라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반적인데, 백두혈통이 아닌 인물이 1인 초상화로 건물 외벽에 걸리는 건 이례적입니다.
1998년에 북한을 탈출한 청진 출신 김수경씨는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외에 다른 인물의 대형 초상화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수경 씨: 저는 북한에서 살면서 거리에나 어디에나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만 많이 붙어 있었고 다른 사람의 초상화가 붙어 있다는 건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 기억도 없고요. 북한은 주체사상이 있잖아요. 마르크스나 레닌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 또 세계 혁명에 더 적합한, 더 완성된 사상이 주체 사상이다 이렇게 배웠거든요 저는.
실제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북한 사상의 기반이 되었지만, 북한은 김일성 주석을 우상화하는 주체사상을 그보다 더 우위에 두어왔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노동당 간부학교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를 내걸었을까?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비정상적인 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보편적인 이론에 기반한 정상국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홍민 연구위원: 기존의 북한의 사상이라는 것이 주체사상, 김일성-김정일주의와 같이 사실상 그들만의 어떤 이념이죠. 그래서 굉장히 고립주의적인 그런 그리고 상당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념 지향성을 보이는 것처럼 외부에서 바라봤는데 북한이 이 막스와 레닌의 사진을 내걸면서 자신들은 이런 막스와 레닌과 같은 굉장히 보편적인 그리고 굉장히 국제주의적인 이론에 근거해서 자신의 김일성 김정일주의가 있다라는 것을 좀 어필하려고 하는 그 부분이 있고요.
홍민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이념이나 철학보다는 실용적 정책에만 중점을 두던 김 위원장이 자신의 우상화를 위해 이념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홍민 연구위원: 김정은도 자신만의 어떤 이론 사상 이것들을 최근에 이제 내세우기 위해서 2~3년 동안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김정은의 우상화를 의미하는 거죠. 그래서 자신이 이론적 사상적 대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막스 레닌으로 기원을 두고 있는 이런 사회주의 사상에 자신이 상당히 정통하다 이런 것도 아마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내건 것은 ‘자신들을 독립된 공산주의 국가로 봐주길 원하는 북한의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북한은 스스로를 독립된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로 묘사하려 하고, 그 독립성은 마르크스의 입장과 북한의 철학에 대한 기여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마르크스와 레닌의 철학을 간부학교에서 이어가기 위한 북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정의하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홍민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홍민 연구위원: 레닌이 다 아시다시피 러시아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어쨌든 지금 중국을 방문 중인데 이후에 북한을 지금 방북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얘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이런 것들을 사실상 보여주는 행보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일종의 러시아와 북한은 이 막스와 레닌의 기초에서 사상적 전통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공통 지점이 있다 라는 걸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베넷 연구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베넷 연구원: 러시아 국가 조직과 북한 국가 조직의 분명한 전신으로 러시아를 식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러시아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들만의 주체사상 대신 보편적인 공산주의 사상을 통해 선대와 다른 자신만의 우상화를 펼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가 결실을 맺을지 주목됩니다.
에디터 박정우 ,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