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 북한 사람 있어요”북 IT노동자 위장취업 수법 보니…
2024.05.17
앵커: 어제 미국 연방 검찰이 북한 IT노동자들의 미국기업 위장 취업을 도운 조력자 2명을 체포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들 중 한명인 우크라이나 조력자는 북한 IT 노동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미 국적 신분을 판매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는 16일 미국 회사에 위장 취업했던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를 찾기 위해 현상금을 걸고, 이들의 위장 취업을 도운 조력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사는 27세 올렉산드르 디덴코(Oleksandr Didenko)는 홈페이지 업워크셀닷컴(upworksell.com)을 만들어 미국인의 신원을 북한 IT 노동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디덴코는 지난 7일 폴란드에서 체포됐고, 현재 미국으로 신병 인도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미 법무부로부터 디덴코의 체포영장 청구서를 입수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 뉴욕 사무실에서 작성한 청구서에 따르면 디덴코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북한 IT 노동자들에게 미국인 신원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 회사에서 원격으로 근무가 가능하게끔 도왔습니다.
2023년 8월 이후 대부분의 미국 회사에서 원격고용을 위해 전자고용인증(E-Verify)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신분증, 집주소 등이 필요한데, 디덴코가 미국인의 신분증과 집 주소 등이 포함된 정보를 북한 IT 노동자들에게 판매한 겁니다.
청구서에 따르면 디덴코는 한 고객과의 문자에서 “북한의 IT 노동자들은 그것(신분 도용)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고객에게는 “당신의 IT노동자들은 중국에 있나요, 아니면 북한에 있는 노동자가 있습니까”라며 “제 고객 중 일부가 북한에서 왔다는 정보를 받았고, 매우 놀랐다”고 털어놨습니다.
디덴코는 북한 IT노동자들을 위해 다른 조력자 크리스티나 채프먼(Christina Chapman)의 ‘노트북 농장’(laptop farm: 동일한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의 노트북이 있는 곳)에 노트북을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한 사이버 보안 회사는 2023년 11월 온라인 플랫폼에서 북한 IT 노동자들이 원격으로 취업을 하려는 문서들을 발견했는데, 이 문서는 한국어로 돼 있었고, 디덴코와 체프먼과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FBI는 디덴코의 홈페이지를 폐쇄했지만, RFA는 이전 홈페이지 내용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폐쇄되기 이전 홈페이지에 따르면 디덴코는 고객에게 사회관계망 서비스 스카이프, 텔레그램 등 문자로 연락을 종용합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도용된 사람의 사진을 선택하게 하고, 고객이 예약하면 확인하고 24시간 이내에 결제 방식을 알려주게 됩니다.
이용자가 송금하게 되면, 고객은 정보가 담긴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달받게 됩니다.
디덴코는 홈페이지에 “우리는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 계정을 생성하고 검증한 경우가 꽤 많다”라며 “저희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내주시면 제공하겠다"고 적시해놨습니다.
인증이 까다로운 미국의 프리랜서 구직 사이트 프리랜서닷컴, 업워크, 구루닷컴 등의 아이디도 판매했는데, 가격은 50달러에서 220달러까지 다양했습니다. 이 중 미국 기반의 아이디를 사용하려면 등록비는 390달러였습니다.
이뿐 아니라 디덴코는 홈페이지에서 각종 미국명의 신용카드, 휴대폰, 온라인 결제서비스, 암호화폐 플랫폼인 ‘바이낸스(Binance)’ 계정까지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디덴코는 이 사업으로 2018년 7월부터 최근까지 총 약 92만 달러의 수익금을 냈습니다.
가이 피코 미국 국세청(IRS) 범죄수사국장은 16일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이에 대해 “미국 시민권자의 훔친 신분을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범죄”라면서 “그 신분을 이용해 수백 개의 미국 기업에서 북한과 관계가 있는 국적자들의 고용을 조달한 것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북한 IT 노동자들은 탄도미사일 개발, 무기 생산 및 연구·개발 등을 관장하는 북한 군수공업부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