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모형 폭죽 등장에 전문가 “군사강국 선전용”
2024.05.20
앵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본뜬 모양의 폭죽이 북한의 어린이용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최근 잇따라 목격되는 대량살상무기 모양을 한 장난감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고 군사 강국으로서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전 선동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 상점에서는 인민들이 누구나 좋아하고 청소년 학생들이 즐겨찾는 불꽃놀이감들을 봉사하게 됩니다. 상점에서는 화성포 모양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새 형태의 불꽃놀이감들을 위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19일 조선중앙TV 저녁뉴스의 한 꼭지입니다.
화성지구 ‘창광 불꽃놀이감상점’ 점원들이 새로운 불꽃놀이감들을 준비했다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상점 앞 공간에는 귀여운 어린이용 장난감들 뒤로 커다란 미사일 모형 2개가 눈에 띕니다.
흰색과 검은색 격자무늬의 탄두부를 가진 기다란 미사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형상화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점 내 매대 위에도 수십개의 화성포 모형 불꽃놀이감이 보입니다.
그 옆에는 이동식 발사차량(TEL) 모형 장난감도 놓여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상점답게 벽에는 귀여운 동물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불꽃 분수’, ‘불꽃 팽이’ 등 알록달록한 폭죽들이 판매 중인데, 그 사이에 놓인 대량살상무기 모형 폭죽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북한이 이처럼 ICBM을 포함한 무기를 본떠 일상 용품으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작년 2월 김정은 총비서의 아내 리설주 여사가 건군절 75주년 기념연회에 ICBM 형태의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또한 지난 2월 북한 관광을 다녀온 러시아인 일리야 보스크레센스키 씨는 당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블록 장난감들은 “군대를 주제로 한 것들 뿐이었다”면서 “탄도 미사일과 탱크, 그리고 우주 위성 발사 로켓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20일 RFA에 “불꽃놀이를 구매하는 어린이와 부모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국가적 자부심을 간접적으로 심어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 무기를 형상화한 장난감과 장신구를 판매해, 미국의 위협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경제 상황을 미국 탓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ICBM 형태의 폭죽에 대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군사 강국으로서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선전 선동 부서의 임무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1998년 탈북한 청진 출신 김수경 씨는 “과거에는 보지 못한 형태의 물건들”이라며 주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수경 씨: 제가 어렸을 때는 이런 굿즈(기획상품)가 없었습니다. 체육대회나 놀이할 때 ‘미국놈 때려부시기’라는 군사 놀이를 하곤 했었는데, 아마 이제 그런 것이 업그레이드 돼서 이런 형태의 놀이감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쓸데없는 놀잇감 만들었다’며 좋아할 것 같지 않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이에 대해 “심한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북한에서 불꽃놀이 장난감까지 미사일 형태로 생산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우선 순위가 정권의 명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